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밭에 새로 만든 산나물밭이 가뭄을 탄다...
온 겨우내 눈다운 눈 안 오고 비다운 비도 안 왔었다.
봄이 와도 나물비 정도만 왔고 해갈되고 충분할 정도는 안 왔었다.
가뭄이다...
논농사야 저 아래 냇가에서 보를 만들어 양수펌프로 퍼올리면 된다지만...
밭작물은 하늘이 비를 내려주기만을 바래야한다.
뭐 작은 밭이야 스프링쿨러를 설치해서 줄수는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고...
타들어가는 작물을 보다못해 양수펌프를 연결해서 물을 주기로 했다.
도시남정네들이 와서 모터를 연결해줘야 하는데 망할 코로나땜시 왕래가 뚝 끊어져...
밭도 타고 내 속도 타서리...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모터를 직접 연결해보기로 했다.
어찌하면 되냐고 전화로 물어가며~
모터에 연못에 들어가는 파란 호스를 연결하고 무거운 돌을 달아매어 휭~ 연못 안으로 던져넣었다.
두꺼운 호스 100미터 짜리 낑낑 끌고와서 한짝에 또 연결하고...
모터를 열어 마중물을 한 조루 넣고
전기를 연결하니~ 웨엥~ 모터가 돌아간다!!!
이거 뭐 쉽구만~ 근데 왜 다들 힘들다고 난리였냐?!
물이 들어가는 곳이 있으면 나오는 곳도 있게 마련...
큰 구멍은 연못 물 빨아들이는 곳
작은 구멍은 호스로 물 빼나오는 곳~
마중물 넣어 전기연결하니
바로 물이 펑펑 쏟아진다!!! 만세!!!
나물뜯으러 온 도시 처자가 산녀 일하는 걸 보더니만
두손 엄지 척!!! 을 하고 가더라!!!
대낮에 물주면 안되지만 더이상 타들어가는 것을 막아야하기 때문에 일단 목 축이라고 주고
이따 해거름에 한번 더 주고 내일 아침 주면 밭가뭄은 해결되지싶다.
급한 불 얼추 껐다.
물 주던 호스는 소나무 그늘 아래 널브려져 던져놓고 연못가에 내려와 쉬고 있다.
연못 주변으로 심은 창포 아이리스 붓꽃들은 다 살아붙었다.
작년에 멀리서 온 아이리스들도 촉을 열심히 내밀고 있다.
올 여름 연못가가 화려하겠네~
이제 슬슬 밭으로 나갈 나물 모종들이 준비가 되었는데
날이 이리 가무니 이식할 때를 잡을 수가 없다.
산골 이웃 하나는 차양막 두꺼운 것을 밭에 뒤덮어놨더라구...
싹이 터서 다 타죽는다고 예방차원에서 그러나벼...
물 호스를 끌어다 물을 줘가며 심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는 수밖엔 달리 도리가 없다.
언제 비가 오려나... 일기예보를 봐도 가늠을 못하겠다.
어제그제 달무리가 크게 졌었는데도 비가 안 오더라...
논도랑가엔 미나리가 지천이고
쑥은 그야말로 온천지 쑥밭이고
삼동추 꽃대 올리고
정구지 베어먹을 만치 자랐고
대파는 꽃망울 맺었다.
쪽파는 벌써 쇠어버려 뿌리가 굵어가고
참취 참나물이 올라온다.
도시장정들은 전화로만~ 올해 농사를 열심히 얘기한다.
열무도 심고 뭐도 심고 해야한다고...
에라이~ 와서 하슈!!! 소리를 꽥 질렀더니~
다음주엔 오겠다나 어쨌다나...
쑥은 아직도 못 뜯었다. 뭐 차분히 앉아 뜯을 정신머리가 없는걸~
뒷골밭과 산밭...
온동네 아지매들 쑥뜯어러 온다.
미리부터 물어보더라. 약 안 쳤쥬?!
우리 약 안 치는 걸 알면서 저리 묻는다...
온동네 밭둑 논둑에 제초제를 치는 철이다.
그러니 쑥 뜯을 곳이 없는거지...
아지매 서넛이 며칠을 쑥뜯어갔다...
도시 사람들 모르는 거 하나...
냉이 캐고 쑥 뜯을 무렵 논둑 밭둑에 제초제 치는 거!!!
요새 제초제는 쳐도 풀이 바로 안 죽고 며칠 후에야 누렇게 말라죽는데
그간에는 약을 쳤는지 안 쳤는지 친 사람도 모르는 거여!!!
좋다고 눈두렁 밭두렁 다니면서 쑥 뜯어가는데
혹 모르는거지...
그러니 산골 아지매 울 밭에 해마다 와서 뜯어가려한 이유가 있는겨!!!
그래도 혹시 몰라 약 쳤느냐고 해마다 물어봐 ㅎㅎ
우린 약칠 사람도 없고 약칠 새도 없슈...
한바탕 모터 설치하고 물 주고 났더니 하루 일 다 한 것 같다.
산녀도 나물 바구니 들고 나물이나 하러 갈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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