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더덕향이 온 몸에..

산골통신 2008. 4. 29. 12:06
온몸에 더덕향이 배어있다. 은근하다.

어제 산에 올랐다가 더덕밭을 발견했다.
아직 어린 것들을 봐서는 씨가 날라와 퍼진지 얼마 안 된 듯싶다.
요놈들을 어쩌지? 캐갈까? 아니면 두고두고 지켜봤다가 굵어지면 캘까? 오만 생각을 다 해보다가 물러섰다.
언넘이 먼저 캐가면 어쩌지? 그 사람도 나와같은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닐까? ㅎㅎㅎ

오늘 산밭에 가서 더덕순을 베어왔다.
아는 이가 더덕순을 따서 효소를 담궜다 하길래.
그 맛이 어떨까... 그 효능은 어떨까? 자못 궁금했지만
일단 더덕과 같을 꺼라는 생각에...

그리고 봄에 올라오는 새순에 온힘을 다해 피어올리는 것일테니
그 봄의 생명의 에너지가 집결되어 있는 것이 새순 아닐까나.. 싶다.

산밭에 절로 퍼져 자라고 있는 더덕순을 일일이 따담으니 그것도 제법된다.
굵은 넘들은 작년에 다 캤으니 이넘들은 한 2년생된 듯싶다.

그냥 무심히... 게을러져 그냥 내버려둔 산밭에
참나물과 취나물 삼백초 더덕 도라지 들과 이런저런 야생초들이 여기저기 제멋대로 퍼져 자라고 있다.
참마는 풀에 못 이겨 돌아가신 듯 싶고.

일삼아 풀을 뽑아줘가며 인간의 뜻대로 재배하는 것은 여엉 마땅찮고 이렇게 산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는 넘들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뜯는 것이
이상하게도 내 정서에 맞는다. 그리고 뜯어먹어도 덜 미안하고...

그리고 밭으로 옮겨 재배하는 넘들은 아직 뜯어먹을 만치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참 희한치... 참 희한해.

어제 도시에 사는 형제들에게 푸대로 두 푸대 산나물을 뜯어 보냈다.
취나물 참나물 정구지 두릅 상추...
물론 도시에선 큰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잇겠지만 돈만 들고 가면.
이렇게 산에서 절로 절로 저절로 자란 이넘들과 그 맛과 향과 효능이
비교가 될까싶다. 해서 애써 뜯은 것들을 아낌없이 보내줬다.
싫다 않고 잘 먹어주면 그걸로 되겠지.

바람이 분다.
이상하게 이 봄... 이 지역엔 비다운 비가 한번도 안 오고 가문다.
마늘과 양파는 될대로 되었다. 이넘들이 가물어야 잘 되는 넘들이었던가?

산골사람들 고구마 순 묻었다.
우리는 아직 파묻어놓은 고구마에서 싹이 아직 덜 나와 기다리고 있다.

다시 산에 가볼까...
오늘은 쉴까...
어제 하도 이산 저산 헤매며 돌아댕겼더니 다리가 좀 아프다.
오늘은 좀 쉬어야겠지.

산밭에서 내려오는 길에 머구잎 큰 넘으로 골라 낫으로 베어왔다.
점심에 쌈싸먹으려고.
그 씁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입맛 없고 피곤할 때 먹으면 그이상 좋은 것이 없더라고.

산밭에 서서 바람을 그대로 맞아봤다.

저 아래 뒷골밭에선 할매가 풀을 뜯으신다.
심심하시다고... 집에 그냥 앉아있으면 뭐하느냐고...
여기 이렇게 뜯어서 콩이라도 심을란다고...
이젠 말려도 안 들으시는지라.. 그리고 그 심정 이해하는지라...

산밭에 삼백초들이 한켠을 다 차지했다.
조그맣게 여기서 자라라... 하고 터를 내줬는데 얘들이 점점더 해마다
퍼져나가는데.. 그냥 냅둬도 되겠지.
이 삼백초 뿌리를 주신 님이 생각난다. 잘 지내시겠지.
고마운 분이시다.

그 밑으로 참나물이 자라고 있고...
저 위에 취나물이 그리고 온밭에 더덕이다.
도라지는 지네 터에 그대로... 더는 못 퍼지고 점점더 줄어들고 있지비...
도라지는 아무래도 따로 밭을 장만해주고 일일이 풀을 메줘야겠어.

한참을 돌아다니다오니 덥다.
집안에 있으면 이런저런 살림이며 아이들 일로 머리가 무거웠는데...
한바퀴 이렇게 바람쇠며 나물 뜯으며 다니다 오니...
그만 개운해진다. 내겐 이것이 약이다.
 
낫으로 대충 베어온 더덕순을 일일이 다듬어 골라
항아리에 황설탕이랑 켜켜이 담았다.
그거 꽤 들어가데...
입구까지 쳐넣은 다음 설탕으로 입구를 막았다.
이거 몇개월 뒀다 꺼내야 하지? 그것도 안 물어봤네.
 
더덕은 일삼아 캐서 장아찌담거나 그래야 하지만
더덕순 효소는 더운 여름철에 물삼아 마실 수 있으니 좋을 거 같다.
 
남은 더덕순을 어찌할까.
쌈싸먹기엔 너무 많고.  꼬장에 박아놓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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