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배차적~

산골통신 2008. 10. 25. 16:24
올해 배추가 거대!!! 합니다.
저거 저거 아직 알이 안 찬 넘들인데 벌써부터 대단합니다.
딴딴하게 알이 차기 시작하면 저거 혼자 하나 들기가 힘들낍니다.

진딧물이 조금 끼어서 몇넘 뽑았죠.
이걸로 멀 해먹노? 겉절이 할까? 걍 막김치 담을까?
삽작거리에 걍 내팽겨쳐뒀더가~

오늘 점심때 슬슬 배가 고파지는기라요.
저넘 배차적꾸먹자.

오전내 단감따느라고 절벽???? 에서 묘기를 부렸었걸랑요.
우리가 감을 안 따고 있으니까 이웃에서 야단이라요.
다들 입맛을 다시는거지요.
잎은 다 떨어지고 감만 덜렁덜렁 눈에 띄니까.
왜 안 따느냐고~ 이웃들이 되려 성화를 부리시네요.

어쩔 수 없이 오늘 땄심돠.
이 단감나무는 늦감이라 아직 안 따도 되는데~ 늦게 따야 맛이 더 좋은디~ ㅠㅠ

햇살은 눈부시고~ 나뭇가지들은 눈을 찌르고~
나무에 올라가자니 내 다리가 뿐질러질거 같고.
그냥 깔끼랑 괭이랑 갖고 와서 막 가지를 분질러가며 땄지요.
감 참 맛있어요. 올해 햇볕이 좋아서요.

따다말고 앉아서 한개 우적우적 깨물어먹고.
하나 먹으니 배가 불러~ 또 일어서 따고.

올해는 배추며 무며 대단하네요. 대파도 대단하고~
먹을 것이 널려있으니 장에 갈 일이 없네요.

요새는 배추 뚝뚝 채썰어서 참기름 고춧가루에 버무려 생절이 해먹어요.
무도 굵기가 제 종아리보다 더 굵네요. 대단해요.

배추를 칼등으로 뚝뚝 두들겨 숨을 죽여서 밀가루 개고 소금넣고~
들기름 두르고 치지직~~ 치직! 후라이팬 두개 올려놓고 막 구워제꼈네요.

온집안에 들기름 냄새가~ 으으.. 창문 다 열고...
꼬맹이 냄새 맡고 쪼차와 두어 접시 해제끼고~
할매 할배 두어 접시 드시고~
나머지는 지가 꿀꺽!

휘발유가 없어 그냥... 안주만...
요새 술이 안 땡겨요. 같이 마셔줄 사람도 없고~ 마시고픈 생각도 안 나고.
마셨다하면 말술로 마셔야만 취기가 느껴지는지라...
그냥 홀짝거리는건 제 취향이 아니걸랑요.
새참용으로 냅둔 맥주를 까볼까~ 해봤지만~ 까이꺼 그거 몇병 마신다고 나을것도 없공.
그래서 걍 끊을라고요.

배차적은 굽는대로 걍 그자리에서 먹어야해요.
뜨거운걸 손으로 죽죽~ 길게 찢어서... 간장발라 먹어야죠. 그래야 제맛이죠.
이쁘게 썰어 접시에 담아놓은걸 보면 맛도 안 느껴져요. 희한하죠.

이걸 사진찍어볼까 싶어 카메라를 찾으니 멀리 있는거라요.
가지러 갈까 싶었지만 <염장사진>이 될거 같아 에라~~ 욕먹기 싫어 걍 참았네요~ ㅎㅎㅎ

이제 배추가 실하게 알이 차기 시작하니까~
매일 점심은 배차적이 될꺼래요.
미나리적도 해묵고~ 정구지적도 마지막으로 해묵고~
호박 돈적도 꿔먹고...

가을... 어제 메밀도 다 거둬 묶어세워놓았으니
검정콩만 거두면 되요.

그러고나면 마늘 양파 심어야겠죠.
미나락 추수할 일이 남았는데... 콤바인 쥔장이 바쁜지 기척이 없네요.

논에는 짚가리만 덜렁 남고 밭에는 양파랑 마늘만 남아요.
그러고나면 온산이 불그락푸르락 물이 든 다음...
겨울색으로 바뀌어버리죠.
오랫동안. 봄이 올때까지... 지겹게 그 들과 산을 바라봐줘야해요.
죽은듯 아무것도 없는... 설마 저 땅에 뭐가 돋을까.. 싶을까 싶은.. 그런 들을...

오늘 한잔 걸치지도 않았는데
약간 마음이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