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고 고추포기 사이사이 풀 뽑고
한나절 늘어져 쉬다가...
해거름에야 나섰다!
저 햇살이 너무 무서워서... 몇번이고 나가려다 돌아섰지...
이젠 식전으로 일 못하면 그날 일은 못한다 봐야한다.
마당에 들어서니 8시여라...
봉덕이는 산녀 손에 들려있는 닭알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발동동~
삼숙이는 저녁 캔 식사가 늦었다고 아웅아웅...
노랭이는 이때껏 산녀랑 같이 밭메다 들어왔고...
노랭이 이 녀석 쫓아댕기는데 재미붙여 어디든 같이 간다.
해거름 닭집 앞 작은 텃밭에 풀이 많아 그거라도 할까하고 갔지.
큰 풀은 없는데 싹이 터서 자라는 애들이 성가셔할까싶어...
그 밭에는 대파 정구지 치커리 바질 루꼴라 아스파라거스 토란 더덕 부지깽이나물 얼가리배추 열무 알타리무 쑥갓 등등이 자라고 있다.
이번에 오이 모종 열댓개 심었고...
확실히 이 밭 흙이 옛말로 오복토라고...
엄청 부드럽고 돌이 없고 포실포실하다.
마치 밀가루같아...
뭐든 심어도 다 잘된다.
고랑고랑 풀을 긁어내는데 이노무 노랭이 쫓아와서 앞에 앉아 안 비키네...
호미로 쫓으면 지하고 장난하자는 줄 알고 되려 풀짝거리고 논다.
풀을 캐서 던지면 그것도 갖고 놀고...
생전 할매가 들냥이 한 마리가 죽어가길래 마루 안에 들여서 사흘밤낮을 밥이랑 물을 주고 보살폈다나...
뭐 보살핀 것도 아니고 그냥 들여놓고 밥이랑 물만 준거지 뭐...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니 약을 쓸 수도 없고 그냥 둔건데...
사흘 후에 이놈이 말짱하게 나아서 일어나더랴...
그 뒤로 할매 뒤를 얼마나 쫓아댕기는지 할매가 성가셔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고 ㅎㅎㅎ
호미로 아무리 치고 구박을 해도 할매 발끝에 묻어댕기드랴...
갸 이름을 아이들이 호랭이라고 지었더랬지...
산녀도 그짝났어...
노랭이랑 밭메니까 심심하지는 않더라...
밭고랑 풀을 나면 긁고 나면 긁고하니 밭이 말끔해서 좋긴 하더라...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긴 해도
세월아 네월아 하니까 뭐 괜찮다...
내일은 산밭에나 올라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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