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땄다.
손이 닿는 부분만 땄다. 감쪽대로 따야 할 것들은 남겨두었지.
이따만한 대봉시라 홍시로 먹으면 달고 참 좋은데.
누가 다 먹냐고~ 먹을 사람 없다고라.
그리고 홍시 보관도 어렵고. 다들 홍시 물렸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내다 팔자니 성가시고 구찮고 돈도 마이 안 되고. 올해는 또 많이 달리지도 않았고.
그냥 부애가 나서리~
뚝뚝 또개서 널어버렸다. 감또개 하려고.
감또개가 뭐냐고 자꾸 묻지마유~ 이거 사진 보면 아시니께...
이거 꾸득꾸득 말려서 하얗게 곶감처럼 분을 내서 먹으면 곶감보다 더 쫄깃거리고 맛있어욤.
온 겨우내 군입다실거리 족하쥬.
울 할매~ 사진 찍히는 줄 모르시고 계셨음.
원래는 백발이신데~ 염색을 하셔서리... 파마를 안 하고 손수 커트머리를 고수하고 계심.
할매는 감 뚝뚝 또개시고~ 선녀는 날날이 잠방에 갖다 널고~
이렇게 주욱 갖다 넌 다음~ 하루 지나고 뒤집어줘야 한다.
안 그랬다간 잠방에 딱 달라붙어서 띠내질 못함. 주의요망!!!
간간이 뒤집어 줘가며 말리면 좋음. 단 이슬 맞히면 안 됨. 아침저녁으로 보살펴야 함.
처마밑에 씨마늘 걸어놓았다. 밭 작물 다 거둬들인 다음 마늘 심을꺼다.
늙은 호박들 따다가 몽땅 껍질 벳겨 썰어 널어버렸다.
나중에 삶아 물 마시기도 하고~ 떡에다 넣어쪄먹기도 하고~
노상 소한테 갖다주는데 아깝긴 하고... 해서 그냥 썰어버렸지.
이케~ 감또개랑 호박고지랑... 나란히 말라간다.
밭이웃들이 우리 감따는 거 보고 군침 다신다.
올해 감 작황이 별로라 나눠주기는 못하고~ 그냥 홍시된 넘들 몇개 맛 보시라고 나눠드렸다.
이웃들은 어떻게 그 아까운 걸 다 또개서 감또개 만드느냐고~ 아깝다고 아우성!!! 을 치지만~
정작 우리는 홍시도 아쉽지 않고~ 성가시고... 곶감도 별로 땡기지 않고... 팔기도 구찮고~
그렇다고라...
내일은 감쪽대로 높은데 있는 넘들 따다가 얼라들 곶감이나 몇개 만들어볼꺼나.
두어 줄만 만들어 처마밑에 달아봐야지.
작은넘 오며가며 따먹게...
나머지는 홍시 만들어 먹고...
대봉시 홍시가 너무 커서 하나 먹으면 배불러...
감 따면서 홍시 두어 개 먹었더이~ 밥 생각이 안 나더라구.
일하면서 오며가며 따먹는 맛이 제법이더라구.
일삼아 장에 가서 사먹는 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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