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밭에 우슬이란 놈이 오래전부터 살았더랬다.
풀을 안 매주면 온 밭에 번져서 이놈 뽑아내느라 애먹어...
그리고 단 한 포기라도 있으면 한눈 파는 사이에 다른 작물을 뒤덮어버려서 낭패를 만나기도 하고 그랴...
그래서 미운털 억수로 박아놓고 있던 놈인데
사실 얘 이름도 몰랐어. 나중에 알고보니 우슬이라네~
소 무르팍 닯아서 우슬이랴...
아주 귀하신 몸이라네...
산녀한테는 골치아픈 잡초인디...
뭐 하여튼 이번참에 니 죽고 나 살자 맘먹고 눈에 띄는대로 캐버렸다!
근데 이놈 캐려고 간 건 아니거등...
어제그제 다 못한...
수다떠느라 대충 해놓은 풀 뽑기였거등...
부지깽이고랑 싹 치우고
곰취고랑도 싹싹 긁어올려부치고
산마늘고랑도 마저 긁어내고
요새 뽑는 풀들은 냉이 쑥 꽃다지 등등 봄나물로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이다.
하지만 산녀한테는 징글러브유 잡초다!!!
미련 안두고 싸그리 뽑아내 던졌다!
그러고나니 방풍나물 옆에 엉켜 자라는 이 우슬대궁이 눈에 거슬려...
풀을 뽑자해도 이놈들이 갈구쳐서 여엉 성가시네!!
한참 서서 이놈을 우짤까... 우슬이 좋다하니 더 키워서 캘까~
아니면 지금 생각난 김에 싹 파버릴까~
딱 5분 고민한 끝에 삽가질러 튀었다!
내 이놈을 그냥 못 두고봐...
이놈 냅뒀다간 방풍이고 산마늘이고 싹 덮어버리거등...
삽들고 한참 캤네~
꽤 많더라구...
바구니로 한가득이여~ 이거 다 우짜지?!
대처 사는 나이 많은 혈육들에게 물어보니 잘 말려놨다가 차 끓여묵으라네~
우슬보다 망개뿌리가 더 좋다나 우쨌다나~ 그거 달여먹고 훨 좋아졌댜...
다들 나이들이 70을 넘고 70을 바라보고 있는지라 나오는 얘기가 다 관절 이야기라...
해서 내 안 묵으면 그 노친네들 주면 되겠네~
해서 끙끙 끌어안고 집그늘에 갖다 놨다.
저거 씻는 것도 일이구만~
아침엔 손이 시리더만~
해올라오니 뜨거워... 이 뭔 날씨가 조변석개여!!!
아침에 뜰아랫채 지붕 위가 하얗게 서리가 앉은 걸 보고 또 쉽게 안 녹는 걸 보고
오늘 엄청 덥겠다 싶었어!
그간 모아놓은 씨앗들 다 꺼내놨다.
온갖 채소 씨앗들이랑 꽃씨들~
그중에 타래붓꽃 작약 범부채 풍접초 봉숭아씨앗이 제법 되더라~
아니 제법이 아니라 저거 다 어따 심냐 그래 ㅎㅎㅎ
특히 저 범부채 씨앗 좀 보소!!!
산밭 구석구석에 군락지를 만들어야겠구나!!! 잘됐다!!!
일에 치여죽는다고 죽상을 하면서도 노상 일거리를 장만하고 사니
우예된거이 당췌 언행일치가 안되는 삶이노라...
일하기 좋은 봄날이다...
닭집엔 엄한 암탉이
알 잘 품고 있는 암탉둥지에 들어가 앉아 있더라...
어케 들어갔지?! 아무리 살펴봐도 미스테리여...
이 알둥지 탐을 내는 암탉들 집착은 무시무시혀!!'
해서 또 일거리 장만이다.
비닐하우스용 문짝이 하나 굴러댕기는 게 있었는데
그걸 달아매면 되지 싶어서...
밥묵고 힘내서
그거나 하자!!!
망할 코로나땜시 잘만 오던 도시장정도 못와~
나무꾼도 일하러 가서 안 와!
천상 산녀가 일 다 해야지 뭐!!!
언제는 안 그랬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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