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올해는 비가 적다.
그래도 가을 무 배추농사에는 적절한 때 비가 내려줘서 그나마 숨좀 돌리겠고.
논농사에는 조금 가물었으나 물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세월이라 아무 문제가 없었고.
단지 콩농사가 망했다던가... 팥하고.
그제즈음에 비가 온다고 했다. 이틀연속.
헌데 안 왔다. 조금 흐리고 말뿐.
오늘... 잔뜩 흐려 죽을상을 하고 있다. 하늘이. 하루종일.
뭔가 오겠군. 몸이 절로 움추러든다.
진작에 거름깔아 밭장만 해놓은 마늘밭.양파밭.. 심어야하는데...
마늘씨도 어제 다 쪼개놓았고 양파모종도 구해놓았고...
날이 서글퍼 이불속에서 노 궁시렁거리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할매랑 밭으로 올라갔다나...
이웃들 다 밭장만하랴~ 심으랴 야단이다. 한물이다.
다들 밭에 있다.
대충 줄을 기리고 마늘을 심는다.
호미도 구찮아 집어던지고 걍 손으로 골을 파서 집어넣는다.
한 골에 열두어 개 들어간다.
할매랑 선녀랑 마주앉아 줄줄이 심어나간다.
골따라 할매발자욱은 착착 줄맞춰 나있다.
선녀발자욱은 미친년 춤춘듯~ 엉망이다.
왜 그러나 몰러... 골이 비뚤빼뚤하지 말라고 일삼아 발끝으로 골을 기린다.
마늘씨가 헤프다. 막 들어간다.
금방 한 푸대 두 푸대 다 들어갔다.
들통에 있는 것 까지 다 심고나이~ 없다.
이제 겨우 반도 못 했는데에~~~
다시 마늘 씨 쪼개러 간다.
마늘은 씨가 참 많이 들어가... 그래서 비싼가봐.
점심 먹고~ 마늘씨를 쪼개갖고 다시 와서 심었다.
열댓접 심었다. 그 정도면 우리 먹고 나누고 할 정도는 충분히 된다.
올해는 이만치만 하자.
날이 은근 춥다. 내복을 벌써 챙겨 입었는데도 춥다.
아무래도 뭔가 내릴듯하다.
비설거지를 미리 해놓아야겠네.
저녁에... 어스름.. 달빛도 먹구름에 가려 안 보이는 그런...
뒷골밭 메밀단 묶어 세워놓은거... 비맞지 않게 덮어야 한다고 하시네...
에궁. 이 캄캄한 어둠속을...
전 같으면 후레쉬 갖고도 무서워 못 올라가던 그 산길을
걍 휘적휘적~ 용감하게 뛰어올라갔다.
아무치도 않더라. 희한하다.
아무것도 겁나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고 꺼림칙하지도 않더라.
가는 중간에 무덤도 여러개 있고 산중턱에도 많은데 말이지.
덤덤하니.. 그냥 볼일 다 보고 내려왔다나.
감나무밑 낙엽 수북히 떨어진 곳에 빗방울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그냥 내려왔다. 마치 그런 무늬의 카펫을 깔아놓은 양... 이뻤다.
집안팍 쓰레기들 몽땅 분리수거 정리해서 집뒤 전봇대 밑에 내놓고~~
한달에 한번 청소차가 들어와 가져간다. 항상 때를 못 맞춰 쟁여두느라고 애먹었는데...
속션히 다 치워버렸다.
인간세상 쓰레기가 너무 많다.
아이들 책도 포장만 그럴싸하지 버릴 것이 더 많다.
차라리 아궁이에 넣어 태울 수 있게 보통종이로 인쇄 좀 하면 어디 덧나나...
이래서는 모두 쓰레기다.
우편물도 다 쓰레기다. 정작 필요하고 봐야할 것은 조금인데...
다섯마리 아기 고양이들이 똥개 아롱이 밥을 노상 염치없이 대먹고 있다.
아롱이... 그걸 묵인하고 망까지 봐주고 있다.
개와 고양이가 웬수지간이라고 뉘 그랬나? 그거 엉터리다.
아롱이 밥을 양을 팍 줄였다.
먹을 것이 흔해야 인심이 난다고~ 니놈이 배가 불렀구만~
고양이들은 쥐잡아먹게 냅두고 니밥그릇이나 챙겨라 마!
요새 아롱이... 조금씩 고양이들한테 눈치를 주는듯 싶다.
고양이들... 신청도 않고 걍 개밥그릇 근처에 포진하고 앉아 호시탐탐~
아롱이 밥 다 먹고 물러설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린다.
배고픈 고양이들...
쥐사냥에 열심이다.
여기저기 마당에 눈에 띄는 쥐 시체들... ㅠㅠ
머리만 뜯어먹고 버린 것~
꼬리와 뒷다리만 덜렁 남아있는 것~
오늘은.. 꼬리와 뒷다리만 뜯어먹었더라...
매일 그넘들 집어다 버려야 하는 내 신세여...
이넘들아~~ 애써 잡았으면 다 먹던가! 딴데가서 먹던가!!!
왜 꼭 여그와서 먹는겨~!
시방 내한테 시위하는거냐???
아침마다 문 열기가 겁난다. 또 어디에 먹다남은 쥐 시체가 나뒹굴고 있을꺼나.. ㅠㅠ
전에는 천정에 쥐들이 백미터 달리기를 했었다.
고양이들하고 같이 산 뒤로 그런 소란은 면했는데...
며칠 전부터 천정에서 희한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들.. 판자 득득 발톱으로 긁어대는 소리... 아웅거리는 소리...
이 머냐???? 쟈들이 어케 지붕을 뚫고 들어갔다냐... 몸집도 안 작은데? 쥐라면 몰라도.
오늘 오며가며 틈만 나면 그 미스테리를 풀라고 온 집안을 빙빙돌며 지붕만 쳐다보았다나~
집 뒤쪽 서까래 두개가 무너져내렸네. 아하. 저기일까?
굴뚝을 없앤 자리인데...
저길 한번 올라가봐야하겠는데...
아마 내가 올라가면... 기왓장 다 깨질껄??? 집 무너질 지도 몰라...ㅠㅠ
차마!!!
내일 꼬맹이보고 올라가서 구멍이 있나 없나... 살펴보라고 해야지.
울집엔 별것이 다 같이 산다.
뱀도 허물 벗으러 들락거리고~~
지네도 가끔 잡아내고~
같이 살아야 하나... 아니면!
나 그다지 인심 좋은 사람 아닌데...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골통신] 나락 비널다. (0) | 2008.11.12 |
---|---|
[산골통신] 발동이 걸려야... (0) | 2008.11.10 |
[산골통신] 빈 들 빈 가을... (0) | 2008.11.07 |
[산골통신] 오랜만에 기분 째진날~ (0) | 2008.10.29 |
[산골통신] 나락 갓돌림~ 그리고 염장사진? (0) | 2008.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