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잠시 비 그친...

산골통신 2020. 7. 25. 23:18















아침 부지런히 해먹고
나무꾼과 산녀는 고추밭으로 출동...
비는 주룩주룩 하염없이 내리지만 어쩔겨...
우비는 집어치우고... 그냥 작업복 허드레 옷으로 갈아입고 밀짚모자 눌러쓰고...

산녀가 쓰러진 고추대궁 걷어올려 고추말목을 잡고 있으면 나무꾼이 쇠망치로 때려박고
고추줄기들을 대충 걷어올려 줄로 붙들어매고...
미처 못하고 냅둔 세고랑을 둘이 비를 맞으며 해치웠다.
땅이 철벅거릴 정도로 비는 그칠 기미가 안 보이고...
괭이로 물길을 일일이 잡아 밭고랑 물이 잘 빠지게 해놓았다.

푸대를 들고와 군데군데 병든 고추들을 따내어 갖다 버리고...
일단 한바탕 손을 봐주고 들어와...
비 맞은 상태로 있을 순 없어 싹 갈아입고 씻고 그대로 뻗었다...

비는 오후에 잠깐 그치더라...
잠시지만 파란 하늘이 조금 보이는데 좀 신기헀으...

봉덕이가 좀 심심해하는 것 같아
데리고 마을 한바퀴 돌고 냇가로 둑길로 산밭으로 휘휘~
풀어주니 신나서 돌아댕기고 놀더라...

동네 한바퀴 돌면서 보니
이웃 아지매네 고추밭에 탄저병이 와서 밭 하나는 싹 뽑아버렸고
한 군데는 탄저가 와서 고추들이 엉망이더라...
우리도 드문드문 시작을 해서 걱정인데...

오다 만난 이웃 아지매 왈~
하늘이 그런다는데 어쩌겠냐고...

온천지 물구덩이... 습하고 습하다...
이 비가 그치고 땅이 좀 말라야 여기저기 손을 좀 대보겠는데...
산골이웃들은 요새 논에 피사리하느라 논에서 살더라...

농사일을 팍팍 줄이기로 했다.
큰 밭 두 군데를 나무를 심고 잊어버리기로 하고...
해마다 고추 심던 큰 하우스는 산나물 약초 심어두고 잊어버리고
집 주변 밭 세 군데만 농사 짓기로
방금 나무꾼하고 합의봤다.
내가 살고봐야지 땅 많다고 다 이고지고 짊어지고 가다간 내가 내 명에 못 살것어...

산골사람들 주변에 땅 매물로 나와도 사지 않더라...
있는 땅도 묵혀버리는 판국에...
여기저기 망초꽃 그득한 묵논 묵밭이 흔해졌다.
이게 현실이다.

산길 가다가 보면 작년만 해도 뭔가가 심어져있는 논밭에 잡풀이 무성하고... 그 이듬해엔 잡목이 자라고 있더라...

산녀네도 수천여 평 큰 밭 두 군데는 진작부터 나무심고 버려둔지 오래...
뭘 해보려해도 할 것도 없지만 할 일손도 없다.
이 산골짝 마을에도 그런 땅들이 여기저기 늘어난다...
어쩔겨... 이게 세월인걸...

잠시 쉰 다음 텃밭에 나가 비땜에 축축 늘어진 텃밭 작물들 일으켜 세워 지줏대에 묶어주고
꽃들이 이뻐서 좀 찍고 구경하고...
마당 아기냥이들하고 좀 놀다가...
그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었다.

@@사진이 참 웃기게 엎어지고 뒤집어지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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