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이리 빨라 어쩌니... 눈물난다.
논에 푹푹 빠져가며 모내기하고 머들구기하고 피사리하고
풀깍고 어쩌고 저쩌고.. 도구치고...
뜨겁던 여름 지나가고나이.. 훌쩍이구나. 훌쩍~
올해는 태풍이 없어 대풍이라고 다들 그런다만~
비가 많이 안 온탓에 나락 키가 그다지 크지앟아 수확량에 차이가 나지 않을까싶다.
할매한테 계속 시달리고 있다,. 이삭이 팰때 이삭비료를 해야하는데~ 무비료로 한다고 성화를 부려 안 했다고!
고집을 부릴걸 부려야한다고~ 수확량이 팍! 차이가 날꺼 같다. 아무래도. 알이 자잘하고...
그야말로 노랗게 변해간다. 들판이.
논둑콩들도 누렇게 변하고... 그림이다.
차나락논 가생이 갓돌림을 어제 했다.
미리 해놓아야 콤바인쥔이 시간날때 해주지.
우리야 머~ 논이 그리 크지 않으니 자투리 시간이 나면 금방 해줄꺼야.
낫을 들고 논에 들어서니 논이 찐득찐득하다. 가물다가물다했어도 논 속은 물이 있네.
기계 들어가고 돌아나오는 자리만 넉넉히 베어내고
나머진 한 줄씩만 베어줬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일은 할수록 느는건지 아니면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리 힘들이지 않고 뚝딱 끝냈다. 가뿐하게~~~
이래서 농사꾼들이 평생을 일을 쳐가며 살 수 있는거구나.. 싶었다.
메뚜기가 뛴다.
패트병 하나씩 들고 논둑에서 사는 사람들 제법 있다.
요즘은 파리채로 메뚜기 잡는다메~~ 누가 그러더라.
어! 그거 기발하다. 그걸 왜 생각 못했지? 뛰는 메뚜기~ 파리채로 툭! 치면~~~
맞어 맞어~ ㅎㅎ 한참 웃었다.
뛰는 메뚜기에 나는 파리채로!!!
사마귀도 색깔을 바꿔 여거저기 눈에 뵌다.
울집 마당 사마귀들은 전부 고양이 밥이 됐다. 메뚜기도.
헌데 지네는 안 잡아묵더라~ 해서 내가 발로 밟아버렸다.
울집에 어제 식구가 다섯이 더 늘었다. ㅠㅠ
강냉이가 또 다섯마리 새끼를 낳았다. 아주 봄가을로 다섯마리씩 낳아제끼는데
우짜면 좋을지 모르겠다.
어제 밤에 배가 홀쭉해진 강냉이가 돌아댕기길래 눈치깠다.
너 어따 새끼낳았니? 안 잡아무께~ 갈챠줘라.. 하고 뒤를 미행을 하니
저짝~ 콩밭으로 도망가버린다. 얼레???
엇저녁부터 할매집 우리집 다 뒤져봐도 새끼들이 없다. 강냉이는 모른척! 딴청피우고 돌아댕기고있고.
이넘봐라...
아까. 아랫채 아궁이 옆 깻단 높다랗게 쌓아둔 곳에서 애웅~ 하는 소리가 나서 겨올라가보이..
세상에 그 꼭대기 구석탱이다가... 다섯마리를 낳아놓고 젖먹이고 있더라. 으이구...
몽땅 아빠 닮았더라. 망할 누렁이같으니.
이제 이넘 새끼들 우짜니...
할매한테 쪼차가 이넘들 젖떨어지거든 오일장 내다 팔아야겠소.
그러이.. 협조좀 해주시소!!!
할매왈: 냅둬라~~ 갸들 인간한테 해 안 끼치는 넘들이니... 지들이 알아서 키우고 살게 냅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미고양이 강냉이
이제는 다 큰 아기?고양이 다섯 마리
어데서 흘러들어왔는지 언제적부터 같이 사는 업둥이? 아기고양이 한 마리
새로 태어난 새끼고양이 다섯 마리..
합이 열두 마리요...
사이좋게 흔들그네 타고 노는 고양이들... 얄미워...
나락베 달라고 콤바인 쥔장네 할매한테 말해놓고~
천막건조망을 갖고 논옆 길에다 좌악 펴놓았다.
산골사람들... 나락 말릴 명당자리 먼저 선점하려고 눈이 빠꼼이가 되어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참준비나 해야겠다.
오늘의 새참~~
데친 오징어 초고추장 찍어묵기~
산닭들이 낳은 유정란 후라이~~~
그리고 션한 맥주!
널널하게 아기고양이 구경하다가~ 콤바인쥔장 논으로 들어가는거 발견!
부리나케 장화 꿰신고 새참들고 논으로 뛰었다.
빠르기도 하시지~~ 그새 반이상 해치움. @.@
한 시간도 안 되어 일은 끝나고 건조망에 널어놓고 덮었다.
밤새 이슬맞지 말라고. 내일 깔끼 갖고 와서 얇게 널어야지.
한 며칠 날씨가 좋다하니~~ 사나흘 실히 말려야지.
그래야 방아가 잘 찧어지지.
찐득찐득 미끄러운 논바닥 위로 갓돌림한 나락단을 들고 뛰고 했더니만
숨이 찬다. 헥헥...
그래도 올해는 논에 물이 없어서 좋다.
내년엔 논둑을 크고 넓게 만들어야지. 도랑물 안 쳐들어오게...
이제 이 짚들 갈바람에 살살 누렇게 마르걸랑 걷어묶어야 한다.
이건 내일 나와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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