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나가 일다운 일을 했다.
그간에는 동동거리면서 딱 필요한 일만 하고 후딱 겨들어오기 바빴는데
오늘은 여유있게 텃밭 비닐하우스 안 아이들에게 물 뿌려주고
나물 사이사이 풀 좀 뽑아주고
벌레 있나 살펴주고
새싹 올라왔나 화분들마다 들여다봐주고 등등...
배추는 벌레들이 많이 안 끼었는지 이겨내고 있고
시험삼아 모종판에 씨를 부어 키워서 모종을 한 무싹은 잘 자라고 있다.
솎아먹어도 되고 그대로 키워도 되고...
뿌린 적 없는 고들빼기가 싹이 터 자라길래 냅뒀더니 저리 자랐다.
뽑아서 김치담으면 한동안 잘 먹겠네.
당귀도 순이 제법 올라오고
백일홍 가지를 몇개 삽목해두고 잊어버렸는데
서너 그루가 꽃을 피웠더라 세상에나... 이쁘고 기특하고 고맙고...
연은 잎이 시들어 고개를 숙이고...
대궁을 잘라 그대로 덮어주었다.
연은 자기 잎 거름을 좋아한다는 말을 어데서 들은 기억이 나서...
가을 햇살이 좋다.
아침저녁 서늘해서 오소소... 추위를 느낄 정도고
냉동실 뭐 꺼내다 한동안 들고 있었는데 얼마나 손이 시리던지 원...
닭집 병아리들 14마리 까서 지금 어찌된 일인지 9마리 남아 있더라.
여엉 말 안 듣고 마치 초딩처럼 닭집 울타리 안에서 온통 말을 일구며 살고 있다.
큰 닭들에게 치여가며 사느라 고생이지 싶어 냅두고 있는데
저녁늦게까지 안 들어가고 버텨서리... 일찍 닭집 문 닫는데 애를 좀 먹고 있다.
암탉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싶어 둥지에 들앉아 있는데 사람이 가까이 가면 냅다 튀어나와서
볼때마다 내쫓고 있다.
알을 품어 성공시킬 닭은 아무리 내쫓아도 알둥지를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고집이 있어야 한다.
봉덕이와 마당냥이들은 그간 손님들이 이쁘다고 챙겨주는 바람에 맛난 것 많이 얻어묵고 살았는데
이제 다 가고나니 지들 밥그릇 비었다고 산녀를 볼 때마다 쳐다본다 ㅎㅎ
삼숙이는 곧 몸을 풀 모양이다.
저 철부지를 어쩌면 좋을꺼나...
모처럼 한가한 아침에...
늦잠을 자도 될 일인데 문득 깨어나 이리 안팍으로 돌아댕기며 그간 못 돌보았던 일들을 찾아 하고 있다.
어젯밤 늦게까지
대처 아이들에게 보낼 반찬 몇가지 만들고 싸고 하느라고...
한동안 뭐 먹지 할 걱정없이 이것저것 좋아할만한 것들로
아이스가방에 그득 담아 올려보냈다.
바쁘다 바쁘다 해도
그동안 할 일은 그럭저럭 하고 살았는지
밀려있는 일은 그렇게 없더라...
밭마다 웃거름 주는 일만 하고
고랑고랑 큰 풀만 잡아주면 되겠네.
아!
그리고 손님들 중 한 분이 준 팁!
담뱃진과 횟가루를 뱀 출몰 지역에 뿌리면 좋대여...
한 몇개월 효력이 있다네?!
그리고 땅 속에 진동을 일으키는 말뚝을 박으면 좋고!
사실 산녀도 이젠 뱀 그만 잡고 싶다고요...
난들 잡고 싶겄으?!
그간 집 주변에서 잡거나 만난 뱀 사진들을 손님들에게 뵈주니
까치살모사 쇠살모사 유혈목이 들이라네~
오메 잡것 염병할~
담뱃진은 담배 피는 사람이 없으니 천상 구하기 그렇고
횟가루를 사서 뿌려야겠다.
사실 면에서 나눠주는 살충제나 제초제 등을 뿌리면 좀 덜하다고 하지만
마당에 살고있는 식구들이 있는지라 갸들에게 해가 갈까봐
조심스러웠고 맘이 내키지 않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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