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언넘의 소행인지...(닭사체사진 조심)

산골통신 2020. 10. 24. 17:43


1시에서 2시 사이에는 아무 일 없었다...
그뒤 5시 지난무렵 알 꺼내고 문 닫으려고 갔지...

제일 어린놈들 두 마리 들어갔나~ 둘레둘레 살피는데 얼레? 저게 뭐냐?!
닭들 노는 큰운동장에 시꺼먼게 뭐여? 후다다 달려가보니
제일 어린놈 중 하나... 또 그 옆 울타리께에 나머지 한놈...
한놈은 내장을 다 뜯어먹혔고 한놈은 그냥 죽어있었다.

아직 따뜻한 걸 봐서는 뜯어먹다가 산녀 올라오는 기척에 놀라 달아났는지...

데체 언넘의 소행이여?!
족제비 짓이라면 사체가 닭집 안에 있어야 하고 주로 밤 새벽으로 사냥이 일어나는데
이건 대낮 해가 서산에 걸쳐져 있을 무렵인걸...
그러면 이건 매의 짓인가?

이거야 원~ 닭 못 키우겠네...
족제비에 쥐에 뱀에 삵쾡이에 매에...
온통 천지가 닭사냥꾼들이여...

닭집 안 애들 상황이 어쩐가 하고 들어가보니
죄다 구석에 몰려가 숨어있네!
그렇다는건 일이 일어난지 얼마 안 되었다는 거지...
한참 사냥한 식사를 즐기고 있던 차에 산녀가 들이닥쳤다는 거구나...
아무리 살펴봐도 사냥꾼의 흔적은 안 뵈고...
어디 몰래 숨어서 훔쳐보고 있겠지...

병으로 죽은 놈들도 아니고
그대로 땅에 묻기는 그래서 들고내려와
큰 들통에 물 끓이고 있다.
털뽑아서 삶아묵어야지... 아깝자노!!!

망할~
이로써 올봄 내내 족제비에게 50여 마리 닭을 희생시킨 끝에 겨우겨우 병아리집을 새로 만들어 늦여름 14마리 병아리를 깠는데...
애지중지 키워 밖에 내놨더니만... 아주 알뜰히 다 해잡쉈네그랴...

오늘 하루 끝이 참 버라이어티하네...
조용조용 생강 마늘이나 까고 갈고 갈무리하던 일상에서 막판에 이러니...

아무래도 저 닭집은 포기해야겠다.
다 벗겨내고 새로 비닐씌워 고추나 키워묵어야지!
닭집은 작은 헛간으로 가던가 아니면 나무꾼이 새로 만들어주면 그곳으로 옮기고...

산짐승들도 작고 연약한 애들만 사냥을 하더라.
지금 남아있는 암탉 8마리와 장닭 4마리는 지들이 힘으로 해보지 못하는 모양이지?! 참 쟈들도 그 험한 꼴 다 보고 살아가려니 힘들것어...

지금 암탉 한 마리가 알 품겠다고 빈둥지에 들앉아있고
병아리집에 금방 깐 병아리들 품고 있는 엄마닭 있는데
쟈들이 제일 위험하겠네... 잘 살펴야겠다.

이 산골짝은 드문드문 민가가 있고 뒷산 너머로는 주욱 산맥이라 민가가 없다...
그곳은 이제 사람인적 없는 산식구들의 세상이지...
어제아침 할매산소 윗쪽에 고라니 두 마리 놀고 있다가 산녀를 보고 뛰어가더만...
이짝 산자락엔 멧돼지 흔적은 다행히 없고...
저짝 산자락엔 멧돼지들 놀이터가 된 모양이고...
그들의 천적은 인간 외엔 없는 건가...

밤바람이 차다...
오늘 사냥당한 어린닭 두 마리 털뽑고 해부해서 씻어 냉동에 넣어두었다.
나름 영계인데 손님 오시걸랑 해묵던가...

이런 이야기를 도시 친구들에게 하면 다들 멍 때린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인건가... 산녀의 사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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