희한한 날이였으...
오늘은 한갓지게 도라지랑 더덕이랑 씨 뿌리고 모종판이랑 놀아야지 하고 있었거등...
모처럼 삼시세끼 밥해줄 식구도 어데가고해서리~
언덕밭에 더덕이랑 도라지랑 각 한고랑씩 씨를 뿌리고 그 위에 왕겨를 듬뿍 덮어주고 있는데~
이웃 밭에서 트렉터 소리 사람들 소리가 막 나는겨...
뭐하노 하고 올라가보니~
트렉터로 밭갈고 골따고 있는겨!
앞집 아지매랑 저 아래 삼거리 아지매들이랑 세 아지매가 괭이 하나씩 들고 대기 중일세~
그래 가서 좀 도와드릴까요~ 했지!
그랬더니 새참 좀 먹고 하자네?!
전 같으면 그냥 인사치레로 듣고 말이라도 고맙네! 그러고 마는데~
허걱! ㅎㅎㅎㅎㅎ
그래 새참 맛나게 얻어묵고나서 일 시작했지 뭐~
큰 밭이야! 참깨 심는댜.
삼거리 아저씨가 트렉터로 밭을 갈고 골따는 관리기로 고랑을 따나가면 앞집 아지매가 토양살충제를 휘휘 뿌리고
한 사람이 비닐을 주욱 끌고나가면 두 사람이 양쪽에 서서 괭이로 착착 흙을 덮어나가지!
산녀가 비닐을 끌고 나가는 일을 맡아서 했지!
내는 이 밭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비...
그 옆밭도 했고 그리고나서 물었지!
또 할 밭이 있냐고?!
그랬더니 삼거리아지매 밭 해야한대! 그러고나서 그옆집 아지매밭도 해야한대!!!
허거걱! 오늘 일 만났네!
쪼아!!!
까이꺼 괭이 든 김에 다 합시다!!!
그리하야 오늘 세집 일을 했고 그 덕으로 울집 일도 하나 했네!
고맙다고 울집 고추밭 비닐을 씌워주시겠다고...
상당까지 올라오셔서 여섯고랑 씌워주고 가심!
오르락내리락 다들 난리 ㅎㅎㅎ
졸지에 산녀가 일꾼으로 붙어서 판이 커진건지~ ㅋㅋ
뭐 좋지 뭐~ 이게 품앗이라는 건데 오늘 일한 세집은 딱 한 집만 농기계를 다 갖추고 있고 두집은 아지매 홀로 농사 짓는지라
이렇게 품앗이로 안 하면 일년 농사일을 할 수가 없는거라...
산녀네야 뭐 일손 생기면 하고 없으면 나중하고 내맘대로 농사지만 그집들은 때맞춰 안 하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기때문에 착착 틀이 짜여진대로 움직여야 한다.
거기에 오늘 산녀가 끼어들어 일 오부지게 했네그랴 ㅎㅎㅎㅎㅎ
오늘 이야기를 들은 아이가 완전 시트콤이 따로 없다고 막 웃었어...
안그래도 그분들 평소 일하는 거 보면서 언제고 한번은 도와드려야지 했는데 오늘 참 잘했다!
작정하고 일한 건 아니지만 때를 잘 맞췄네 ㅎㅎ
이젠 연세들이 좀 있어서 좀 힘들어하긴 하시더라...
그중 산녀가 가장 어려... 나름 새댁이여!!!
이 작은 산골마을에서 산녀보다 어린 사람 딱 한집 있으!!!
오늘은 휴가다! 좀 쉬어야지 했던 계획이 와르르~
그래도 일은 많이 했어도 참 기분좋은 하루였네!
그럼 됐지 뭐~
우리도 올해는 참깨를 심어볼까 했는데 밭이 장만이 안되어있어서 미루던 참인데
다들 오늘부터 막 참깨를 심더라고... 오늘도 이웃들 참깨밭 장만한겨...
그래 에라 몰것다!
모종판에 참깨씨를 다 부었네~ 72구짜리 총 8판~
밭이 언제 장만될지 하세월이라... 모종부터 키워봅세!
언젠가 몇년 전에 모종을 내서 심어봤더니 잘되었었거든...
참깨밭이 있으면 들깨가 이모작으로 가능혀~
오늘은 이렇게 흘러갔다네~
인생이 계획대로 되어가는 적이 없으...
그런거여~
일 마치고 들어와 닭집 돌봐주러 가서
병아리육아실을 여는데 그 틈에 엄마닭이 냅다 튀어나갔어!
이젠 큰닭들이랑 논다고 지 병아리들을 버리고 갔으...
홰에 올라가니 병아리들이 어찌 따라 올라가나... 홰 밑에서 네 마리가 엄마찾아 난리난리... 정작 그 엄마닭은 모른척! 장닭 옆에 붙어앉아있네! 어쩐지 엄마닭이 있던 둥지를 뒤져보니 알이 열개나 들앉아있어!!! 열흘 전부터 엄마닭은 나가고 싶었던겨...
그걸 산녀가 못 알아챈거였어... ㅎㅎㅎ
그래 오늘 알 열개 횡재했네!
집에 돌아와 밥 없다고 방방 뛰는 봉덕이랑 마당냥이들 밥 챙겨주고
텃밭 비닐하우스 문 닫으러 갔더니 똘망이녀석 밥 내놓으라고 아웅거리며 쫓아댕겨서 갸도 밥 주고~
봉당에 나와 앉아 이 글을 투닥투닥 두 엄지손가락으로 치고 있다네...
아!
저 윗사진에 숫자는 틀린겨!
초반 두집 밭 일할때 폰이 들어있는 겉옷을 벗어놓고 했거등!
그러니 못해도 한 25,000보는 걸었으!!!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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