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은 참 잘 자란다...

산골통신 2021. 6. 11. 10:21
















저들에게 본받아야 하지...
무얼 위해 저리 열심히 자라는지 좀 묻고 싶다.

뒷골밭하고 상당 두 군데 매실밭 풀들이 어마무시하다.
상당은 어찌어찌 해결봤는데
뒷골밭은 작년 겨울 올 봄 전지해놓은 나뭇가지들을 안 치워서 제초기가 못 들어간다.

도시장정들이 치워준다고 해놓고 흉내만 내고 다들 도망갔다.
그리곤 매실 따러 온다고...

천상 나무꾼과 산녀의 일거리인데
며칠째 치우고 있다. 풀에 엉키고 덮여서 일일이 걷어내고 찾아 끄집어 내어야 했다.

나무꾼은 전지를 무지막지하게 한 산녀에게 마구 짜증을 내고
산녀는 왜 일 잘 한 사람에게 짜증이냐고 뒷설거지를 제때 못한 남정네들이 잘못했다며 맞대거리를 하고...
온 겨우내 온 봄내 뭐하고 있다가 지금와서 이 난리냐고...
며칠째 실갱이를 하며 나무를 치우고 있다! 앞으로 이틀은 더 해야한다!!!

하긴 어따 하소연 할 데도 없는 무늬만 나무꾼...
일 저지른 산녀한테나 짜증내고 화내야지 별 수 있나...

산녀가 이리 나무들을 강전지 안 했으면 일이 돌아가나...
집 뒤안은 귀신 소굴 되었을거고
뒷골밭과 상당은 정글이 되었을텐데...

평소 남녀 차별은 안 하는데 아무래도 힘이 더 딸리는 건 여자인지라
나무 자르고 치우고 하는 일은 남자 일이라 좀 군소리 말고 해줬으면 싶은데
어찌된거이 그것조차 산녀 일거리가 되어버리니...
그만 심술이 나서 일을 저질렀지 뭐...

나무꾼 시방 고생 중이다...
무지막지하게 일 저지르는 마눌 잘 못 만나서리~

처마 서까래 하나가 삭아 떨어져 나간 틈새에 참새부부가 알을 깠다.
새벽마다 시끄러워 죽는다...
하필 그 자리가 산녀가 잠자는 창문 있는 자리인거라...
알람도 필요없고 그냥 새벽같이 참새 새끼들 밥 달라는 짹짹 소리에 그냥 잠이 깬다.
쟈들은 잠도 없어...

일 마치고 마당 흔들그네에 앉아 좀 쉬고 싶어도
봉덕이가 차지하고 안 내놓더니 이젠 그 자리를 마당냥이들이 죄 차지하고 안 내놓아 봉덕이도 쫓겨났다.
하릴없이 그냥 봉당에 앉아 쉰다...

아침 일거리 한바탕 해치우고 들어와 마당 화분들 밤새 내린 비에 괜찮은가 한바퀴 돌아보고
밥 안치고 나온 쌀뜨물 한 양푼 처마 아래 들앉아 비를 안 맞은 화분들에 골고루 부어줬다.

상당 도랑가에 심은 삼색병꽃이 저리 피고지고 있더라...
어려서 풀 속에서 눈에 안 띄었었나벼...
꽃이 피니 저리 이쁘구만...

빨강 줄장미 세 그루 비탈 아래에 심었는데 꽃이 피었더라.
드넓은 상당 여기저기 나무들은 숱하게 많이 심었는데 뭐를 어따 심었는지 자꾸 까묵어 일삼아 찾아보러 댕겨야 한다.
산딸나무 다섯그루는 아직도 어디 있는지 못 찾았다. 잎을 보고 긴가민가한 애들이 좀 있는데 갸가 갸 맞는지 꽃이 피어봐야 안다.
저 나무들이 다 자라면 볼만 하겠네... 십년대계라 했으니~

그나저나 매실은 언제 따나...

오늘은 비가 오니 그냥 쉬어야겠네...
날궂이 적에 막걸리나 한 잔 할꺼나...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여름이다!  (0) 2021.06.16
벌레들은 산녀만 이뻐해...  (0) 2021.06.13
누가 그랬다...  (0) 2021.06.09
비 그친 아침...  (0) 2021.06.04
더위먹다...  (0) 2021.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