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고양이~ 목련꽃 그늘 아래 퍼져 늘어져있다.
저 자리가 나름 냥이들 명당인가벼~
저 노랑고양이는 작년에 도시 주택가 차밑에서 구출된 먼지투성이 아기냥이였었다.
큰아이가 발견해서 살려달라고 산골에 휙 던져주고 간뒤로 산녀 손에서 컸는데 이젠 저리 커버렸네...
할 일이 많다면 많고 없다면 없는 그런 봄날~
간만에 날은 화창하고~ 매화꽃잎은 꽃비처럼 흩날리고~
딸아이가 비현실적으로 이뻐보인다고 매화나무 아래 수선화꽃과 하야신스 무스카리꽃밭을 보고 그랬다.
오늘은 오후에 손님도 오시니 아침나절에 잠깐 일해야겠다.
밭 가장자리에 살고 있는 꽃들이 자꾸만 밭 가운데로 이사를 와서 갸들을 죄다 파내어 옮겨심어야했네~
특히 샤스타데이지는 한 자리에 안 있고 자꾸만 남쪽이나 토질 좋은 곳으로 옮겨가더라~
오늘은 국화꽃밭에 쳐들어와 주인처럼 살고 있는 샤스타데이지들을 파옮겨서 마당가 황매화 울타리 밑에 줄줄이 묻어놨다.
언제 또 마당 공사를 할지 몰라 그짝은 딱히 뭘 심을 엄두를 못 내던 곳인데 이제 뭔 공사가 설마 또 있겠어?!
그간 화분들만 간간이 놓아두던 곳을 샤스타데이지가 차지했네~
울타리밖은 원추리들이 차지하고~ 잘되었다.
마당 저짝으로 빙둘러 심어뒀다.
호미 든 김에 더덕도 열댓뿌리 캐서 아침상에 올리고
손님상에도 올려야지~
더덕캔 자리에는 글라디올라스가 자랄거다!
더덕 캐다가 나온 구근에 벌써 뿌리가 났더라구...
이제 뒤안 문을 열면 국화와 샤스타데이지와 글라디올라스 상사화 꽃무릇이 자라락 보일겨!!!
거기에 꽃사과나무의 꽃구름 향연이 펼쳐질거고...
자꾸만 텃밭 가장자리에서 슬금슬금 밭고랑을 하나씩 차지하는 꽃들을 보자니 참 웃을 수도 없고 말이지...
그치만 꽃도 보고 채소도 가꿔먹고 밭이 모자르지 않으니께 괜찮아...
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건강도 챙겨야한다구 ㅎㅎㅎ
화가들의 정원이라는 책을 보는데 그 옛날 화가들은 정원을 그리 가꾸고 또 정원 넓은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살았다네...
물감의 한계로 정원모습을 스케치만 해갖고 실내에서만 줄창 그리다가 튜브물감이 개발되어 나온 뒤로 정원에 나와서 많이들 그렸댜...
유명한 화가들의 정원은 지금도 계속 복원하고 시민들에게 개방도 한다는구만...
정원을 가꾼다는 일이... 꽃을 심는다는 일이 전엔 참 할짓없는 배부른 이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런 삭막한 세월을 살았고 또 세상이 그러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밭일을 하지 않고 꽃밭일을 하고 있으면 주변이들도 한소리 하기도 하고...
그리고 산녀도 뭔가 모르게 할일 안 하고 엄한 일하며 노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음... 뭐 그렇다고...
아까
수양벚나무 한 그루와 이제 막 꽃이 핀 살구나무를 캐서 상당 농막 앞으로 옮겼다.
나무가 자라면 엄청 커진다고 어릴때 파옮겨야한다고 나무꾼이 적극 주장해서리...
감나무가 죽고 고염나무가 되어버린 나무는 베어버렸다...
어쩔 수 없다구... 감나무는 너무 많고 또 고염나무는 쓸데가 없는걸...
또 감 먹으면 응급실 가야하는 나무꾼이랑 사는지라 더욱더 감나무는 사양이야...
내친김에 집 둘레 텃밭 둘레를 낫 하나 가지고 싹 청소했다.
그랬더니 검부지기가 한무더기 나오네~
구루마로는 어림없고 운반차로 실어서 내다버려야겠네~
옛날 나무로 된 큰 전신주를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밭둑가에 자빠뜨려놨었는데 이십여 년만에 다 삭아버렸더라...
그놈도 치워버리고나니 좀 훤해지네!
여기저기 난 야생 고들빼기 한바구니 캐서 반찬 해먹으면 좋겠다.
오늘도 똘망이는 산녀만 찾아댕긴다. 언넘이랑 서열쌈을 했는지 목덜미에 상처가 났더라...
똘망이 닮은 아기냥이도 또 왔다.
아마도 울집이 맛집으로 소문났나벼...
아직은 경계를 많이 하는데 전처럼 막 도망은 안 가고 눈치를 보며 근처에 있다가 사료그릇을 주고 먹어라~ 하면 한참 후에 와서 먹더라... 이젠 기다리면 밥 주는 걸 아는것 같으...
똘망이는 이제 집으로 돌아올 생각인 것 같고...
노랭이랑 서열쌈이 어찌되었는지 그건 모르겠는데 하여간 자주 온다...
바깥일하기 참 좋은 날씨인데 밥하러 가야한다...
온통 봄풀떼기 밥상으로 차릴거니께~ 장보고 어쩌고 하진 않아서 좋다.
고들빼기무침 달래무침 삼동추겉절이 부지깽이나물무침 시금치나물 눈개승마무침 깍두기에 청국장~
거기에 더덕구이를 곁들이면 밥상이 될라나...
에라 내도 몰것다~ 되는대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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