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뉘~ 세상에 한나절 쑥을 뜯었다고 살이 벌겋게 타?
산골사는 나무꾼 맞어?!
저녁을 먹는데 나무꾼 손등이 벌겋고 만져보니 뜨끈뜨끈...
왜그랴?! 한참 생각을 해보다가 장갑 안 끼고 쑥 뜯어서 그런겨?!
그렇댜...
오메 세상에... 멀쩡한 산녀 손을 딜다보다가 기맥혀 웃어버렸다...
며칠전 아쉬람터 밭에서 일하다가 밭둑가에 쑥이 좋길래 한줌 뜯어와서 쑥국을 끓였지.
그냥 멸치다시마 육수에 바지락 좀 넣고 끓였는데 나무꾼이 그만 한냄비 다 마셔?! 버렸으요...
그러고는 담날 직접 쑥을 뜯어갖고 왔으...
근데 막 쥐어뜯어갖고 왔으...
그러고는 오늘은 밭일 하지 말고 하루종일 쑥을 뜯어야 한단다...
해서 나무꾼과 산녀는 노랑 바구니에 나물칼 하나씩 들고 쑥 뜯으러 나섰다네~
아마 이 산골짝에 쑥 뜯으러 가는 남정네는 나무꾼 밖에 없을겨~
날씨가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그리 안 추우니 산골동네 아지매들 옹기종기 모여앉아 쑥 뜯고 있더라...
요즘 쑥이 참 연하고 좋지!
해서 진짜 하루종일 쑥만 뜯었다네~
나무꾼 반 바구니 산녀 한 바구니~
나무꾼한테 쑥은 요래요래 칼로 뿌리부분 경계를 잘라가며 뜯어내야 한다고 특강을 해줬다!
어제처럼 쥐어뜯어갖고 오면 안되는겨...
첨엔 잘 하더니만 그예 하나씩 못 뜯고 쑥무더기를 죄 파내서 하나하나 다듬고 앉았네그랴...
하이고 그게 더 힘들어! 하나하나 뜯어야지!!!
나물 뜯는 일은 인내심 인격수양의 시간이다.
그리고 쑥은 캐는게 아녀!! 쑥뿌리 약달여 먹을겨?!
달래 냉이 씀바귀는 뿌리채 먹는 거니까 캐야하고
쑥은 잎을 주로 먹으니까 뜯어야 혀!
자꾸 쑥 캐러간다고 해서 한소리 해줬네그랴!!!
하여튼 그거 좀 뜯었다고 봄햇살에 나무꾼 손등이 벌겋게 탔다는...
그리고 그 쑥으로 몇날며칠 쑥국만 해먹고 있다는 ㅎㅎㅎ
오늘은 무슨 일을 할꺼나.. 아무 계획없이 들로 나섰다...
닭집 들렀다 나오는 길에 앞 텃밭 헛고랑이 꽃이 핀 냉이며 망초며 봄까치풀이며 등등 너저분해서리 풀밀어 농기구를 밀고가서 말 그대로 확 밀어버렸다!
그러고나니 좀 정리가 된듯...
아스파라거스가 쑥쑥 올라와서 고사리 뜯듯 꺾어와서 올리브유에 소금 쳐서 궈먹으니 맛나네!
버터에 궈먹는다는데 그건 그닥~ 느끼혀서리...
아스파라거스 씨앗 한봉지 더 뿌려야겠당!!!
아침밥 묵고나서 토란이나 마저 묻으러 갈꺼나 했는데...
갑자기 희한한 일발동이 걸려서 엄한 일을 하루종일 했다나...
기존 닭집을 해체하고 얼마 안되는 닭들을 작은 마구를 수리해서 옮기고 그 닭집터를 밭으로 쓰려고...
안그래도 닭마리수보다 닭집이 너무 커서 이건 참 비효율적이다 싶었거등...
해서 오늘 전격적으로 덤벼서 철망으로 둘러친 울타리하고 닭집철망을 반이상 뜯어냈다. 나머지는 먼데 간 나무꾼 오걸랑 마저 하기로 하고...
한참 하고 있는데 나락 사러 상인이 들어왔다고 해서 그거 실어보내느라 한참 왔다갔다 분주했고...
동네 아지매가 정구지밭을 보더니 좀 달라해서 삽질해서 두 보따리 파주고~ 지나가던 외지인 아낙네도 불러서 한봉지 들려주고~
일하던 와중에 이 일 하다 저 일 하다 뭔지 모르게 바빴네그랴...
닭집을 뜯는다 했더니 나무꾼이 이 마눌이 또 사고치나보다... 하고 이젠 뭐 놀라지도 않더라... 기맥혀 하지 ㅎㅎㅎ
산녀 생각은 문전옥답이라고 집 근처 밭을 최대한 활용하고 먼데 밭은 모두 나무를 심어버리겠다는 거이지...
그런 면에선 닭집으로 쓰고 있는 이 곳은 참 아까운겨...
이 닭집을 해체해버리면 바로 뒷골밭과 아쉬람터밭하고 그대로 연결이 되거든...
2천여 평이 한덩어리 밭이 되는거야! 그야말로 문전옥답이지!
그간 닭집이 중간에 딱 들어서 막고 있어서 이짝 저짝으로 빙빙 돌아댕겨야 했잖여...울타리를 뜯어내고 보니 세상 훤~ 하구만...
일은 저질렀지만 앞으로 다 편하자고 하는 일인기라...
서서히 일을 줄여야지!!!
아까 정구지 가져간 아지매가 당신 나이가 70이 되니까 이젠 일을 제대로 못하시겠다며.. 한참 푸념을 하시더라...
삽질도 산녀가 다 했으... 그래도 몇살 더 어리다고 아무래도 힘쓰는 일은 산녀가 쪼매 낫구만...
요샌 온통 풀떼기 반찬뿐이다.
그게 좀 미안시러워서 달걀후라이 좀 하고 깍두기 좀 내놨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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