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볏짚 다 걷었다.
원래 하루일거리도 안 되는 건데 널널하게 일하자고 걍 건들건들 일했다.
차나락 볏짚이 키가 작아.. 원래 씨가 그렇거라나. 어데 먼데 가서 구해온거라나~
키가 크면 확확~ 자빠지니까 뿌리가 실하고 대궁이 빡빡하고 키가 작은 넘으로 구해 심었다.
나락 자빠지는거 징글징글해서~ 나락 키가 작던 말던 걍 심었다.
그랬더이~ 볏짚 묶기가 쪼매 거시기하네그랴.
해서 짚단을 작게 만들어 묶어야했다. 머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지만도~
날이 덥다. 가을날씨 아니다.
이맘때는 쌀쌀하고 햇살은 한낮에만 따갑고 머 그래야하는데~
글씨 일하는데 땀이 다 나더라니까. 머 이런 날이 다 있노.
논바닥이 찐득거리고 미끄러워 잘못 헛 디디면 좌악~~ 가랭이 찢어진다. 조심해야한다.
가뭄이지만 밤이슬이 만만찮아 그렇다.
낼이나 모래 가을비가 촉촉히? 온다네. 그전에 볏짚 다 걷어묶어 짚가리 맹글어 놓아야한다.
비오면 구찮아. 볏짚 말리고 뒤집고 일거리가 늘어난다고.
그래도 차나락은 여기 한 논만 하니까 일이 없지~ 서마지기 논인데 하루꺼리도 안 된다.
메뚜기가 뛴다. 들고냥이들도 같이 뛴다.
울집 일곱마리 고냥이들도 사냥나갔는지 안 보인다.
한달째 훈련중이다. 독립시킬꺼다. 너들 알아서 먹구살어~ 내는 니들 못 키워!
일년에 열마리씩 낳아제끼는 넘들을 어케 사료사다 먹이니?
강냉이 한 마리였을 적엔 괜찮았지만~ 핵분열을 해대는 니들한테 질려버렸다...
울며불며 소리 꽥꽥 지르며??? 난리부르스를 치던 고냥이들~
슬금슬금 아롱이 개밥을 훔쳐먹던 고냥이들~~
배가 고파 안 되겠던지 들로 산으로 내로 사냥을 떠났다. 휴우...
이기 너들 살고 내도 사는 길이야... 인간들한테 사료얻어먹고 사는거이 좋은 줄 아냐???
그 사료속에 뭐가 들었는줄 알고???? 아서라...
일 다하고 지푸라기 탁탁 털고 일어서는데.. 논도랑에 미나리 눈에 띈다.
저거 뜯어다 적꿔먹으면 좋겠다.
낫도 안 갖고 왔고... 걍 손으로 쥐어 뜯었다.
여기는 노상 물이 나는 곳인데 하염없이 물이 솟는다.
여기 나는 미나리가 참 맛이 좋다.
원래 이 논이 수렁이라... 해마다 농사지을때 빠지고 애먹고 그랬는데...
몇년전 포크레인 불러 땅을 파고 모래와 자갈을 엄청나게 쳐넣고 물탱크를 묻어 솟아나는 물을 이용한다.
줄기차게 하염없이 솟는다. 저기 저 구멍에서 졸졸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이 물로 이 논 일년농사 짓고도 남아 호스를 박아 응달말 소축사에서도 끌어가고 아랫논으로도 끌어간다.
그래도 남아 도랑으로 흘러나간다. 아까울 정도다.
이 논에서 미나리꽝을 하고 싶어하는 이웃도 있고
미꾸라지를 키우고 싶어하는 이웃도 있다.
누가 여기다 집을 지으면 연못을 하나 파고 말이지~ 그럴싸한 정자도 하나 짓고말이지...
내는 머 이런 엉뚱한 꿈이나 꾼다. ㅎㅎㅎ
산말랭이 마을에 어디든 땅만 파면 물이 솟아나니 삽을 대기가 겁난다고라...
어느 마을엔 물이 없어 고생이라던데...
오늘은 돌미나리 적이나 꿔무야겠다.
이따 해거름에 짚가리나 맹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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