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끝내고 한숨 푹 쉰 다음~
또다시 쌩쌩하게 일어나 일을 한다.
산녀 일하는 스타일은 사부작 사부작 꼬무락 꼬무락이다.
전엔 안 그랬다!
전엔 후다닥 툭닥 마치 불도저 밀어부치듯 일을 팍팍 해치웠더랬지!!!
일 순서 정해놓고 마치 전투 치르듯...
안 하면 큰 일나는 것처럼...
그게 울 엄니 일 스타일이었더랬어.
그 밑에서 배웠으니 오죽할겨!
뒤에서 뭐가 쫓아오는 것처럼~ 부리나케 도망치듯~
오늘 못하면 죽자~ 뭐 이런 식!
그랬던 일 스타일이 슬금슬금 변하기 시작~
올해부터는 조심조심~ 살살 하게 되더라구...
뭐 그게 세월 아니것어?!
산녀라고 어디 철인인감... 철인 삼종경기 출전한 것도 아니고말씨~
이제 김장이 1차 끝났으니 슬슬 월동채비를 완전히 해야한다구!
영하로 뚝뚝 떨어지면 고장나고 탈 나는 것들이 생겨!
가장 우선할 것이 마당이고 밭이고 널브러져 있는 호스들 거둬들이기~
속에 든 물을 싹 뺀 다음 둘둘 말아 묶어 푸대든 비닐이든 뭐든 푹 싸서 들여놨다.
두 뭉치는 좋은 놈들이라 실내로 들이고 세 뭉치는 허드레용이라 걍 소마구에 얹어놨다.
남아있던 화분들도 마저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이고...
내일은 대파를 뽑아 비닐하우스 안에 묻어놔야겠다.
한다한다하면서 미뤄졌는데 내일은 까묵지 말고 해야지.
비닐하우스 양쪽 문도 보온덮개나 뭘로 차양치듯 막아쳐 둘러줘야겠네..
바람이 장난아니여!
이번주말에 김장 100포기 절이고 그 다음주 중에 20여 포기 절여서 보내면 진짜 끝이다.
그러면 바로 배추밭을 정리해야한다.
남은 배추들을 뿌리채 뽑아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여놔야지...
그래야 겨우내 파먹고 닭들도 주고 그러지.
어제 오늘 사고를 쳤다.
일이 없이 가만 있으면 좀이 쑤시나벼~
주방 선반들을 싹 밖으로 치우고 가스렌지 위치를 바꾸고
한쪽 벽면을 온통 차지했던 책장 서너개를 치워버렸다.
책장에 있던 책들을 일일이 노끈으로 묶어내어 창고로 쓰는 방으로 처박았다.
실은 진작에 했어야 했는데 이제사 일 발동이 걸려 하는거지...
아이들 보던 책들인데 이젠 소용도 없고 누구 읽을 사람도 줄 사람도 없으니 천상 내다버려야 하는데 아깝긴 하고해서리
일일이 묶어서 놔뒀다.
나중에 아이들이 보고 정리하라고 숙제를 던져줬다.
그때 내버려도 되는 일이니께...
그러노라고 어제오늘 꼬무락 꼬무락 뭔가를 했다는 ㅎㅎㅎ
하고나니 주방도 훤하고 밥먹는 식탁방도 훤하고~
하는 김에 내일은 건넌방에 있는 책장 두 개를 정리할 참이다.
거기야 말로 아이들 어릴적 책들로 그득해서리...
만화책부터 교과서 참고서 동화책들 등등...
왜 안 버리고 저리 놔뒀나몰러...
여기 책은 싹 버려도 되지싶네~
나중에 손주들이 본다고?!
아니여~ 그땐 더 좋은 책들이 나오고 또 맞춤법이 틀려져서 보나마나여~
우리 시절 이야기는 우리로 끝내고 아이들 시절은 다를겨...
좁은 집이지만 좀이라도 너르게 쓰기 위한~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 나가니 집구석 이것저것들 헤쳐모여를 해야할 시점이여!!!
빈둥지증후군은 없으야~
이제 이 집을 온리 산녀와 나무꾼만을 위한 집구조로 바꿔야것어!
하나씩 둘씩~ 사부작사부작 하다보면 되것지...
90세 어르신이 가장 후회되는 것 하나가
60세 때 인생 다 산 것처럼 내려놓고 산 것이라고...
이젠 그런 세월을 살아야 한다.
어제를 후회하지 않으려면 오늘 잘 살면 되고
내일이 올지 말지 어찌 아나! 밤새 안녕이여~
그러니 오늘 하루만 잼나게 신나게 살아보자구!!!
그러면 수십년 후 되돌아봐도 미련은 안 남것지 뭐~
오늘도 꼬무락 꼬무락~
아!
근데 내 손~
이 두손이 참말로 많은 일을 하더라...
참 미안하고 고맙고 짠하더라...
이 두 손에 뭐라도 발라주고 쓰다듬어줘야겠어!!!
아~ 두 발도...
참 많이 돌아댕겼다...
무식한 쥔장 만나서리...
사진은 제주에서 먹으라고 온 귤이고~
엉뚱한 곳으로 배달이 가서 찾아왔다 ㅎㅎ
또하나의 사진은
33년 전 듣던 lp판 레코드를 먼지 속에서 찾아내어 참말이지 오랜만에 옛 곡들을 들었다...
유명한 영화음악들인데... 고요한 저녁에 나무꾼이랑 둘이 앉아 들으니 참 지난 세월이... 아득하다...
세월이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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