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되었다.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손구락아~
그럼에도 시작된 일은 멈출 수 없다.
식구들 입에 풀떼기라도 들어가려면 지금 일 안 하면 아무것도 없느니!!!
냉이는 이제 그만 캐러댕기야겠다.
그간 캔 냉이 다듬을 일이 아득하구만...
큰놈이 냉이 한줌에 오천냥 한다고 도시 마트 사진을 보냈다.
시들고 볼품없는 한접시도 안 될 것 같은 포장된 마트 냉이가
놀라워서 또 냉이를 캐고 또 캤더니만...
할 수 없지 뭐~ 오늘 저녁내내 다듬는 수밖에 ㅎㅎㅎ
오늘은 언덕 위 산나물밭 풀메기를 했다.
명이나물과 부지깽이 곰취 곤달비가 살고있는 곳부터 시작했다.
사실 풀이라 하기엔 예전 산녀 어릴 적엔 다 먹는 나물이었어...
망초랑 냉이랑 꽃다지랑 이름모를 풀들 다아 먹는거라구...
하지만 지금은 잡초여!
냉이도 싸그리 긁어버렸다.
곰취는 이 산골짝 기후엔 잘 안 맞고 곤달비가 맞는갑다.
곤달비는 마구 번성을 하고 사는데 곰취는 또 반이상 사라졌다.
대신 존재가 미미해 다 없애버리려던 명이나물이 기를 펴고 살고있네.
곰취도 다 없애버린다고 엄포를 놔볼까?!
눈개승마도 촉을 내밀고 취나물은 아직 소식이 없다.
두메부추가 올라오고 정구지가 돋는다.
참나물이 여기저기 돋아나고
삼동추가 뜯어먹기 좋게 잘 자랐다.
부지깽이나물도 뜯어 나물해먹으면 좋겠는데 다른 먹을게 많으니 좀 찬밥신세네... 사실 큰 맛이 없거든...
이 나물 저 나물 뜯어다가 데쳐서 그냥 몽땅 한데섞어 들기름 조금 멸치액젖 조금 매실액 조금 넣고 샐러드처럼 해서 먹었다.
대충 막해서 먹으니 별미구만~ 뭐 이렇게 해먹는것도 있나 싶지만 내맘이지 뭐...
양파 마늘밭에 다시 비닐을 씌워주고 싹을 꺼낸다음 흙을 덮었다.
반타작이긴 해도 이게 어디냐 싶다.
마늘 잎하고 마늘쫑이라도 좀 얻어묵으려고...
첨엔 언제나 엄두가 안나서 할 수 있을까 싶지마는
묵묵히 하다보니 반을 하고 또 하다보니 다 했네...
농사일은 그렇다.
봉덕이는 산밭엘 따라가고 싶은데 요새 안 데려가주니 심술이 났다.
산녀 옷에서 산밭 냄새가 나는가보더라 ㅎㅎ
다른 밭에 갔다오면 별 말을 안 하는데 꼭 산밭에 갔다오면 막 뭐라고 퉁퉁거린다.
마당냥이들은 요새 산녀가 잘 안 놀아주니 심심한지 밖으로 돈다.
삼숙이가 간 뒤로 봉덕이는 흰코하고 친하게 지낸다.
삼숙이가 남긴 11마리 새끼들 중 8마리 남았다.
내일은 이 밭 저 밭에 거름을 내야겠다.
구루마로 갖다 부어놓고 딴일 한다고 흩어깔지를 않았으니...
산밭에는 이제 별천지가 되었다.
이제 산밭이라는 이름보다는 상당이라 부른다.
상당은 이제 일오암 현판을 달았다.
삼존탑도 조성되고 아미타관심불도 모셔졌으니 이제 상전벽해가 되었다고 해야하나...
많이 달라졌다. 매실나무가 반 이상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것들이 들어섰다.
어제는 남아있는 매실나무 백여 그루에 거름을 주고 닦아놓은 빈터에 돌을 골라내고 그 자리에 캔터키그라스 풀씨를 뿌리는 일을 했다.
이 골짝 땅은 건드리면 돌이 나오는지라 함부로 괭이질 삽질을 하면 안 된다.
어제도 돌 한차 골라내었다구!!!
하기맥히고 지쳐서 나중엔 나무꾼보고 더는 괭이질 하지 말라고 마구 말렸다!
괭이질 한 번에 돌 열댓개 나온다구!!!
잘못하면 바윗덩이도 캐야한다구!!!
상당 가는 길목에 있는 아쉬람터에는 아직 뭐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아쉬람연못은 완성되고 물도 그득찼으니 이제 그 주변에 꽃들을 갖다 심어야 하는 일이 있고 주위에는 묘목들을 구해 심기로 했다.
해뜨면 나가 일하고
해지면 들어와 쉬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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