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또 하루가 간다...

산골통신 2020. 2. 24. 19:17

 

이따 밤부터 비가 온다하고 내일은 하루종일 비소식이네.

그러면 자동으로 바깥일 철수!

 

남녘 하늘에서부터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한다. 해는 서산으로 떨어졌으나 어둠은 채 내려오지 않아 이것저것 집둘레 비설거지 중이다.

 

닭집 문닫고

산녀가 닭집에 올라갈라치면 쏜살같이 뒤따라오는 아기냥이 두 마리~

아니지 이젠 아기냥이가 아니라 다큰냥이?!

이름이 그냥 털색깔로 구분지어 노랭이랑 삼숙이~

노랭이가 여자애인줄 알았을 때는 놀숙이라 지으려고 했는데 ㅎㅎ

 

닭집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 하려해도 이놈들 이젠 말 안 듣는다.

아까는 똘망이가 밥먹으러 와서 밥은 안먹고 한참 산녀랑 이런저런 이야기 주고 받았다 ㅎㅎ

아침나절에는 똘망이여친인가 갸가 한참 보고 떠들고 가더마는...

아마도 쟈들 산녀 알기를 동네 아지매~ ㅋ

 

닭집 알둥지 알 꺼내올때는 봉덕이 눈을 피해 집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오늘도 영락없이 들켰다~

두 눈 초롱초롱 뜨고 네 발을 동동동 구르는데...

어찌 안 줄 수 있단 말씀...

 

도시 지인이나 식구들 다니러 올때 한 판씩 앵겨주려면 모아둬야 하는데

요즘 코로나땜시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 달걀이 넉넉하다.

그래서 아까 오는 길에 알 한 개 봉덕이 입에 물려줬다!!!

신나서 걸음걸이가 막 춤추듯...

 

모처럼 산밭에 올라갔다. 거기에 빈 화분들이 좀 있거등.

어제그제 무서운 돌풍에 쓰레기 모아둔 큰 비닐봉지가 날라가...

온 밭에 어지러이... 다행히 큰 것들이라 주워담긴 했으나 드넓은 산밭을 온통 헤집고 댕기느라 헥헥~

참말로 바람이 일을 많이 쳤네!!!

힘도 좋아! 벽돌 여러 장으로 눌러뒀는데 그게 휙휙 날라가...

평상 위의 판자도 날라가...

 

빈 화분 가지러 올라갔다가 난데없이 산밭 청소하고 내려왔다.

가지고 간 외발 구루마에 크고작은 빈 화분 서른여 개를 담고 밧줄로 칭칭 엮어 매서 갖고 왔는데

우와와~ 내리막길 그거 참 난코스 중의 난코스일세!!!

조심조심 살금살금 천천히 끌고 내려왔다!!!

 

그길로 텃밭 비닐온상에 들어박혀 한나절 흙하고 씨름했다.

화분마다 흙을 담아 그간 포트에 심겨져있던 애들이랑 여러 식구들 같이 낑겨사는 화분애들이랑

모조리 각각 한 포기당 일 화분~

 

이번 주 중에 나무꾼이 주문해놓은 1년생 묘목 포트들이 들이닥칠 예정이라...

그리고 화분도...

 

어차피 코로나땜시 밖 출입도 안 되고 천상 여그 비닐온상에서 죽치고 살아야지!!! 잘됐다!!!

산녀가 다른 건 몰라도 심심한 건 못 견디거등...

읽을 책이 목침으로 쓸만치 있거나~ 하면 모를까...

요즘같은 농사일 직전 사각지대?! ㅎㅎ 엔 이런 심심풀이 소일거리가 좀 있어야 혀!!!

 

산골이웃들이야 요새 노상 마늘양파밭에서 살지마는...

우리는 마늘양파 사먹기로 했거등 ㅎㅎ 그거 좀 먹자고 일주일 내내 밭에서 쪼글치고 앉아 마늘양파싹 끄집어내는거 못한다고라...

이웃들이야 내다 팔 것들도 같이 농사지으니까 품앗이까지 해가며 일을 하지만... 우리는 우리 먹을 거 조금만 있으면 됨.

 

재작년까지는 마늘양파 농사 지었는데... 여기저기 퍼주다가 정작 우리 먹을 게 없더란 그런 일도 있었다 ㅎㅎ 그리고 저온장고가 없어서 겨울지나면 다 싹이 나고 썩어서 다 내다 버리고 뭐...

소용없어!!! 걍 농사 짓는 이웃들 거 두어 자루 사먹으면 될겨!!!

아니아니 네댓 자루 있어야겠더라!!! 작년에 선태아빠한테 두 자루 샀는데 모자랐어!!!

마늘은 씨마늘을 따로 냅둬야 하는지라 먹을거 따로 씨마늘 따로~

그러자면 농사가 많아지더라고... 그래서 마늘도 대여섯 접 사묵기로!!! 통과!!!

 

큰 비닐하우스 안 꼬마 비닐하우스가 참 요긴하게 쓰인다.

상추가 겨우내내 푸르게 자라 늘 뜯어먹을 수 있었고

이번에 추위에 약한 아이들을 저녁이면 그 안에 넣어두어 보온을 시켜주니 잘 살아나더라.

세 칸짜리 하나더 사서 애들 월동용으로 썼으면 참 좋겠네!!!

특히나 얼띠기 제랴늄들이 꼭 필요하겠어!!!

 

지금도 추위 타는 녀석들에게 비닐을 덮어주고 신문지를 이불 삼아 덮어줬다.

이것도 알고보니 일거리가 많네그랴...

정원사 관련 책을 몇권 구해 읽어보는데 집안 거덜내기 딱 좋은 취미가 이 정원가꾸기더만...

보라구~ 산녀가 야금야금 며칠동안 모아들인 화분들 좀 보소!!!

이제 나무꾼이 주문한 묘목들까지 오면 저 큰 비닐하우스가 꽉 찰겨!!!

 

흠... 생전 울 할매 말씀마따나...

저기에서 밥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치아라!!!

 

흠흠...

할배와 산녀는 그저 묵묵부답...

 

흠흠흠...

그래두 보기 좋잖유... 사람이 어찌 돈만 벌고 일만 하고 살우...

 

이제 어둠이 내렸다.

석등 옆 이쁘라고 달아놓은 연등 다섯개...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니라 빨주노초보!

태양광등이라 저녁이면 참 이쁘게 피어오른다... 마치 밤에만 피는 꽃처럼...

내맘이여~ 뭐...

 

내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정서가 쪼매 이짝이라 그냥 내 좋은대로 하고 살아...

 

아아!!!

천지신명이시여...

그저고저 무사무탈이 최고유...

 

글이 뭐 이따구로 지멋대로 쳐지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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