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로 내려가서 샘가 들냥이 물그릇이 얼었다.
비우고 다시 물을 받아놓고...
들냥이들은 방티연못 물을 더 좋아하더만~
맛의 차이가 뭐가 있으려나...
찬바람 하루종일 불어제낀 날 낙엽이 우수수 마당 그득 굴러댕더라...
봉덕이도 추운지 아궁이칸으로 들어가고
마당냥이들은 구석구석 낑겨들어가 서로 뭉쳐 있더라.
한달 전 태어난 아기냥이 여섯마리는 할매집으로 이사갔다.
벌써 몇번째 이사인지 원~
사람을 안 무서워하고 산녀를 엄마처럼 따라댕겨서 발에 밟힐까 걱정이다.
닭집 가야하는데 한 마리가 계속 따라와서 바구니에 담아놓고 갔다왔다.
닭집앞 단감나무는 언제 따노...
도시장정들 와서 따라 했더니 일하느라 바빠 못 땄다.
천상 산녀 일거리다.
다음주에 온다던 지붕수리업자가 갑자기 들이닥쳐 자재며 공구를 부려놓고선 내일 공사한다고 일방 통보!
그래서 일정이 와르르 어그러지고 내일은 일꾼들 다섯 점심 차려내야 한다.
뭐 춥기전에 하면 좋기야 하지마는...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
돌탑일꾼들이 네개째 쌓고 잠시 쉬었다가 다음주에 마지막 돌탑을 쌓으러 온단다...
제발 마지막이길 빈다...
해서 잠시 산녀의 천금같은 휴가가 시작되었는데
그걸 시샘하듯... ㅠㅠ
지붕업자가 들이닥치네...
산녀 노는 꼴을 하늘이 못 봐넘기나벼...
그래서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하고 탱탱 놀아버렸다!!!
오늘 안 쉬면 쉴 새가 없으므로...
맛있게 익은 깍두기와 총각김치 등등 한동안 먹을 수 있는 국과 반찬들을 바구니 세 개에 담아 대처 애들집으로 보냈는데
중간에 깍두기와 총각김치가 사라졌단다...
애들이 아무리 찾아도 없더란다...
산녀 추리끝에 나무꾼이 어데로 빼돌렸지 싶었는데 아니나달러...
어데 수행가는데 그 곳에 먹거리가 변변찮아 쌀과 김치 등등을
그쪽으로 가져갔단다...
그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찾고 또 찾고
산녀는 어데 있을겨 찾아봐~ 그러고 있었는데...
참내... 말이나 하고 가져가지...
애들 먹을거를... 안그래도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던~
깍두기와 총각김치를... 딱 그거를...
가져가서 대중들이 잘 먹고 인기가 좋았다 하니 맘은 좋지만
거기 가져간다했으면 따로 담아줬을거 아녀...
자초지종을 듣고선 웃을 수도 울 수도 ㅎㅎㅎ
그냥 허허~ 하고 넘겨버렸다... 어쩔겨...
뭐든지 퍼주기 좋아하고 어데 줄 곳만 찾는 그런 사람인지라...
본인도 챙겨가며 하면 뉘 뭐라나...
오늘 그런 일이 있었다...
슬슬 추워지니
내일은 무도 뽑아서 저장하고 시레기도 걸어야 하고
사라진 깍두기와 총각김치도 또 담궈야 하고 등등
일꾼들 내일 온다하니 밥상 차릴 준비도 해야하고
내일부터는 또 바빠지니
천금같은 오늘 하루 잘 쉬었다...
지난 며칠간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인간말종하고 한바탕 쌈도 하고
이런저런 일 중간에 서서 해결도 해주고
도시장정들 이것저것 챙겨 차에 실어주고
돌탑일꾼들 밥해주고 뒷치닥거리 하고~
머릿속이 다사다난하여
뭐가 정리가 안되더라...
그 와중에
사모님은 기골이 장대하시네요...
라는 말을 들어
밥 먹다 말고 멍~ 해져서...
그냥 웃고 말았는데...
그 말 들은 충격이 며칠을 가더라...
옛날 항우 장사가 기골이 장대하다는 말을 들었다던데 말이지...
흠...
그렇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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