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장정이 드뎌 고추심겠다고 왔다.
관리기로 로타리 치고 고랑을 따서 만들어놨다. 날이 너무 인간적으로 더워서 비닐씌우기는 못하고 철수~
먼넘의 날씨가 4월에 31도냐 그래... 사람 꾸여죽일 일 있어?!
낮에 할일은 없고 오다가 논도랑에 미나리를 보고서는 바로 구루마 끌고 낫들고 가서 한구루마 베어왔네!
우리는 늘 오며가며 보면서도 뭐에 바쁜지 미나리 한번 못 베다 먹었는데 도시장정이 베어갖고오니 아이구 잘됐다 싶어 어여 퍼질러앉아 다듬었다.
이 많은 걸 누가 다 먹냐 그래...
일하는 김에 죽나무도 베어넘기고 죽순도 따줬다.
한 다라이 그득 담아놨는데 저것도 뉘 다 먹냐 그래...
미나리를 한아름 갖고와서 씻어 미나리적을 꾸었다.
미나리는 많이~ 밀가루는 조금!
척척 부쳐서 점심 맛나게 먹었다.
점심은 미나리적으로 저녁은 죽순적으로~
밥은 꺼내놓지도 않고 반찬도 없이 적만 줄기차게 먹고 또 먹었다.
역시 제철음식이 최고여!
요새 논도랑에 미나리가 엄청 자라고 있는데
옛 우물이 있던 자리라 사시사철 물이 콸콸 솟아나는 곳이다.
논으로 찬물이 들어오면 모가 상하니까 도랑을 따로 파서 물길을 잡아뺐는데 그 곳에 미나리가 자연적으로 자리잡아 자라고 있다.
심지도 가꾸지도 않아도 절로 절로 저절로 자라는 미나리꽝이다.
해마다 도시장정들이 저 미나리가 아른거려 꼭 이맘때면 미나리 노래를 하며 와서 베어간다. 차트렁크 그득그득 처싣고 간다!
논도랑 그득 빽빽히 자라고 있는데 참 아깝더라구...
덕분에 오늘 자알 먹었네! 향이며 맛이며 식감이며 최고였으~
죽순은 가죽나무순인데 요맘때 돋아난다.
생전 할배~ 밥상에 죽순 없으면 당신이 직접 뜯어오시곤 하셨지~
부치개를 해도 맛나고 그냥 초장에 찍어먹어도 좋고 데쳐서 쌈싸먹어도 좋고
그 맛과 향이 참 일품이여!
이웃 금동할매 막내아들이 지나가다 막걸리 세병을 샀다면서 주고가길래
다듬던 미나리와 죽순을 한아름 안겨줬다!
일테면 물물교환~ ㅎㅎ
농사일 하면서 힘들면 술기운 빌어서 하는 이유를 알았다.
첨에는 힘내서 하다가 지치면 술 한잔 걸치고 술기운으로 으쌰으쌰 해가며 힘든 일을 마저 해치운다.
밭고랑 만들면서 너무 날이 더우니 더 힘들더라구~
갈증엔 맥주가 최고라~ 쉬엄쉬엄 맥주 큰거 패트병 한병 나눠 들이키고 나머지 고랑 만들었다나...
내일 비닐씌우고 고추 심으면 된다. 이리 일손 있을때 일 다 해치워야지!
모레 비소식이 있다하니 적게 오더라도 얼마나 다행이여!!!
고추밭에 물 주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오늘도 텃밭이랑 산밭이랑 물 줬다.
반타작이라도 살아남으면 좋겠네!
연못 물도 줄어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원체 가무니 은근 걱정이 된다.
샤스타데이지가 피기 시작했다.
오며가며 눈이 즐겁다!!!
도시장정 차 트렁크에 실어줄 것들 적어놔야힌다.
그래야 안 까묵지!
달걀 미나리 죽순 취나물 곰취 곤달비 정구지 참나물 부지깽이나물 상추 당귀잎
또 뭐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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