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두번째 병아리와 첫물 고추

산골통신 2020. 7. 26. 20:12




다음주 또 비가 퍼붓는다하니
더는 미룰 수가 없어 첫물 고추를 따기로 했다.
아직 좀 이르긴 하지만 하늘하는 양을 보니 어이할 수가 없네...

산골 이웃들도 서둘러 고추를 따고 네번째 줄을 매주느라고 하루종일 고추밭에서 살더라.
간간이 병이 왔다고 한탄을 하면서...

탄저병 외에는 다른 병이 안 와서 그나마 고추가 깨끗했다.
나무꾼이 두 고랑씩 맡아 따나가고
산녀는 네번째 줄을 매나갔다.
비를 맞아 무거운채 축축 늘어진 고추 줄기들을 일일이 걷어올려가며 줄을 매줬다.
가지가 꺽어지기도 하고 고추들이 떨어지기도 하고...
작은 손해는 감수하며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과감히 고추대궁을 세우고 묶고 했다.

다행히 오후 잠깐 비가 그쳐줘서 일을 할 수 있었다.

응달말 장등 아지매는 고추밭하고 참깨밭에 영양제를 뿌린다는 것이 그만 제초제를 뿌려 고추고 참깨고 모두 시꺼멓게 썩어들어갔다.
하이고 ㅠㅠ
눈이 침침해서 약통을 잘 못 보고 그러셨단다...
어쩐지 저 멀리 보이는 밭이 시꺼매서 저게 뭔고 했었는데...
그런 사단이 난 줄 몰랐었네그랴...
장등아지매 속상해서 우야노 그래...

첫물 고추로 여나문 바구니 나왔다.
그럭저럭 이 장마에 이나마 나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다음 두물째 고추가 제일 문제다...
마음을 싹 비우고 할 수 있는 일이나 열심히 해놨다.
나머진 하늘에 맡겨야지 뭐...
오늘 첫물을 서둘러 딴 것은 탄저가 확 순식간에 번지면 첫물 고추도 못 딸 것 같아서...

닭집엔 두번째 엄마닭 둥지에서 병아리가 까나오기 시작했다.
알 열한 개 넣어줬나?! 그중 몇 마리나 나오려나...
일곱마리까진 확인했는데 엄마닭이 안 보여준다 ㅎㅎ
모두 까만병아리다.

그 족제비 잡아 귀양보낸 뒤로 피해가 더는 없다...
그래도 조심조심 항시 구멍 단속을 한다.

하늘에 매도 돌아댕기니 병아리들을 두달정도 키워서 내보내기로 했다. 닭들에게는 사방 천적 투성이다.

오늘은 고추밭에서 하루종일 살았네...
딴 고추들은 하룻밤 재운 다음 내일 씻어건져서 건조기에 넣어야 한다...
태양초?! 이 장마에?!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일...

장에 태양초라고 나온 것들 90%는 가짜다...
그리고 힘들게 말린 태양초는 가용으로 쓰지 안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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