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집이라는 것~

산골통신 2008. 12. 13. 12:32

지금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있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를때가 많다.

잠을 자다가도 가만 생각에 잠긴다.

지금 꿈인가? 아니면...

가만 가만 생각한다.   한참을 꿈과 생시를 분석씩이나 하면서

지금 내 몸과 맘이 허공이 아니라 바닥에 붙어있음을 확인 또 확인하곤한다.

 

머 그래도 집에 왔다.

지난달 떠나서 그제서야 9일인가...  돌아왔다.

죽은듯 잠에 빠졌다가 일어나보니...

일은 산더미. 입을 딱 벌리게 하고...

 

할매는 배추를 죄다 뽑아 다듬어놓으셨다. 근 삼백포기 가까운 배추더미들~

이거 선녀보고 다 해치워라 이거쥬????

무얼 믿고 자꾸만 일을 치시는지 모르겠지만요~  저 너무 믿지 마시라요~

훌쩍 맘 동하면 떠나버리는 수가 있슈... ㅠㅠ

 

이땅 저땅 골고루 헤집으며 돌아다닌 며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던. 여행이었다.

그러나... 끝나고 집에 돌아와 한잠 자고 일어난 뒤의 생각..

하아~ 부질없어라...  부질없다...

허하고 또 허하다... 

숱하게 입에서 나오는 말 허공에 흩어지면 그뿐...

한마디 말 안 했다고 손가락질 할 군상들.. 눈에 훤하지만... 내는

꾹 참고 글로 한줄 남기리라. 이건 남겠지. 읽고 집어던지더라도.

 

방구들은 차게 식었고~

먼지들은 어찌나 곱게 내려앉았던지.

쥔장 집 비운 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돌아온 담날부터 시작된 김장~

일단 백여포기 부터 먼저 시작~

배추 절일 통이 모자른다. 언넘이 하나 존놈을 훔쳐갔단다.

다행히 날이 푹해... 새벽에 비가 좀 내렸나.

날은 잘 받았더라.

 

하루 배추 다듬어 절이고 뒤집고 건져 씻고~

하루 양념 만들어 버무리고~

 

일할 사람 뉘 있나~ 할매하고 선녀하고 둘이지. 늘상.

이웃보고 도와달라 하면 안 도와줄 이 있으랴만~ 애써 부를 필요 있나.

그들도 힘들텐데.

대처사는 자식들 바쁜 사람들 부를 필요 있나. 여기 있는 사람끼리 몇날 며칠 하면 되지.

먼길 오는거 쉬운 일도 아니리~

 

이틀을 김장 일차~ 하고 나머지 마저 하려했으나~

김치냉장고가 고장~ 추춤. 먼 이런 일이 다 있노.

다 늦게 서비스 불러 고쳐내라 했더니~ 못 고친다네~

하루지나 연락오기를~ 딴놈으로 교환해주겠다네~ 오만냥 더 내라네~ 우라질...

내일 배달해준다네~~~~  해서 김장 일단 중단사태~

 

주문받은 쌀방아는 어여 찧어 부쳐야 하겠고~

배추는 소금물에 담겨있고~

냉장고는 고장났고~

소마구에 소는 해산일이 임박해 샅이 벌겋게 부어늘어져있고~

소똥은 미처 못 쳐내어 난리가 났고~

제때 아궁이에 불도 못 때어 냉골이고~

집구석은 청소가 안 되어 안팍으로 어수선한데~ 요놈의 꼬맹이는 이번에 졸라 사준

호랑이 동물케릭터옷을 둘러입고 온통 어흥거리며 설치고 다닌다.

떡하나 주면 안 잡아묵는다나~~ ㅠㅠ

지가 대나무밭에 가서 잘라갖고 온 대나무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메고 다니며

막 쏘아대고 있다. 이넘아~~~ 정신사납다~~ 저리가~~~~

 

이넘 자슥~대나무숲에서 벌에 쏘였는가~ 목덜미와 등짝에 온통 벌겋게 부어올라 가렵다고 벅벅 긁어대고~

저거 갖고 병원가기도 글코 해서 걍 냅뒀는데~ 오늘 좀 가라앉는듯도 싶고...

 

서둘러 급한 쌀방아부터 해결해치우고~ 약속은 일단 중하므로...

김장 일차 해치우고~

소마구로 올라가 한바탕 소똥치기 헬쓰 해치우고~

다시 배추하고 씨름하다가~

중간중간 잡다한 일 처리 하다가~

 

꼬맹이 현장체험보고서 써내야한다고 징징~ 아이구.. 쫌 기둘려라. 내 정신좀 차리고.

중요한 숙제글도 써내야 할것이 몇개 있어 그것도 정신사나운데 말이지...

 

머 글로 옮겨놓으면 별로 한 일도 없는 핑게 같은데 말이지~

머한다고 이리 분주했을까 싶기도 하다.

 

할매는 시방 모자란 양념 마저 만들고 계시고~

선녀는 아궁이 불 쳐때놓고 들어와 청소 한바탕 해치우고

자판 두들기고 있다.

 

오늘밤엔 조금 몸과 맘을 추스린다음에 차분히 보고서 써야징~

먼넘의 체험보고서가 4장씩이나 쓰래~~~~

한장이문 되얐지. 헐헐... ㅠㅠ

 

아궁이 장작불 쑥 들이밀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