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묵을까봐... 이건 나흘간의 기록이다...
지난 일요일
식전 보 일하러 갔다.
보는 냇가 봇물을 이용하는 보뜰논이나 양수펌프로 퍼올려서 농사짓는 농부들이 모두 모여 보라고 불리는 농수로를 청소하는 일이다.
물구덩이 보 안에서 철벅거리며 진흙이며 검부지기 등등 긁어내가며 삽으로 떠냈다. 다들 뭐를 해야하는지 다 알기 때문에 한눈 안 팔고 각자 자리에서 일을 찾아들 한다.
잠시 쉬는 새참에 소주 사이다 칵테일 한잔에 알딸딸~
이어서 막걸리 세잔에 헤롱헤롱...
산녀 술 좋아하는 걸 다들 익히 아는지라 무조건 준다 ㅎㅎ
주는대로 마시고 또 따라 마시고~
그래도 일 무사히 마치고 귀가~
일하다 보뚝 옆에서 달래 무더기 발견~
왕창 뽑아서 가져옴!
늦은 아침 서둘러 먹고
내일 선산에 성묘갈 제물 준비 돌입~
텃밭에서 이런저런 나물 뜯어오고
다듬어 씻어 데치고 무치고 등등
두부전 완자전 산적 세 가지 부쳐내고
고사리 도라지 콩나물 볶고 무치고
생선 찜솥에 쪄내고
탕국 끓이고 내일 새벽 밥만 하면 되게끔 준비해놨다.
오늘 저녁에 다 준비해놔야지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어쩌고는 못한다...
선산에 심을 꽃나무들 화분정리해놓고
물통 말통으로 여러개 담아놓고
삽이랑 돗자리랑 천막 꺼내놓고
또 뭐시기냐... 뭐가 더 필요하냐...
사과배 밤대추 등등 과일 씻어 담아놓고
행주랑 과도 수저 위생장갑 휴지 등등 잡다한 것들 담아놓고
선산 근처 어르신 찾아뵙고 간단히 드실 나물반찬 조금 해서 담았다.
정구지 달래무침 삼동추겉절이 시금치무침 부지깽이나물 깻잎장아찌 등등...
전에 입맛에 맞으셨다고 잘 드셨다고 해서 이번에 또 해봤다.
앞으로 거름 문제가 해결됐다.
소를 많이 키우는 목장하고 연결이 되어서 언제라도 전화만 하면 15톤 트럭으로 몇 차가 됐든 가져다 준단다.
한차에 20만원~ 이차저차 계산해봤더니 엄청 싼거여!!!
그동안 거름이 부족해서 골탕을 먹었는데 이제 다 해결되었다...
속이 다 션하다!!!
소목장에서 소똥을 치울때 생똥 그대로 반출하면 불법이란다.
충분히 부숙시켜 거름으로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때 외부로 반출이 된단다...
이제 법이 그리 정해졌다네~
그래서 생거름 가져다 부숙시켜 쓸 필요가 없이 바로 주문해서 쓸 수 있게 되었다! 만세!!!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일박이일 선산 여행이 끝났다.
나무꾼을 위한 휠링여행이라 이름 붙였는데 올해는 벚꽃구경 좀 가자고 산녀도 위한 나드리라 칭했다 ㅎㅎ
오며가며 벚꽃 터널에서 휘날리는 꽃비도 맞아가며~ 드라이브는 원없이 했네그랴...
성묘하고 음복 후 점심 먹고 가지고간 나무 8그루 심고 물주고 등등 한바탕 일하고나니 하이고 피곤타...
비소식이 있다해서 신경쓰여서 일도 서둘렀는데 비한방울 안 오고 날이 덥더라...
근처 어르신댁에서 가지고 간 국하고 반찬으로 밥해묵고 하룻밤 자고 담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갈 길이 멀거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방향을 틀어 담양에 사시는 어르신 한 분 찾아뵙고... 간 김에 근처 소쇄원도 구경하고...
사전 연락없이 갔는데 그분이 오수에 잠깐 누가 오는 예지몽을 꾸셨다며 마침 들어서는 우릴 보고 깜짝 놀라시더라... 참으로 지중한 인연이라면서 반겨주시며 당신 쓰신 책이랑 차 한잔 내주셨다...
첨엔 누구신고 했는데 만나고 나온 뒤에서야 퍼뜩 깨달았다.
산녀하고도 사십년 전 인연이 좀 있으셨던 분이셨다. 하도 오래되어 떠올리기가 힘이 들었더랬다.
누굴 만나러가는지 사전 정보를 주면 좋은데 나무꾼은 그런 야그 별로 안 하고 막 가고본다... 물어보지도 않는 산녀나 말도 안 하는 나무꾼이나 참 기맥힌 조합이다.
드뎌 울집에 도착...
세상 천지 제일 좋은 곳은 내 집이어라...
그걸 깨닫기 위해 떠났다 온듯하네~
서둘러 목마른 모종판 아그들에게 물 흠뻑 뿌려주고 닭집 둘러보고 봉덕이랑 마당냥이들 돌봐주고...
그대로 뻗다!
오늘은
다시금 평화로운 일상으로...
마당으로 텃밭으로 닭집으로 비닐하우스로 한바퀴 휘휘 돌아보고 봐주고
그새 막 웃자란 참취나물 참나물 한 바구니싹 뜯어다 나물 무쳐서 아침 밥 묵었다!
달걀도 다섯개나 낳았더라...
울집 마당에 풀 많다고 은근 흉잡힐까 걱정했디만...
그보다 더한 담양 어르신 드넓은 풀밭 집을 보고 와서 ㅎㅎ
그집이나 울집이나 꼬라지가 같구만 뭐~
이카면서 가당찮지만 크나큰 위로를 받았다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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