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러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풀을 뽑고 이맘때 몽우리를 짓는 목련을 올려다보며 찍고 또 찍는다...
봄풀... 겨우내 뿌리로 버티다가 봄비 한번에 와글와글 돋아난 생명들~
가차없이 인간들에게 필요가 없다는 이유 그 하나로 호밋발에 뽑혀 나간다.
냉이야 반갑다~ 며 반겨주던 아지매 맞어?!
이맘때면 냉이고 뭐고 다아 잡초 신세로 전락한다.
드넓은 밭에 거름이 깔리면 그 사이사이 하얀 냉이꽃과 노란 꽃다지꽃들이 묻힌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러했다.
오늘은 식전부터 텃밭일을 시작했다.
한 60여 평 됨직한 자잘한 텃밭을 세 군데 남겨뒀는데 그중 가장 심각하게 풀들이 많은 곳~ ㅎㅎ
쪽파밭과 정구지밭 등등
총 아홉고랑인데 오늘 다 해치웠다!
칼호미로 쓱쓱 긁어내니 좋더만~ 이제 조선호미는 못 쓰겠으~
조선호미는 흙을 파서 뿌리채 뽑아내는 식인데
이 칼호미는 흙 위 풀들을 싹싹 끊고 긁어내는 식이라 힘도 덜 들고 흙도 안 파고 수월하다!
밭고랑은 바퀴의자에 앉아 했지만 헛고랑은 긴칼호미로 긁어냈다.
작물 사이사이 풀들은 긴호미로는 좀 잘 안되더라구...
어제 쪽파밭 한고랑 했었고 오늘 나머지 여덟고랑 했다.
쪽파가 션찮아서 웃거름 조금 해주고~
올해 쪽파 얻어묵기 힘들겠네~ 작년에 뭔 병이 생겨서 다 죽어가길래 뭔고 했는데 이유도 모른채 비실비실이 되어버리드라구~
그러더니 봄이 됐는데도 야무지게 안 깨어내고 여전히 비실일세그려~
이웃집 쪽파는 오동통 그자체구만~ 뽑아서 쪽파전 해먹어도 되겠구마는 우리 쪽파는 여엉... 더 두고봐야하나...
이 밭에는 정구지 당귀 차이브 쪽파 루꼴라 아스파라거스 더덕 도라지 부지깽이나물 시금치 삼동추 대파가 자라고 있다.
군데군데 빈자리에는 조만간 열무나 얼가리배추씨를 뿌릴 예정이고~
언덕밭에는 아직 들어가보지 못했다.
내일부터 또 비가 온다니 더 미뤄지겠네~
여기는 산나물밭이다.
곰취 곤달비 부지깽이 눈개승마 참취 방풍나물 머위 두메부추 명이나물 참나물 등등이 자라고 있다.
집옆 텃밭에는 상추 토마토 딸기 양배추 취나물 가지 들깨 등등이 자라고 있는데 밭 둘레로 꽃들도 같이 살아서 밭인지 꽃밭인지 구분이 안 가는 곳이다!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는 주로 10개 연화분이 차지하고 살고 겨우내 화분들이 월동하는 곳이다.
화분들이 봄을 맞아 밖으로 나가면 그제서야 농사가 시작된다.
작년엔 고추를 했는데 올해는 다른 걸 심어볼까 생각 중이다.
그늘이 지는 한 귀퉁이에는 삽목둥이들이 상자에 담겨있다. 피라칸타 사철나무 크렌베리 블랙베리 삼색버드나무 등등 뭐 되는대로 꽂아놓았다.
이짝 한귀퉁이엔 작년 늦가을에 씨를 뿌려 월동한 배추들이 있는데 조만간 뽑아먹어도 되지싶네~
딱 이 세군데만 농사짓고 싶은데 당췌 뭐가 안되네...
오늘 일이 일찍 끝나서 시레기 한솥 마저 삶았다.
줄 곳이 있어 남겨뒀는데 코로나 걸려서 못온다고...
해서 오늘 걍 몽땅 삶아 냉동고에 방금 처넣고 온 길이다~
나중에 가져가던 말던~
씨감자를 이제사 꺼내 다듬어놨다.
싹이 나서 야단들이네~
네 바구니 되는데 이거 몽땅 심지 뭐...
근데 언제 심냐... 밭장만도 안되었는디...
농사일은 하늘보고 지어야 하는데 울 나무꾼 당췌 그걸 안 따른다...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는데 참말로...
비소식이 있으니 비 온 다음에 밭을 갈아야 한다고 그리 말을 했고
또 밭을 갈면 바로 골을 따서 비닐을 씌워야 한다고 그리 말을 했구마는...
비오기전 트렉터쥔장의 고맙고 미안하지만 원치않은 호의로 밭을 갈아야 했고
그전에 거름을 부랴부랴 정신없이 깔아야 했고...
뭔 일을 번갯불에 콩을 볶아 그래...
그리 말려도 안되니 우짤 수가 있나 그래...
갈아준다고 바쁜 와중에 온 사람을 돌려보낼 수도 없고~ 일 저질러놓고 어데 가버린 나무꾼... ㅎㅎ
뭐 하여튼 거름은 깔았고 밭도 갈았는데...
왜 감자를 못 심었느냐고...
여차여차 사정이 있었다... 차마 말못할...
그리해서 그 밭은 비를 맞았고 그예 질퍽이는 밭이 되어버려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게 되었네...
그러니 밭흙이 마르걸랑 다시 갈아서 골을 따야 하는거여...
두벌 일이지...
근데 또 비가 온다니 땅은 더 질퍽일거고...
또다시 마르길 기다려야 하는거야...
그럼 감자는 언제 심나...
천상 다음주에나 더 지나서 심는거지 뭐~ ㅎㅎㅎ
산녀 계획은 원래부터 다음주였거등?!
그걸 중간에 일머리 없는 나무꾼의 추진력으로 밀어부친거지...
난 몰라~ 저 밭 흙 언제 마르냐고오~
아까 저건너 이웃밭 트렉터가 종횡무진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불쑥 쳐들어갔다!
이 트렉터 얼마면 사요?!
다짜고짜 물었다!
해서 이차저차 중고로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40마력짜리를 예약해놨다!
순식간에 일을 저질렀다!!!
천만원 가까이 한다는디...
내는 모린다~ 죽으란 법 없겠지!!!
또 일 저지른 거...
해마다 거름이 모자라 애먹던 차~
닭똥거름이랑 정부지원퇴비 모두 해서도 모자르더라구...
해서 이웃 오라비에게 냅다 찾아가 부탁했다!
그집은 과수원을 크게 하니까 해마다 거름이 수십차 들어오거등...
그 거름 몇차만 나 좀 주소!!!
해서 올해 중에 덤프트럭으로 네 차 정도 받기로 했다!
저짝 산너머에 소를 많이 키우는 농장에서 갖고 오는거라고 좋단다...
에라~
거름이라도 푸지게 쌓아두고 쓰자구우!!!
일저지르는데 일등선수~ 산녀입니다...
먼데 간 나무꾼에게 보고했더니 별 말이 없구만...
늘 사고치는 산녀라 이것도 일상이 되었나벼 ㅎㅎㅎ
농사는 하늘보고 지어야 한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하니~
오늘까지 바짝 밭일을 급한대로 해치우고
내일부턴 놀자구!!!
놀고싶어 노는거 아녀!
하늘이 그러는걸 뭐~ 비온다잖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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