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일이 있으나 일이 없다.

산골통신 2022. 1. 10. 18:35


늘 산골 겨울은 이러하다.
하루종일 책을 읽거나 멍때리기
산길 들길 무작정 걷거나 마구 싸돌아댕기기
그 외엔 할 일이 딱히 없다.

요샌 식구들이 오락가락하니까 끼니는 대충 두끼만 해먹고 말고
농사일은 찾아 할 일은 없고...
먹고자고밖에는 딱히 일이 없네...

아 물론 일을 찾으면 없지는 않지!!!
집 안팍 창고며 구석구석 헤쳐 모여를 한바탕 해서 새로 깔끔하게 정리정돈 꾸며도 좋겠고
주방 냉장고랑 찬장 뒤집어엎기를 해도 좋겠지...
워낙 농사철에 바쁘다는 핑게로 쌓아두고 무져두고 파먹기만 했으니 정리할 건 태산이여...

일을 찾으면 일이 있으나 뭐 일이 없다.
집안팍 헤쳐모여는 무신~ 냅둬... 이때껏도 잘만 살았는데 뭘....
주방? 냉장고? 구제불능이여... 가사도우미 분이 주기적으로 출장와주면 모를까... 내 평생에 정리정돈은 꿈이여!!!
한달에 한번만이라도 출장와주면 소원이 없겠다마는ㅎㅎㅎ
당췌 질서가 없으요 ㅎㅎㅎ

산골 마을은 조용하다. 죙일 가야 사람 얼굴 한번 보기가 어렵다.
새로 바뀐 이장아자씨 매일같이 열성적으로 방송하는거 없으면 사람 목소리 듣지도 못할뻔...
신참 이장아저씨 연일 업무보고? 정보제공? 그건 감사한 일인데 당췌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이건 소음공해여...
그것도 이른 아침으로만 하니 잠도 못 자겠고...

차라리 회관 게시판에 붙여놓거나 문자 발송이 좋것으...
뭔 말인지 한국말인데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우짜면 좋아 그래...
이웃에 전화 걸어 물어보면 다들 뭔 말인지 모르겠다 하고
이장이나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딱히 산녀네에겐 해당사항이 별로 없는 사항들이 태반이고...
구관이 명관이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건 아니구만...
작년까지 이장 방송 타박을 엄청 했는데 못 알아듣겠다고...
올해 이장 방송은 더 못 알아듣겠으니 참말이지 기맥히네...

오늘도 외계어 방송을 들으면서 구관이 멍관이로다... 라는 말을 절로 중얼거리고 앉았구만...
그렇다고 해서 그 구관으로 바뀌었으면 좋다는 건 아녀~ 절레절레...
그렇다는 이야그지...

겨울철에는 농사꾼들에겐 휴식 기간이다.
잘 쉬어야 봄에 그 고단함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지...
허나 너무 심심하네...
책 읽는 것도 한계가 있고 아무 일 없이 빈둥거리고 여유있게 산책하고 하는 것도 무리일세...
일하는 것만 배우고 노는 것을 못 배운 티를 억수로 내는 구만...
노는 것이 꼭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뭐 그런 것만은 아닌데...
일 외에 할 그 무엇들을 우린 배우지를 못 했어...

취미생활 여가생활... 말이 좋지!
할 새가 어디있었나... 머리 속에선 좀 하며 살아야지 싶어도 현실에선 너무 빡빡했는걸...

이제와서...
60을 넘은 나이가 되고보니 몸도 슬슬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또 예전처럼 많은 일을 할 수가 없고 심신이 주저앉아버렸다.
그러니 취미생활 여가생활... 이제와서... 새삼스레 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나...

일 속에서 애써 짬짬이 찾아하던 것들을
일 없이 하라하니...
더 못 하겠네그랴...
그게 참 말이 안 되면서도 말이 되고...

그리고 겨울이라 더하다...
온땅이 얼어붙어 밖에서 뭘 하기엔 무리다.
그리고 뭘 하고싶은게 있어도 재주가 메주라 늘 돈이 들어가니 초장에 맘을 접게 된다.

그저 하던대로 지내야겠지!
시간은 지금도 쉼앖이 흐르고 봄은 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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