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이거이 풀농사~

산골통신 2020. 9. 28. 15:25













돌밥돌밥 신세를 잠시잠깐 내려놓고
산밭에 그야말로 오랜만에 올라가봤다.

무쇠삽 하나씩 들고 나무꾼과 산녀는 하루종일 삽질을 했노라... 온다던 포크레인기사 오길 기다리다 하세월~ 그리고 한시간 일거리 그거 하자고 기사양반 일하다 말고 쫓아오진 않을터...

그냥 삽질합세!!!

이노무 산골짝은 삽질만 하면 물이 퐁퐁 솟는 지역인지라 어델 함부로 땅을 못 판다.
팠다하면 물이 흘러 도랑을 해자처럼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유공관을 묻어 물길을 잡아줘야 한다.

몇년전 유공관을 묻어 자알 해놨는데 포크레인기사가 땅 파다가 유공관을 건드려 그만 작살을 내놨네그랴...
물이 흘러흘러 온 산밭을 가로 흘러... 늪지대를 만들어놓았다.
급기야 제초 관리기도 못 들어가고 운반차도 못 들어가는 불상사가...
나중엔 사람도 다니기 힘든 정도로 질퍽거려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유공관 깨진 부분부터 도랑을 파서 주욱~ 주욱~
밑으로 도랑을 만들어 물길을 잡아야했다...
참 물도 많이 내려온다...
물 흐르는 작은 도랑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속으로 염을 했는데
그 속을 읽었는지 그만 도랑이 척! 하나 생겼네?!?!
헐헐헐...

산밭을 세로로 내리질러 도랑이 하나 생겼다.
구비구비 폭포도 만들어도 되겠네 ㅎㅎ
흘러가는 물이 참 아까워서 괭이로 긁적긁적 물이 고이게 해보니 제법 뭐가 되네...

산밭엔 지금 야생화 천지다.
하얀 구절초 보랏빛 개미취 색색깔 코스모스
꽃범의꼬리 빨간 꽃무릇 메리골드 공작초 철늦은 봉숭아 등등...

연못엔 고마리꽃이 별처럼 돋아나고 분홍여뀌가 무리지피어있다.
풀들이 무성해서 낫으로 길을 내가며 다녀야하지만 그냥 멈춰서서 오롯이 가을 한가운데 서 있어보니 좋더라...

산밭에 꾸며놓은 꽃밭에는 서너가지 꽃들이 피어있는데 풀이 너무 무성해 차마 꽃밭이라 말할 수가 없더라...
올해 풀농사 오지게 잘 지었다.

산나물밭에는 곤드레가 거의 점령해서 풀을 이겨먹고 있는데
곰취와 참취 방풍들은 어찌 지내고 있는지 알도리가 없다.

나무꾼이랑 하루종일 삽질해서 물길을 파고 유공관을 놓고 다시 삽질해서 흙을 묻고 길을 다독거려 밟았다.
그걸 두 군데 하고나니 그만 기진맥진...
들고간 밥바구니를 마가목 나무 아래 평상에 펼쳐놓고
허겁지겁 국밥 만들어 퍼먹고 한참을 늘어져 쉬었다.

꽃무릇 심어둔 곳에 풀이 무성해 낫으로 좀 쳐서 햇살이 들어가게 해주고
범부채 씨앗 좀 한 바가지 받아놓고
영산홍 다섯그루가 풀 속에 묻혀 있길래 그놈들도 구출해주고
새끼뱀 한 마리 후다다 도망가길래 안뵈는 풀섶으로 가라고 툭 건드려주고
앵두나무 반이 환삼덩굴에 묻혀있어 그놈들 걷어내버리고
밤나무 아래 알밤 많길래 좀 줍고
일은 가지가지 많이 한 거 같은데 보면 달라진 것이 없더라...

알타리무 솎아다가 씻어건져 한다라이 김치 버무려놓고
물김치도 아닌 그냥 자작하게 반반 담았다.
까짓 여그다 물 부으면 물김치 되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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