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해가 점점 길어진다.

산골통신 2020. 3. 5. 16:53



 요놈~ 삼숙이!

니가 이러고 있으면 일어나질 못하잖아...

아기냥이 두 마리중 노랭이는 절대로 안기질 않는다...

이 삼숙이만 폴짝 뛰어올라 자리잡고 안 나가는... 어째 내 앉아 쉬는 꼴을 못 봐 ㅠㅠ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고 초저녁이면 뻗는다...

해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자는...

누가 주경야독하라 했느뇨!!!

서산 너머 해 떨어지면 눈꺼풀도 내려앉는 걸...

 

새벽으로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는 비닐온실 안의 얼띠기들은 이중보온을 해줘야 한다.

냉해를 입어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다.

뭐 그래도 산녀네 울 안으로 들어온 이상 니들은 견뎌야 하느니!

우찌할 도리가 없다!

올 겨울 닥치기 전에 이 얼띠기들 용으로 꼬마비닐하우스 하나를 사야겠다.

그래도 못 이겨내면 그 위에 비닐 하나를 더 씌워주지 뭐...

음 그래도 안 되면 얼어죽던가 말던가~

살아남은 놈들만 키워야지!

 

작약씨앗을 20개 더 발견해서 모종판에 묻어주고~ 합이 총 80여~

이거 다 잘 자라면 엄청나겠다!

 

온데사방 새싹이 돋느라고 야단이다.

옥잠화와 원추리가 돋아나고

궁궁이랑 삼잎국화가 잎이 나 있더라.

 

타래붓꽃 마당에 번져난 것들 캐다가 화분 몇개 묻어놓고

저저 개미취는 우찌하나 몰러...

온데사방 비집고 나오는데 미워죽겠네...

옥잠화 속에서 삐죽 돋고

붓꽃 가운데서도 삐죽~

다 없앴는가 싶어도 돌아보면 꽃이 피드라구... ㅠㅠㅠ

꽃은 이쁜데... 하는 짓이 밉당!

 

산밭 연못가엔 아이리스들과 꽃창포들이 자라고 있다.

살았나 죽었나~ 뿌리께를 뒤적거려보니 파란 촉들이 쑥쑥!!!

니들 그 추위에도 안 죽고 살아있구낭~ 다행이다!

작년 묵은 잎들을 정리해주고 주변 솔잎들을 긁어모아 덮어줬다.

 

연못에서 살고있을 물고기들 안녕이 궁금하야...

물고기밥을 한 그릇 퍼담아 휙휙~ 뿌려주니

한참만에야 쑥쑥 올라와 물고 들어가더라... 몇 마리인고...

 

멧돼지가 파헤쳐 돌단풍들이 난리를 만났다...

하필이면 걔들을 건드리냐 그래...

거기 지렁이가 많디?!

뿌리가 드러나 시난고난 살고있는 애들을 두 무더기 건져다가

텃밭 비닐온상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수국 두 뿌리도...

거기서는 노상 꽃도 안 피고 깻잎 신세니께네...

화분에 심어서 수국이 좋아한다는 흙에 심어두면 어떨라나 시험 삼아...

 

모아둔 화분을 다 써서 이젠 없다...

사방천지로 화분으로 쓸 수 있는 통들을 찾아 삼만리~

아이들 장난감 블럭바구니 있길래 냉큼 집어오고 이제 울집엔 장난감 갖고놀 10대가 없으요!!!

할매 콩나물 키우시던 들통 있길래 그놈도 들고오고

소여물통 작은 거 있길래 옳다됐다 요놈도!

깨진 양동이 있구마~ 니도 온나!

 

음 우선 이정도면 됐다.

소여물통이랑 블럭통에는 돌단풍 줄줄이 묻고

깨진 양동이랑 콩나물 시루에는 수국 심고

 

닭집에 알 꺼내러 갔다가 한놈이 안 비켜주고 들앉아있길래 꽁지들어냈더니

사정안보고 막 쪼아대네그랴.. 하이고 아파라...

이놈아! 너 알 품으려고 그랴?!

자아 이제부터 이놈하고 신경전 시작이다!

 

알 품으려는 암탉은 알둥지탐을 억수로 내고 알탐도 징글맞게 엄청 낸다!

지 맘에 안 드는 알둥지는 죽어도 안 들어가고

지 맘에 드는 알둥지는 세상없어도 밀치고 들어간다!

그러다가 세놈이 한 둥지 안에 같이 공동포란 공동육아하는 일도 벌어지지...

 

알 11개를 뺏았다가 한참 쪼글치고 앉아 요놈하고 눈쌈 시작이다.

이 산녀의 시험에 통과해야 넌 알을 품을 수 있어!!!

 

빈 알둥지에 들어앉아 그래도 품고 앉아 버틴다...

손을 들이밀면 사정없이 쫀다!

몇 분을 산녀와 실갱이 끝에 알을 하나하나 넣어준다...

알을 부리로 발로 끌어당겨 품는다...

음... 니는 마 근성이 있구마...

 

자 다음 테스트!!!

둥지를 냅다 들어 저짝 안 병아리육아실로 옮겨갔다.

얌전히 있던 놈이 다 가서 푸다닥 뛰쳐나가네?!

흠... 두고보자!

알 11개가 들어있는 둥지를 안쪽에 넣어두고 멀찍히 나와 섰다.

자아... 두고보자...

니가 들어가 품으면 성공이요...

뛰쳐나오면 넌 끝이여!!!

 

암탉도 산녀 눈치를 보며 야단야단 소리를 꽥꽥 지르며 돌아댕기고

산녀는 니 뭐한다냐~ 모른척~ 몰라라 먼산 바라보고...

 

몇 분 후!!

드뎌 요놈 암탉이 지 둥지를 발견 한참을 탐색 끝에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얼른 들어가 품고앉네! 성공!!!

 


이따가 닭집 문 닫을때 들어가서 물통이랑 밥통이랑 들여놔주고

그물망 문을 걸어잠궈야지!

그래야 엄한 놈이 안 들락거리고 다른 암탉들이 알을 낳으러 안 들어가지...

아직 테스트는 안 끝났다!

오늘 낼 더 지켜봐야한다. 온갖 방해에도 꿋꿋이 알을 지키는 놈이라야 알 부화에 성공하느니!!!

 

알둥지 옮기는 건 깜깜밤중에 하면 안전빵인데

이따 저녁에 또 오기 구찮아서 한번 이래봤다!

망할 알 품으려는 암탉들과 실갱이가 올해도 시작됐다!

아흐흐~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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