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잠깐의 무지개

산골통신 2020. 8. 3. 09:45







주구장창 흐리고 비오고 또 흐리고 비오고 하는
그 와중에 잠깐 뒷산 하늘이 말게지더니 산위에 해가 드리워졌다.

흐음... 이제 좀 개려나... 하고 봉덕이 데리고 산길 들길 물길 닥치고 걷던 중...
무심코 바라본 마을 뒷산 하늘...

무지개 떴당!!!
바로 우리 산밭 위 하늘에...

한참을 바라보고 찍고 하다보니 어느새 사라져버린...
이 무지개를 본 사람 얼마 안 될겨...


이짝지역 호우주의보 경보 숱하게 내리더니 어젯밤 잠잠했다.
나무꾼이 지붕 위에 올라가 급한대로 우레탄폼을 쏘아 의심가는 틈새를 막긴 했는데
임시방편이고... 조만간 대대적인 수리를 해야한다.

잠깐 비가 뿌리더니 또다시 잠잠...
오늘 하루종일 그럴듯...

잠깐 잠잠한 아침나절에 산골 이웃들은 오미자밭 고추밭에 때는 이때다 하고 약을 치기 시작한다.
어제그제는 웬 탱크로리같은 트럭이 들이닥치더니 그것도 식전 6시경에
논마다 돌아다니며 약을 치고 갔다.
저번엔 드론으로 공동방제를 하더니 이번엔 대형 트럭으로 대량 살포를...
자다말고 난데없는 소리에 얼마나 시끄럽던지 그만 못 참고 뛰쳐나가 그 존재를 확인하고 고개 절래절래 흔들고 들어왔다.

저 아래 냇가 물은 조금 빠졌다.

텃밭 비닐하우스 안 연화분 열한 개
백련 두 송이 피고진 다음...
오랜만에 홍련 하나가 피어난다.
얘들이 아직 어려 그런가... 아니면 생육환경이 별로라 그런가...
꽃이 많이 안 온다.
뭐 그래도 연잎 그득한 걸 보면 보기좋더라.

산삼씨앗을 누가 주길래 한 귀퉁이에 뿌려놨었다.
그중 대여섯 포기가 싹이 터서 지금 3년째 저리 자라고 있다.
작년부터 열매가 맺혔는데 새가 쪼아먹었는지 흔적이 없고
올해 운 좋게 발견~ 씨앗을 따와서
몽창 갈아서 나무꾼한테 상납했다.
산녀는 삼하고는 체질상 안 친혀...

머구를 낫으로 베어와서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있다.
들기름에 양파 마늘 고추넣고 들깻가루 넣어 다글다글 볶다가
조갯살 있으면 넣고 멸치액젓이나 간장으로 간해서 먹으면
기맥히게 맛이 좋다.
물을 넉넉하게 부으면 나무꾼 좋아하는 국이 되고
자작하게 볶으면 산녀 좋아하는 반찬 되고
조갯살이 다 떨어져 없고 고둥살이 있길래 넣어버렸다. 그거나 이거나 ㅎㅎ

어느해
바닷가 친척집에 인사갔다가
안주인 어르신이 잠깐만 기다리라 하시더니만 금새 바닷가에 가셔서 조개를 잡아다
저 머구볶음을 해주셨더랬다.
산녀는 생전 처음 본 요리라... 맛만 보고 얌전히 있었는데 그때 갓 새댁이었었거든...
같이 간 어르신 중 한분이 그릇째 들고 그 요리를 혼자 다 드셨다는...
머구만 보면 그때 생각이 나서 슬쩍 웃음이 나는...

아까 막둥이 군부대 소대장?! 전화가 왔다.
사병들 본가에 피해가 없는지 안부전화한다며...

첨엔 걱정할까봐 피해가 적다고 했는데 뭐 이야기하다보니
지붕에 비가 새고요~
마당이 푹 꺼지고요~ 축대가 군데군데 무너지고요~
밭에 도랑에 토사가 내려와 막혀 넘쳤고요~
농작물 엉망진창이고요~ 등등...
내도 모르게 주절주절거리고 있더라는... ㅋㅋㅋㅋㅋ

피해가 크면 위로차원에서 휴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하지만 울 막둥이 이미 휴가가 잡혀있는걸 뭐~
새삼스레 구차하게 이야기할거 있나 싶어 피해는 이러저러하지만
이게 이 산골짝에선 장마철이면 일상이라... 무삼하다... 라고
전화 고맙다고 했다.

파란 하늘 본지가 수억년도 더 된 것 같다 ㅎㅎ
막상 폭염 오면 또 하늘 욕할거면서 ㅋㅋ

이래도 탈~
저래도 탈~
하늘 아래 땅 위에서 한 목숨 부지하고 사는 인간이란 존재는...
명 다하는 날까지는 이러고 살지 싶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설거지  (0) 2020.08.04
지리한 장마 속에 피어나는 꽃들...  (0) 2020.08.03
90년만의 폭우랴...  (0) 2020.07.30
또 비가...  (0) 2020.07.27
두번째 병아리와 첫물 고추  (0) 2020.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