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산골의 크리스마스?

산골통신 2008. 12. 25. 14:20
조용합니다.
적막할 정도로...

작은학교 방학을 맞아 집에 온 아이들은 이틀밤도 못 견디고 다들 훌훌 날라가버렸답니다.
아이들에게 산골은 이제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족한가봐요.
아마도 전국을 쏘댕기다 오겠죠. 전국 어딜가도 한몸 의탁할 곳이 있다는 건
좋은 건지 잘 모르겠네요~
큰넘은 내년에나 돌아오겠다 선언하고 갔더라죠.

크리스마스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 들뜬 분위기를 놓칠새라 아이들은
삼삼오오 연락망을 총동원해 한국땅 어딘가에 자기네들끼리 뭉쳐있을겁니다.

방학식에 헤어진다고 얼싸안고 우는 아이들이 있는 학교는 아마도 전국을 통틀어 작은학교외엔 없을껍니다.

덕분에 산골엔 방학분위기는 없습니다.

바람이 몹시 붑니다.
엇저녁에 꼬맹이의 귓볼이 발갛게 달아올랐었거든요.
눈이 오던가 바람이 불던가 그러겠다 싶었는데 역시나군요.음...

고대하던 눈소식은 없고 찬바람만 쌩쌩 불어제낍니다.
대처에서 온 이들에게 김장김치 원없이 퍼주고
방아찧어 햅쌀도 자루자루 담아 실어줬습니다.

이렇게 농사지어 나눌 수 있다는 건 참 행복입니다.
작게 지으나 많이 지으나 먹고사는데는 항상 넘치니 나눌밖에요.

나락먼지 뒤집어써가며 방아를 찧습니다.
누런쌀 하얀쌀 원대로 나옵니다.
왕겨는 소마구로 옮겨놓아주고~
당가루는 닭모이 소여물꺼리로 저장해두고~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방앗간 주변에 흩어진 나락들과 쌀들은 새들이 날아와 쪼아먹던가
서생원들 몫이겠지요.

소 한마리가 아직 해산을 못 하고 있습니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으면 황송아지를 낳는다는데
요즘은 암송아지보다 황송아지가 가치가 더 있다던가요.
소키우는 집 하나둘 지쳐쓰러지고 있습니다.

산밑 닭집에서는 닭이 어쩌다 한 마리씩 사라집니다.
사람손을 타는 건지 아니면 산짐승의 짓인지 모르겠지만
주의를 좀 기울여야 겠어요.
삼동추밭을 다 짓밟아놓았다고 혼을 좀 냈는데
그렇다고 한마리가 가출까지 하진 않았겠죠? ㅎㅎㅎ

대처사는 한 이가 선녀 독한 넘 찾는다는 걸 알고
CHIVAS 하나 던져주고 가네요 이거 쓸만한가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