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짚을 걷어야 논일 다 끝난다.

산골통신 2008. 11. 17. 18:00

올해 날이 가물어 이런 해가 없단다.

논바닥이 말랐으니 나락 베기도 좋고 나락 말리기도 좋고

볏짚 걷기도 좋고 이런 해원이 어데 있노~

이런 날 퍼뜩 퍼뜩 일 쳐서 줄여야지  안 그나.

삼거리 아저씨는 요새 노신단다. 일 다 해놓고 할 일이 없어서~ ㅎㅎㅎ

 

어제부터 짚걷는데 말이지. 논 열마지기 얼매 되나~ 내혼자 해도 된다.

힘들면 나오지 말거라~  슬금슬금 하면 된다.

에구~ 할매요. 얼매 안되다이~  할매한테나  암것도 아니지 지한테는 하루갖고 엄두 안 나는 일이요~

 

천상 아침에는 이슬에 볏짚이 젖어 있기 때문에 일찍 나가지도 못한다.

해가 이만치~~~  아... 따땃하다. 할 정도 느낌이 올때 나가야 하느니.

그래도 날이 차다. 바람도 불고.

 

옷을 단디 껴입고 나갔다.

이런날 땀이 났다 말랐다 이카면 금새 재채기 콧물바람이다.

바람이 어찌나 불어제끼는지 모자가 훌렁훌렁 벗겨져 달아나려 하는 바람에 애무따.

할매 모자는 끈으로 묶는 거지만 선녀가 죽어라고 쓰는 모자는 챙모자니께네~~ ㅎㅎㅎ

 

볏짚걷기는 아무케나 해도 된다. 매듭만 안 풀리면 되걸랑.

소가 어디 볏짚 인물보고 먹니껴? 걍 아무케나 묶어도 되니더~ 

올해는 볏짚이 좋네~~ 날 가물어서 걷기도 좋고.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 명언씩이나 하고 가신다. ㅎㅎㅎ 맞는 말씀.

 

바람 찬 흥남부두도 아이고~ 하여간 세차게 불어제끼는 바람을 맞받으며 등지며

볏짚을 열심히 걷어나갔다.

일단은 무져진 곳부터. 네 귀퉁이 콤바인이 후진 전진을 반복한 곳에는 볏짚이 이리저리

무더기로 쌓여져 있어 그것부터 헤쳐 말려서 걷어야 한다. 안 그랬다가 비라도 올작시면

시꺼멓게 변색이 되느니. 또 일일이 펼쳐 말려야 하고 일거리가 산만치 늘어난단 말이다.

 

네 귀퉁이를 돌며 알뜰하게 걷어묶어 놓은 다음~ 줄줄이 걷기 좋게 늘어져있는 볏짚을 걷기 시작하니

얼매나 쑥쑥 일이 잘 나가던동.

 

하루에 논 하나 뚝딱 끝났다.  끝내고 나서 어리둥절~ 드넓은 빈 논바닥을 바라보며 이걸 다 했단 말이지..

못해 그렇지. 일은 시작하면 다 한다더이 그말이 맞네.

볏짚단을 일일이 세워놓고 먼데 있는 짚단은 앞둑 쪽으로 휙휙~ 던져놓았다.

그래놓아야 나중에 조박거릴때 일이 수월치.

오늘도 논 하나 거의 끝냈다.  무져져 있는 볏짚들부터 하려니

이논 저논 왔다갔다 하면서 해야했다. 

 

어젯밤. 손목이 사정없이 욱신거려  밤새 혼났다.

아이고~~ 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 또 그러네.

할매는 괜찮으시우~ 내는 죽갔는데~ ㅠㅠ

밤새 뜨끈뜨끈 아랫목에 지지고 나니 좀 괜찮드라. 아이고~ 혼났어 정말~~

꼭 첫날은 그렇다. 꼭 일 못하는 얼치기 표 내느라고 말이지~~

오늘은 아무치도 않네~ 일 할맛 난다.

 

바람은 어제보다 더 불어제끼고~

날은 더 추워졌다.

이래야 볏짚이 자알 마른다고  그러네~ 

 

이웃 논에는 기계로 걷은 볏짚이 잔뜩 쌓여있었는데~

트럭이 붕~ 쳐들어오더니 장정 둘이 그 무거운 걸 들었다 던졌다 놨다 하는데

참 묘기를 보는 것 같더라.

기계로 걷어묶은 네모난 짚단은  엄청 크고 두껍고 무거워

내는 저 무거운 짚덩이 두 손으로도 못 드는데... 전에 한번 걷어봤을땐 막 굴려서 날랐다나~ ㅠㅠ

헌데~ 저 장정들 보소~~

저걸 두 개씩 한 번에 들고 휙~ 던져버리네... 그것도 트럭 위로...

트럭 위에서는 갈고리? 낫 같은 걸로 팍 찍어 올리고.

와... 남자 힘이란 것이 다르구낭. 참 억울타!!! 억울해~~ 억울해~~

금새 논 두개 트럭 가득가득 쳐싣고 가는데 막 경이롭더라~ ㅎㅎㅎ

 

까짓 기계로 짚 걷어달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러면 편한 줄 누 모르는가.

하지만 짚 걷는데 들어가는 돈이 만만찮다고!  마지기당 얼매 한다고? 으이?

또 비오기 전에 짚단 쌓아놓거나 집으로  실어 올려면   장정 여럿 사야 하고~

몇십만원 깨진다카이~~

헐 수 없이 내 힘으로 못하이 남의 손 빌려야 하는데~ 남의손은 어디 쉬운줄 알아?

 

걍 이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걷어 묶어 쌓아놓았다가 트럭으로 싣고 오면 되지 머~

한 사나흘~ 논에서 살지 머!

 

이제 내일이면 짚 다 걷는다.

차나락 논을 먼저 해놓아서 일이 이렇게 쉽게 끝나지

그것까지 같이 하려 했으면 일주일 더 걸릴꺼다~ ㅎㅎㅎ

 

짚이나 이렇게 걷어놓고...

콩타작 메밀타작 해놓고.. 마늘 비닐 씌우고...

배추 뽑아 김장 하고.

콩 삶아 메주쑤어 달고..

 

그러면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