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식전 일이 하루 일

산골통신 2018. 7. 24. 10:26

 

 

생전 할매 말씀에

여름철엔 식전 새벽 서너시간 일이

하루 일의 전부다!

라고 하셨다.

 

요즘같으면 새벽 4시 5시경에 나가서 아침 9시정도까지만 일 하고

냉큼 들어와야 한다.

더 미적거렸다간 더위 먹는다.

 

허나 새벽잠 꿀잠인 이 산녀는 그 시각에 나가본 적이 ㅠㅠㅠ

오늘도 7시넘어서 꾸무럭... 허겁지겁 뛰나갔지.

 

긴팔 셔츠 입고 챙모자 쓰고 수건 두르고

목장갑 장화 신고 나섰다.

뱀 때문에 장화 안 신고는 밭 근처도 못 간다.

어제 아침에 산밭 올라가는 길에 독사새끼 한 마리 죽어있는거 봤는데 그새 개미시키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있더라.

낫으로 걷어 길 한쪽 풀섶으로 던져버렸다.

 

해거름에 호박덤불에 물 주다가 뭔가 눈가가 쓰라려 쓰윽 비볐는데...

마치 환삼덩굴 스친 듯 그랬는데...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퉁퉁... 붓기 시작!

호박벌이 쏘았나...

해서 시방 눈탱이 밤탱이 ㅠㅠ

 

요새 밭마다 스프링클러 둘리느라 다들 야단이다.

집 가까운 밭엔 그리하지만 먼 밭엔 경운기나 크럭에 물통 싣고 가서 준다.

다들 약치느라 바빠 물 주느라 바빠... 난리 난리...

 

어제는 고추밭에 물 주고 연못 주변 풀 치고 그러고나니 머리가 뜨끈뜨끈!

서둘러 철수!!!

 

오늘은 텃밭에 물 주고 대파밭 조선파밭 오이골 풀 뽑고

아욱대궁 곤드레대궁 낫으로 쳐내고

채송화화분 근처 풀 뽑고

숨이 헉헉... 아이고 이거 안 되겠다! 철수~

 

뭐 일 진척이 없다.

 

들깨밭 풀 뽑기는 일손 있을때 확 해버려야겠다!!!

더 냅뒀다간 낫이 들어가야 할 지경!

 

이웃들은 들깨밭 풀을 어찌 해결했나 싶어 둘러봤더니만...

풀들이 죄다 노리노리 까맣게 말라 죽어...

흐음...

이젠 들깨밭 풀도 제초제를 치는구나...

이젠 호미질 아무도 안 하는구나...

 

우린 뭘 믿고 이리 무지막지하게 풀 뽑고 사는고...

갑자기 우리가 한심하고 미련스러워 보였다.

 

닭집에 물 호스 틀어놓고 바닥에 물 흥건하게 해주고 있다.

그나마 닭집이 너르고 그늘지고 사방 뚫려있어서 바람 잘 통하니

얘들이 잘 견디나 보더라.

사실 닭집이 바람길 길목에 있어서 시원하긴 혀~

 

하도 더우니 입맛이 없나 얘들도 닭모이를 잘 안 먹고

풀섶 벌레사냥에 여념이 없더라...

 

알은 잘 안 낳는다. 반으로 줄었다.

날 더우니 뭐...

 

봉숙이년은 새끼들 셋을 할매집 마당에서 다시금 울집으로 이사시켰다.

아무래도 저년이 새끼들 교육을 그리 시킨듯!!! 틀림없다!

이 집을 새끼들 영역으로 물려주고 떠난듯...

 

어제 저녁 마당 풀밭에서 새끼들 한참을 뒹굴며 놀더라...

물 있지 밥 있지 인간들 잘 놀아주지...

아무도 뭐라 안 하지~

큰 고양이들은 지 엄마가 다 쫒아내줬지~

세상 천국이지 뭐...

 

아직 아침 10시밖에 안 되었는데 하루 일 끝났다.

남은 시간 뭐하고 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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