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기계에 기름을 칠해야 써먹을 수 있듯이...
내 이 오십을 바라보는 몸뚱아리에도 기름칠을 칠해야 한단 말다.
휘발유를 좋은 넘으로 부어줘야 하는디 요샌 썩 좋은 넘이 없어.
해서 그냥 요샌 맨땅에 헤딩한다.
아침부터 양파밭에 거름내기.
애써 마늘밭 옆에 거름을 냈건만~ 오늘 할매 말쌈.
여그다 할란다. 여그다도 깔아줘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할매요~~~~
그럼 마늘밭옆에는 뭐 심으실라요? 마늘 더 심자. 씨도 없잖유~ 다 퍼주고.
자잘한 넘 심으면 된다.
검정콩 거두고 난 언덕밭을 그냥 버려두기 아까우신 할매...
기어이 거기다 양파 심었다.
그 많던 양파모종 다 들어갔다. 얼매나 헤프던지 원~~
언덕밭 거름내려면 묘기대행진을 벌여야 하느니...
내리막길이걸랑. 경운기도 못 들어가고 관리기도 못 들어간다.
묘기를 부려가며 관리기까지는 들어갈 수 있겟다. 허지만 그 관리기 누가 부리지?
내는 몬해. 힘이 딸린다고.
산골 사람들보고 해달라 하기는 어줍잖은 일꺼리고. 그들도 엄청 바쁘다고~ 요새.
에라~~ 걍 맨땅에 헤딩하자.
작은 밭이라 대여섯 구루마만 들어가면 되겠다~ 씩씩하게 시작했다. 첨에는.
다섯번째. 그대로 굼불렀다. 에고고... 무릎팍을 탁 부딪쳤는데~ 오메 아픈거.
구루마 자빠져 거름 다 쏟아지거나 말거나 그냥 주저앉아버렸다.
에잉~ 이건 나중에 호박거름구덩이에 쓸어박으면 되겠다. 싶어 돌아서버렸네.
거름내고 호미로 밭 파뒤집어 골 만들고...
그대로 양파 심거버렸다. 속전속결~~ 구멍뚫린 비닐이라 그냥 심어도 된다네~~
겨울에 양파심고 이듬해 봄에 콩 심거먹으면 시절이 맞다네~~
밭은 그렇게 이모작 삼모작으로 쉴틈없이 돌려야 한다네~~
안 그러면 넘들 다 뭐든 심거먹을때 빈밭 보며 한탄 해야한다네~~
갑자기 힘이 넘친 선녀~
발동이 걸렸다. 제대로. 오늘 일할 맛 나네.
오전까지는 몸이 삐그덕 삐그덕~ 아주 난리를 치더니만~
거름 다 내고 양파 다 심고 일어서이... 사지가 잘 돌아가누만? 쯔비.
에라~ 이럴때 밀린 일 처리하자.
쇠스랑들고 소마구로 갔겠다. 계속 눈에 거슬리던 마구안 소똥더미들 오늘 다 끝내버리자고.
너들 다 주거써.
그간 무져두었던 소똥거름을 쳐싣고 비탈길을 오르는데 이야~~ 쌩~~ 올라간다.
허! 이 무신 일이냐~~ 아까 아침엔 삐걱대더니만~
일을 자꾸 자꾸 해야 몸이 풀린다더만~ 오늘 제대로 풀렸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노을이 지고~ 동산에 달 떠오고~ 어둑어둑할 때까정 일했다.
오늘 끝을 보려 했는데~ 학교 파하고 진작에 온 꼬맹이~
일 끝내고 올 엄마 기다리다~ 지쳐 찾아 올라왔네.
왜 그렇게 일 많이 해???그만 해~~
맘 같애선 불 켜놓고 마저 해치우고 싶었는데~ 에라... 꼬맹이 땜시~ 접었당.
땀이 살짝 나더라. 오늘은.
아침에 춥다고 내복 껴입히고 두터운 잠바 입혀 보낸 꼬맹이
다신 내복 안 입는단다. 더워 죽는 줄 알았단다. ㅎㅎㅎ
니는 젊어 좋겠다~ ㅎㅎㅎ
해는 다 지고~ 서산엔 노을이 .. 동산엔 달이 슬쩍 떠오른 하늘을 바라보며...
마구 옆 산소 단풍? 든 잔디를 보니... 너무 이뻐.
저게 노을이 비쳐 저리 보이는 건지... 아니면 낙엽이 든 건지~ 쟤들도.
아니면... 사진기 있음 찍어놓고 싶을 정도로 신비롭게 이뻤다.
밑에 산소는 잔디가 잘 가꿔져 있고 위에 산소는 억새풀이 뒤덮었다.
벌초를 해주는데도 살아남아 기어이 억새꽃을 자잘하게 피워냈다.
이건 그림이다.
다들 밭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검부지기들 모아다 들불 놓아 흰 연기 여기저기 솟는다.
해거름이면 늘상 보이는 풍경이다.
내일 나락 비어준단다.
아침부터 바쁘겠당. 나락 말릴 건조망 다 꺼내다 널어놓아야 하고~
갓돌림 한 나락단들 한데 모아 놓아야 한다. 그래야 일이 수월타.
새참으론 뭘 내갈까나.
콤바인 쥔장 좋아하는 맥주랑~ 산닭이 낳은 계란 후라이랑~
찰떡도 좀 구어갈까? 아니면 배차적을 꿔갈까~
넘의살을 볶아갈까...
내일부턴 아침저녁 나락 널고 걷고 뺑이질 쳐야한다.
한 며칠 해야겠지?
날이 좋아야 할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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