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아이들이 어릴 때 곧잘 하던 말이 있었다!
" 우리가 토깽이여?!"
김밥을 싸줘도 취나물김밥~
볶음밥을 해도 참나물 두릅 볶음밥
비빔밥은 당근 온갖 풀떼기 집합소!
소풍이라도 갈라치면 뭐 일단 김밥을 가져가는데...
지는 다른 애들 맛난 김밥이랑 바꿔먹었단다~
다른 애들이 환장하고 취나물 두릅김밥을 가져다 먹더라네~
이 뭔 일...
해서 울 아이들은 친구들이 싸온 김밥과 친구엄마들이 배달시킨 통닭과 피자를 배터지게 먹고 왔다나...
음...
그러던 아이들이
지금은?!
그 풀떼기 없어 못 먹지!!!
비가 개이고 파란 하늘 다시 보인다.
날은 은근 추워서 손이 시린데 나물칼 하나 노란 바구니 하나 들고 나선다.
오늘 아침거리 장만해야지~
냉이는 지천에 깔려 밟히는 잡초지만 그래도 나물은 나물이니 몇뿌리 캐고
하얀민들레 땅바닥에 착 붙어있길래 캐내고
삼동추 부지깽이 곰취 곤달비 방풍나물 두메부추 뜯어담고
쪽파 한줌 뽑아 다듬어 넣고 산마늘은 아직 어리니 냅두고 달래는 보다가 걍 지나쳤다.
월동시금치 서넛 도려담고 적갓이 하나 씨가 날라와 자라고 있길래 뜯어넣고
이걸로 하나하나 나물반찬 만들면 10첩반상 나오겠지만~
성질급한 산녀는 손님이 오시지 않는 이상 그리는 못햐!!!
한꺼번에 싹 다듬어 씻어 큰 솥에 데쳐 건진다.
된장고추장참기름깨소금 매실액 멸치액젓 파 마늘 등등 양념해서
양푼에 나물그득 깔고 밥 한주걱 냅다 퍼담고 끝!
오늘 아침밥상이다!
이만함 됐지 뭐~
어차피 내 뱃속으로 들어가는거 내맘이여~
맛?!
민들레 뿌리를 씹었는지 쓴맛도 나고
방풍나물인지 한약맛도 나고
다른 건 달달 싸그리한게 나물맛이지 뭐...
문밖을 나서면 걸음걸음 나물을 뜯고 캘 수 있게 만들어놨다.
이게 내가 하는 살궁리다.
아주 게글뱅이 농사법이지...
텃밭마트를 일년열두달 잘 굴러가게 만들어놓으면 시장 갈 일이 없다.
산골텃밭마트에서 조달이 불가능한 소돼지고기 생선 건어물 등등은 인터넷으로 공수를 하면 된다.
산녀 사는 꼴을 본 도시 지인들이 기맥혀 하더라...
요새 이 골짝을 못 와서 다들 안달버거지가 났는데 우짤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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