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매실 다 따고 다 팔아묵고~

산골통신 2009. 6. 15. 12:19
매실 따고 팔아묵고가 이리 쉬울 것 같으면사
이것만 하겠다마는..
올해 운이 좋았던 것이겠지~ 싶다.

오늘 나무꾼 구십키로 배달가고
선녀 이십키로 우체국으로 부치러가고~(그동넨 우체국택배만 들어갈 수 있다나 우쨌다나~ )
할매 이백키로 택배총각이랑 속닥속닥 부치고
백키로는 한 사람이 독식~ 지혼자 다 묵겠다고 지가 다 따서 차 트렁크에 쳐싣고 가져가 버리고~ 세상에~
지금 전화해서 함 물어봐야지~ 그거 설마 진짜 혼자 다 묵을꺼냐고~ ㅋㅋㅋ

칠십키로를 토종으로만 골라갖고 간 사람들도 있고
한 이백여 키로는 대여섯 명이 우르르 몰려와 다 따갖고 이리저리 실어가고~ 등등등~

산골마을 사람들도 선녀네 매실 딴다는 소문듣고 사고싶어 한번 오고 두번 오고 자꾸 오지만
팔 것이 없다네~~ 나눠줄 것도 없다네~
사전에 부탁한 사람들 빼고는 다 돌려보내야만 했다나...
수확량보다 주문량이 훨 많아 애묵었다.

해서 우리는~
우리 먹을 매실청 담을 것도 없어서리~ ㅠㅠ 쿨쩍!
찌끄래기 남은 것들 주서모아서~
벌레먹은 거 쪼매 썩은 거 긁어모아서~
다 따간 나무 밑에 얼쩡거리며 떨어진 것들 덜 딴것들 주서모아서~
한 항아리 그것도 다 차지도 않게 담아야 했다나 우쨌다나~

할매한테 우짜고 저짜고 푸념을 했더니만~ 이럴 수가 있쇼..
애초는 다 우리 잘 먹자고 한 거인디...

할매왈:
그렇단다. 원래 고추농사하는 이도 좋은 건 다 팔고 히나리만 먹는단다~
그런 줄 알아라~ 좋은 거 남주고 좋은 소리 듣는 것이 낫지

뭐 하여간 매실 따기 팔아묵기 프로젝트???? 오늘 아침으로 끝났다.
속 션하다. 택배로 부친 박스들이 잘 도착하기만을~ 마음에 들기만을 바란다.

올해 수확이 작년보다 세배를 초과했으니 내년은 가히 어떨까?
해걸이 안 하면 엄청나겠는걸...

할매는 매실이 맘에 들어 이뻐죽겠단다.
매실 따는 철이 바쁠 철도 아니고 날도 덥지도 않고
만지기도 좋고 담기도 좋고 먹기도 좋고~ 사람들이 다투어 와서 따갖고 알아서 가져가니~
요모조모 더할나위없이 이쁘단다.

그동안 매실 땜에 선녀 구박한건 다 이자묵으셨다~ ㅠㅠ

전에 하동사는 누가 그러더라.
매실밭에서 매실 따는 것이 그리도 재미나다고.
시간만 나면 따러가고 싶다고~ 좀이 쑤신다고 했나 어쨌나? 머 하여간 그랬다.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다 딴 매실 나무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딸 거 없나~~
아쉬워 자꾸만 돌아보게 되더라.

이넘 매실나무들이 말이지 잎하고 열매하고 색깔이 비슷해서
분간이 안 가. 여러 각도로 몸을 털어 봐야만 딸 수가 있어.
자꾸 숨겨놓는다고... 지들도 본능인가벼~
바로 코앞에 있는 넘들도 못 따고 지나치길 일쑤였어.

해서 서너 번은 순찰을 돌아야 하겠더라고.
어제도 심심풀이 삶아 뒷골 매실밭만 슬슬 한바퀴 돌았는데 잠깐 사이에 십사 키로를 더 땄거든.
헌데 그것도 추가주문한 사람이 있어 넘가줬다~ ~ ㅠㅠ

매실때문에 정신이 하나 없어
마당 꽃밭은 정글로 만들어놓고~
다행히 마당풀은 보온덮개를 깔아놓아 잡을 수 있어 그나마 한숨 돌리고~
부엌꼬라지~ 방 꼬라지 말도 몬한다.
울 나무꾼 없었으면 발 디딜 틈도 없었을 것을...
내 나무꾼 땜시 산다 살어... 해서 앞으로 잔소리는 그냥 고맙게 들어줄란다~ 귀가 두개니께.

밥해묵을 새도 없어서
사흘 삼시세끼를 글씨~ 상추하고 된장만 싸묵었다니까...

엇저녁 할매가 상추 안 깔리나~ 하시는 걸
됏슈~~ 물렸슈~~

했다.

내년엔 하지 무렵에 따야할거 같애.
풋매실보다는 좀 익으니까 향도 좋고 씨도 잘 발라지고 좋대.
다들 청매 청매 하면서 퍼런 것만 좋다 하는데 말이지~
그거 아니더라구.

매실장아찌를 한단지 맹글었는데 선녀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매실장아찌 얻어묵을때는 왜 요리 쪼끔 주나~ 했는데~
그기 아니더라구... ㅎㅎㅎ

요 씨를 빼고 이쁘게 잘라내는 거이 엄청 기술을 요하는겨~
선녀같이 손재주 없는 사람은 하덜덜 말아야혀~ 애초에.

하도 기맥혀 칼로 하다가 하다가
어데서 파는 작두? 매실 씨 빼는 작두랴~
그걸 구해다가 했는데~ 쪼매 수월터라.

꼬맹이가 재미있겠다고 옆에서 작두질하고 선녀는 칼로 마무리하고
해서 십키로를 겨우겨우 했다나.

꼬맹이하고 선녀하고 머리맞대고 연구좀 했다.
우리 매실 씨빼는 기계 하나 발명 좀 해보자.
발명이 어데 별난 사람들이 하는 건 줄 아냐~
필요가 발명의 어무이라 했어.

사과 여덟조각으로 자르는 칼이 있는데 요걸 활용좀 해보자~
안되겄냐?
좀 도안좀 해봐라 봐~
꼬맹이. 방구석에 쳐박혀 연구에 들어갔다. 기대중이다.

머 어쨌든
매실 다 땄고 다 팔아묵고 나눠주고 담고 했으니
한시름 덜었다.
다들 고마운 사람들 투성이다.

올해 안 나눠줬다고 안 팔았다고 입 댓발이나 나온 사람들
달래러 가야한다.
알 굵은 넘이 없어 자잘한 넘들로만 준 사람한테도 매실청 한병 앵겨줘야지~

매실 따러 온다고 온식구가 출동하려는 걸 어거지로 뜯어말려놓은 가족이 있는데
그 가족한테도 매실청 한병 보내줘야겠다.

농사지어 나눌 수 있다는 건 참 기분좋고 즐거운 일이다.
적게 지으나 많이 지으나 소득은 머 별루 기대한만치는 안 나오더라도
우리 먹고 사는 데 지장없으면 되지 않나~
해마다 좋아지겠지. 이제 시작인걸~~

내년을 준비하며...
다시 호미와 낫을 든다.

요새 양파 마늘 캐야해~
콩도 심거야 하고 풀도 잡아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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