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머리가 지끈 아팠다.
올해 나락푸대는 다 어찌 나를꼬...
울 무늬만 나무꾼께옵서는 도시 일거리가 바빠 몸이 두어 개라도 모자라는 사람.
넌즈시~ 모르는 척 하고 물어봤지비~ 나락 날라줄꺼유??? 못 한단다. 바빠서.
먼넘의 회의 행사 면접~~ 혼자 일 다혀!!
직원도 혼자 다 뽑고~ 행사도 혼자 다 주관하고~ 회의는 멋한다고 맨날 혀?
기고문 연설문은 왜 웃사람보고 쓰라고 하지 왜 다 대필해주고 말이지...
그 웃사람은 말이지~ 자기 연설문을 왜 지가 안 쓰고 지가 쓴 것처럼 연설하는겨? 흠흠...
사람들 보소!
먼넘의 책자나 기념문집 칼럼 어쩌고 저쩌고 같은거 보면 십중팔구 그 사람이 쓴거 아뉴... 그거 알고 보소.
다아~ 아랫사람이 개발새발? 쓴거유... 내 그 속사정을 진즉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까발기기는 첨하유~
해서 올해 나락은 어쨌든동 선녀 혼자 다 담고 나르고 하게 생겼다.
할매~ 힘 못 쓴지 오래... 우짜냐고오~~
맘착한 이웃 선태아빠를 불렀으면 좋겠지만 어데 가고 없던데...
아침 일찍 쳐들어가 안 바빠 보이면 할매가 붙잡아 오기로 하고... 일단은.
점심먹고 슬슬~~ 나락 떨러 나가볼꺼나~ 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할매 신발도 안 벗으시고 방안으로 막 쳐들어오셨어~~ ㅠㅠ
얼매나 바쁘셨으면~
와요? 먼 일 났슈??
희득이네서 양파 심어달란다. 해서 서로 일손을 바꾸기로 했다.
그집 손주들 희득이하고 정희가 와서 나락 떠는거 도와주고~ 내는 그집 양파 심어주러 갈란다.
그러시고는 후딱 사라져버리시넹~~ ㅠㅠ
어리둥절... 할매는 그렇다 치고.... 우리가 열댓살 먹은 어린애들 둘 갖다 어따 쓰라고????
궁시렁거리며 에라~ 올해는 선녀 일복 터졌다. 맨땅에 헤딩하는 해로 기념하자 머...
천천히 하는데까정 하지 머~~
저녁에 선태아빠 오걸랑 같이 싣기로 하고.
나락 떨어 담기 시작... 어쩌겠어~ 오늘 해 안으로 할 수 있겠지.
반 포기하고 일을 하고 있는데...
그집 손녀 불쑥 고개를 디밀고 나타나...
도와드릴께요~~~~ 한다. 으잉?
니가 먼일을 도와줘~~ 힘든다~ 힘들어. 내혼자 해도 되어~~ 괜찮아...
그러고 보내려고 했는데...
그집 손자까정 오네.
그래도 미심다워서리~ 그럼 니들도 담아볼래~
힘들면 하지 말고 천처이 해봐...
한참을 일하다가 갸들 일하는 거 보이... 헐....
내보다 잘하네.
쟈들 엥간한 일꾼들보다 낫네...
그래서 쟈들 할매가 보냈구낭!
쓱싹쓱싹 건조망 한나 두이~ 해치우고 나가는데 이거 일 금방 끝나겠네.
어리다고 시퍼 볼 거이 아니구만.
쟈들 할매나 어메가 일선수더만~ 쟈들도 보배운 것이 있어 남다르구만.
그러고보면 울 꼬맹이 이넘은 어델 갔어? 학교 파한지 오랜데 올 생각을 안 하네~
가만 어제 이넘이 한 말이 있는데~
내일은 일 많으니까 나 늦게 올께~~~ 요랬단 말여... 요놈이.
이젠 일 하기 싫으니까 꾀를 부리고 있는데 말이지...
작년까지만 해도 일 찾아서 하고 먼저 하고 많이 하고 그랬는데~
올해부터는 일만 눈에 띄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리는 넘이 이놈이다.
참 비교가 되네그랴... ㅎㅎㅎ
머 하여튼 나중에 선태아빠까지 와주셔서~
나락은 푸대에 다 퍼담았고~ 건조망도 다 접어놓았고~ 순식간에 일이 다 끝났더라.
이제 쌕쌕이에 쳐싣고 나르기만 하면 되여~
쌕쌕이 몰고 와서 신나게 실어날랐다.
마당 헛간 새로 지은 곳에 브로크랑 각목이랑 놓고 그 위에 차곡차곡 쟁여놓는데~
어찌 일이 이렇게 쉽게 끝났는지 아무리 봐도 실감이 안 나드라.
이래서 농사철엔 꾼이 많아야 한다고 그러나보다.
내혼자 시작했을땐 힘도 안 나고 별 감흥도 없고 그랬는데 말이지.
어~ 어~ 하는 사이에 일은 벌써 끝나버리고... 나락은 집안으로 다 들어왔더라 말이지.
그집 양파 심어주고 오신 할매 왈~
이런 해도 다 있구나~~ 횡재 만났네...
애썼다~ 얘들아~
내일 니네 집 양파 마저 심어주께~~
헐... 그러노라고 어쩌느라고~ 정작 나락푸대 갯수를 안 세어봤더라... ㅠㅠ
가져간 빈푸대가 몇개인지 알면 정확한데 할매~ 모르시겠단다~ ㅠㅠ
에궁. 내일 세어봐야지. 쿨럭~
모든 농사는 뭐가 됐던지 간에 내 곳간에 들어와야 큰소리 칠 수 있다 했단다.
어쨌든간에 올해 논농사는 끝났고. 나락들은 몽땅 울집 울 안으로 들어왔겠다.
논에는 볏짚만이 덩그라니 남았는데~ 그거야 머 껌값이고.
만세다.
이제 들일 남은 것은 메밀타작하고 검정콩 타작하고 남았고.
내일이나 모레나 마늘이나 더 심고~ 양파나 모종 더 구할 수 있으면 더 심고~
무 배추가 남았는데~ 무부터 뽑아야 할꺼나~
저건너 응달말 이웃들은 오늘 경운기 그득그득 실어나르던데.
이제 슬슬 김장철이구나~
우린 언제나 할꼬나.
김장까정 하고~ 나면 메주 쑤어 달고
그러면 올해도 다 간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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