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 집집마다 들깨 찌느라 분주하다.
빨리 찐 밭에 들깨는 이미 다 타작해서 푸대에 들어앉았고
지금 찌는 밭은 언제 하려나 비가 또 오는데...
우리는 빨리 찐 편에 속해서 비오기 전에 밭에서 헛간으로 실어날라놨다.
괜히 비 맞췄다가 일손 있을때 일 못하는 상황이 생길까봐...
운반차를 몰고 밭으로 올라가는데 뭔 트럭이 입구를 막고 있네.
요새 산에 약초꾼들 다닌다더니 그런 사람들인가보네.
그럼 연락처라도 남겨두고 가던가... 남의 밭 입구에 이리 떡하니 세워놓으면 우짜란 말씀?!
할 수 없이 구루마 두 대를 끌고 가서 영차 영차 실어날랐다.
두 번을 그리 하니 지쳐서리...
트럭이 막고 선 곳을 원망스레 쳐다보고 있자니 트럭이 막 움직이네?!
옳다됐다 싶어 그 트럭한테 한 소리 하려고 다가갔으나 창문도 열지 않고 휙 쏜살같이 가버리네...
나쁜 사람들... 산에서 뭔가 잔뜩 해갖고 가방이 빵빵하더만...
에라~ 할 수 없지...
그래도 지금이라도 차를 치워주니 다행이지 뭐... 그러면서 운반차를 몰고 가서 한번에 싹 실어왔다!
차를 갖고 갔으면 두 번이면 되는걸~
힘들게 나무꾼이랑 산녀랑 구루마에 들깻단을 처싣고 묶어 울퉁불퉁 밭둑을 내려왔으니 얼매나 힘들었것어...
뭐 그래도 비 오기 전에 다 실어와서 소마구에 들여놨으니 이제 시간 나는대로 뚜드려서 타작하면 된다!
식전에 월동시금치 씨앗 한봉지 밭장만해서 뿌리고
이런저런 가을에 뿌릴 꽃씨들을 꺼내어 자리를 찾다가 다시 구상을 해본 다음 뿌리기로...
나무꾼은 예초기 짊어지고 밭정리하러 가고
빈 들깨밭 풀들을 지금 정리해줘야 내년 봄 밭갈기가 좋거든...
그리고 무 배추밭도 풀이 무성무성하야...
나무꾼의 예초기 실력이 이젠 예술적으로 발전하여 고랑고랑 포기포기 풀들을 골라 벨 수 있다나...
좋은 일이여...
산녀는 어제 베어온 토란대 정리에 들어갔다.
잠방들 죄 꺼내놓고 퍼질러앉아 가위로 일일이 자르고 칼로 쪼개고...
해도해도 끊없는... 단순작업...
오늘 다 못하고 천상 내일까지 해야겠구나...
이웃 아지매 지나가다 삽작거리에서 기웃 쳐다보며 한 말씀하시네...
토란대 그거 껍질 벗기지 말고 그냥 말리라고...
건조기에 65도에 맞추면 잘 마른다고...
그리고 끓는 물에 몇번 뒤적여 삶으면 부들부들해진다고...
이렇게 산경험을 들으면 참 좋다.
항상 어슬픈 산녀 일솜씨를 보면서 뭐든 한마디 거들고 싶어하시는 이웃 아지매들~ ㅎㅎㅎ
온통 밭을 풀투성이 만든다고 잔소리도 해가면서~ ㅎㅎㅎ
집 안이고 밖이고 밭이고 간에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꽃을 심어대는 통에 꽃집아지매란 소리도 듣고 살지만
그래도 풀 자라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시더만...
텃밭에 상추 자라는 곳에 다기탈리스도 같이 자라는 꼴 좀 보소!
그 옆엔 국화랑 감국이 자라고 그 옆엔 풍접초와 취꽃이 자란다...
몰러... 되는대로 심고 살고 하는 거지 뭐...
방울토마토는 끝까지 잘 달리네...
내일 마저 따야겠군...
다음주엔 갑자기 추워진다니 우째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