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옆 햇살 바른 무덤가에 많이 피어있어요.
각시붓꽃하고 솔붓꽃하고 뭐가 다른지 전 구분을 잘 못하겠는데
하여간 얘들은 이맘때 이동네 산길가에 많아요.
어제 데리고 온 애는 너무 길 쪽에 있어서 경운기나 트럭 바퀴에 밟힐까~ 제초제나 예초기 칼날에 날라갈 것 같아서 피신 시켰어요 ㅎㅎ
봄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좀 넉넉히 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봄농사를 짓죠...
언덕 산나물밭 고랑고랑을 선호미로 득득 긁어주고 나머지는 풀밀어로 확 밀어버리려고 냅두고 내려왔네요.
비가 많이 왔으면 이런 일도 못하는데 겨우 땅만 적신 정도라..
산골사람들은 고추밭 장만하고 감자밭 북주는 일을 하고 있네요.
감자싹이 두세개 나온 곳을 하나만 냅두고 잘라버릴까 물었더니 괜찮다고 놔두라고 하네요.
전에는 싹 하나만 두고 다 땅에 묻어버렸거든요~ 농법이 바뀌었는지...
비오는 날~
미장원 가는 날~
그냥 확 잘라버리고 빠글빠글 볶아버렸어요.
머리칼에 신경쓰고 싶지 않아 노상 숏커트로 지냈는데 자꾸 뻗치고 볼품없어져서 확~ 질러버렸네요 ㅎㅎ
옛날 할매 아지매들이 왜그리 빠글빠글 뽁아댔는지 그 이유를 알것 같더라구요!!!
아주 편해요!!!
한동안 머리에 신경 안쓰고 살것 같아요!!! ㅎㅎ
양지바른 곳 무덤가엔 할미꽃이 참 많았는데 이젠 별로 눈에 안 띄어요.
어릴 적 참꽃 가지 꺽어 꽃은 따먹고 그 가지에 할미꽃을 꽂아서 꽃병에 꽂아둔 기억이 나네요. 흔하디 흔한 꽃이 참꽃이었고 할미꽃이었는데 말이죠...
숲이 울창하니 자랄만한 환경이 안 되고 산소에는 다른 풀은 죽고 잔디뗏장만 사는 약을 쳐대니 살아갈 터를 자꾸 잃는 거겠죠.
어느 해는 타래난초가 무더기로 자라더니 까치수염인가 그런 꽃들도 자라더니 이제 무덤가엔 별로 꽃들이 없습니다.
어제 오늘 본 꽃들도 그 숫자가 많이 줄어든 듯 해요.
산자락에 있는 우리 밭에는 산과 다름 없어서 별별 씨앗들이 다 날라와 싹을 틔웁니다.
심은 적 없는 소나무 단풍나무 산초나무 잼피나무 참나무 아카시 등등
아~ 앵두나무도 한 그루 몰래 자라고 있었죠.
산부추라는 이쁜 꽃들도 이사를 오고 개미취 들꽃도 무성하게 피어나고
나무꾼이 일년에 두어 번 승용제초기를 타고 풀들을 한번 깍을 때면 그 꽃무더기를 요리조리 피해 댕기며 풀을 깍는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하죠~ 저기 가보라고 참 이쁘다고 ㅎㅎ
어떨땐 엉겅퀴꽃무더기도 있고 꿀풀꽃도 있고 이름모를 이쁜 꽃들도...
산밭에서 일할 때면 일하는 것보다 이런저런 꽃들 싹들 구경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 ㅎㅎ
일하다 말고 한눈 팔고 딴짓 억수로 하다가 정신차리기도 하죠!
이름모를 이쁜 새 소리~ 장끼 푸드득 날라가며 내는 소리... 가끔이지만 수풀에서 고라니 새끼가 겅중거리며 뛰어나오기도 해서 저도 놀래고 내도 놀래고...
전에 언제던가 작은 강아지만한 고라니 새끼가 밭으로 내려와 도시장정 하나가 그놈 잡겠다고 온 산밭을 다 뛰댕기다가 지쳐 나가떨어지고 고라니는 지 엄마한테 가고 ㅎㅎㅎ
아니 그놈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덤빈겨?!?!
한참 잔소리 해댔었죠 ㅎㅎ
몇년 전엔 풀을 깍는다고 한참 낫질을 해나가는데 낫질 한번 더 할 거리에 고라니 새끼가 앉아있었어요. 가만히 지켜보다 손을 내밀었는데
냉큼 도망가버린 ㅎㅎㅎ
봉덕이가 산밭에 놀러왔다가 작은 짐승을 보고 순식간에 쫓아간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날 봉덕이 산 하나 넘고 돌아왔을 겁니다.
무쟈게 헥헥대며 널브러져 못 일어났으니까요!
그놈 쫓아가서 뭘 했는지는 모르죠...
솔붓꽃 이야기로 시작해서 봉덕이 이야기로 끝난
대책없는 산골 아지매였심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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