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우슬을 캐려던 건 아니었는데...

산골통신 2020. 3. 8. 15:05

 

 

 

 

 

 

 

 

언덕밭에 우슬이란 놈이 오래전부터 살았더랬다.

풀을 안 매주면 온 밭에 번져서 이놈 뽑아내느라 애먹어...

그리고 단 한 포기라도 있으면 한눈 파는 사이에 다른 작물을 뒤덮어버려서 낭패를 만나기도 하고 그랴...

그래서 미운털 억수로 박아놓고 있던 놈인데

사실 얘 이름도 몰랐어. 나중에 알고보니 우슬이라네~

소 무르팍 닯아서 우슬이랴...

아주 귀하신 몸이라네...

 

산녀한테는 골치아픈 잡초인디...

뭐 하여튼 이번참에 니 죽고 나 살자 맘먹고 눈에 띄는대로 캐버렸다!

근데 이놈 캐려고 간 건 아니거등...

어제그제 다 못한...

수다떠느라 대충 해놓은 풀 뽑기였거등...

 

부지깽이고랑 싹 치우고

곰취고랑도 싹싹 긁어올려부치고

산마늘고랑도 마저 긁어내고

요새 뽑는 풀들은 냉이 쑥 꽃다지 등등 봄나물로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이다.

하지만 산녀한테는 징글러브유 잡초다!!!

미련 안두고 싸그리 뽑아내 던졌다!

 

그러고나니 방풍나물 옆에 엉켜 자라는 이 우슬대궁이 눈에 거슬려...

풀을 뽑자해도 이놈들이 갈구쳐서 여엉 성가시네!!

 

한참 서서 이놈을 우짤까... 우슬이 좋다하니 더 키워서 캘까~

아니면 지금 생각난 김에 싹 파버릴까~

딱 5분 고민한 끝에 삽가질러 튀었다!

내 이놈을 그냥 못 두고봐...

이놈 냅뒀다간 방풍이고 산마늘이고 싹 덮어버리거등...

 

삽들고 한참 캤네~

꽤 많더라구...

바구니로 한가득이여~ 이거 다 우짜지?!

대처 사는 나이 많은 혈육들에게 물어보니 잘 말려놨다가 차 끓여묵으라네~

우슬보다 망개뿌리가 더 좋다나 우쨌다나~ 그거 달여먹고 훨 좋아졌댜...

다들 나이들이 70을 넘고 70을 바라보고 있는지라 나오는 얘기가 다 관절 이야기라...

해서 내 안 묵으면 그 노친네들 주면 되겠네~

해서 끙끙 끌어안고 집그늘에 갖다 놨다.

저거 씻는 것도 일이구만~

 

아침엔 손이 시리더만~

해올라오니 뜨거워... 이 뭔 날씨가 조변석개여!!!

아침에 뜰아랫채 지붕 위가 하얗게 서리가 앉은 걸 보고 또 쉽게 안 녹는 걸 보고

오늘 엄청 덥겠다 싶었어!

 

그간 모아놓은 씨앗들 다 꺼내놨다.

온갖 채소 씨앗들이랑 꽃씨들~

 

그중에 타래붓꽃 작약 범부채 풍접초 봉숭아씨앗이 제법 되더라~

아니 제법이 아니라 저거 다 어따 심냐 그래 ㅎㅎㅎ

특히 저 범부채 씨앗 좀 보소!!!

산밭 구석구석에 군락지를 만들어야겠구나!!! 잘됐다!!!

 

일에 치여죽는다고 죽상을 하면서도 노상 일거리를 장만하고 사니

우예된거이 당췌 언행일치가 안되는 삶이노라...

 

일하기 좋은 봄날이다...

 

닭집엔 엄한 암탉이

알 잘 품고 있는 암탉둥지에 들어가 앉아 있더라...

어케 들어갔지?! 아무리 살펴봐도 미스테리여...

이 알둥지 탐을 내는 암탉들 집착은 무시무시혀!!'

 

해서 또 일거리 장만이다.

비닐하우스용 문짝이 하나 굴러댕기는 게 있었는데

그걸 달아매면 되지 싶어서...

 

밥묵고 힘내서

그거나 하자!!!

 

망할 코로나땜시 잘만 오던 도시장정도 못와~

나무꾼도 일하러 가서 안 와!

 

천상 산녀가 일 다 해야지 뭐!!!

언제는 안 그랬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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