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이번 생은 밭 갈고 씨뿌리는...

산골통신 2022. 3. 23. 23:59





네 번의 생이 있다고...

밭 갈고 씨뿌리는 생
심고 가꾸는 생
수확하는 생
거둔 걸 누리는 생

그러하다면 나무꾼과 산녀의 삶은 첫번째 생이다.
오늘 아쉬람터 밭을 갈고 골을 따면서 드는 생각이...
참 고단하고 고단하다...
나무꾼은 이날평생 척박한 세상 밭 갈고 씨뿌리는 삶을 살고 있지...
정작 그 열매는 엄한 놈들이 다 따먹고 망가뜨리고...

어제 관리기로 겨우겨우 진밭을 갈아엎었고
오늘 골따는 관리기로 고랑을 따는데 이노무 기계가 말을 안 들어...
휘청휘청 이리저리 자빠지고 또 골이 잘 안 따여지네...
겨우겨우 해보는데 급기야 클러치?! 가 끊어져...
수리센터에 가서 고쳐와야 하는데 이걸 트럭에 실어야 하잖여...
이웃 아저씨가 도와주고 어쩌고 해서 겨우 싣고 가서 고쳐왔는데 바퀴가 이번엔 말썽이여... 해서 또 가서 고쳐왔다.
오늘 중에 골을 딸 수나 있으려나... 속으로 포기를 하고 산녀는 모종판에 이런저런 씨앗 파종을 하고 있었지...

그간 모아둔 씨앗 바구니를 가져다 늘어놓고 하나하나 모종판에 묻었다.
뭐가 뭔지 싹트고 자라기 전엔 모르니까 이번엔 이름표를 달아놨다 ㅎㅎ
도무지 이름 기억 안 나는 꽃씨앗이 둘이나 있어서 물음표를 해놓고 이쁜꽃이라 적었다 ㅎㅎ

해거름이 되어서야 관리기를 고쳐갖고 온 나무꾼...
옆에서 뭐라도 거들어줘야할 것 같아서 괭이 들고 밭에 따라 올라갔다.
일이라는 것이 혼자 하면 흥도 안나고 힘이 드는데 옆에서 돌이라도 주워가며 거들면 한결 힘이 덜 들거든...
마실 것이랑 쵸코파이 몇개 바구니에 담아서 가져갔다.
농사일 같은 몸쓰는 일을 하다보면 단 것이 막 땡기거든...

관리기를 잘 고쳐왔는지 골이 잘 따여진다.
이제 해가 다 저물어가는데 뭔 일을 하노 싶지마는 나무꾼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
밭고랑을 반이상 따놓았더라~ 하여간 대단혀...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나머진 내일 하자고...

작년까지만 해도 골을 일일이 괭이로 사람 손으로 땄었는데 이제 골따는 기계로 하니 이리 좋은걸...
하긴 밭이 크니 이젠 사람 손으론 못햐...
오늘 나무꾼이 고생 좀 했다. 양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더라...
원래 책상물림이라 이런 험한 일?! 하는 사람이 아닌데 산녀같은 희한한 마눌을 만나 이 생고생이다 싶네~ ㅎㅎ

뭐 하여튼 우여곡절끝에 골은 따여지고 내일 마저 마무리 한 다음에 비닐을 씌우면 되겠다.
시중에 비닐 씌우는 기계도 있더라마는 좀 비싸더라...
까이꺼 그정도는 하지 뭐...

드뎌 감자 심어먹을 수 있겠구만...
감자를 시작으로 고구마 참깨 들깨 콩 옥수수 등등 심을 밭이다.
그리고나서 8월 중순에 김장무 배추를 심어야지.
마늘 양파를 심을지 말지는 가을에 가봐서 결정하고...

오늘 하루가 길었다.
일이 수월하게 척척 되지 않고 자꾸만 태클이 걸려서 지지부진...
그래도 그 끝이 좋았으니 됐지 뭐~

아직 농사철은 이른데...
맘이 바쁘다...
날이 참 서글프게 써늘하더라... 겨울옷을 단디 껴입고 목토시에 털모자까지 덮어쓰고 털장화까지 신고서 일했다나...
감기 걸리기 딱 좋은 그런 날씨였어!!!

이번 토욜에 비가 또 온다니 그 전에 밭일을 다 끝내놔야혀...
아직 텃밭 한 군데는 손도 못 댔는데 거긴 언제 들여다보누...

큰 밭일이 끝나면 좀 한가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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