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삽질 억수로 한 날...

산골통신 2008. 4. 21. 17:53
포크레인 한나절 불러서 논둑 보수와 도구도랑 쳐내자는 계획을
단칼로 싹뚝 짤라버리신 할매...

걍 온리 삽으로만 하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에그... 할 수 있다는데 먼 말을 더 혀요... ㅠㅠ 걍 해야지비...

오늘 논에 갔다 오신 할매... 도구도랑이 막혀 물이 안 내려간단다.
그거 쳐내야 한단다.
군말 않고 삽들고 나갔다.
어차피 해야 할 일... 군소리 하면 내 입만 아푸다 머~ ㅎㅎㅎ
머 안하고 버팅길 수 있는 일도 아니겠고...

첫째논에는 지난번에 온리 삽으로 삽질 억수로 해서 물 내려가는 사정은 좀 나아졌다.
논 갈고 삶을때 한번 더 실하게 손좀 봐주면 되겠어.
두번째 논이 젤루 큰데... 뭐 별 다르게 봐줄 일이 없을 것 같아 슬쩍 지나쳤다.
모내기때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문제의 세번째 논에 일단 갔다. 논바닥이랑 도랑바닥이랑 수평이다.
이러면 비가 오거나 물꼬 틀어 물 가들때 낭패만난다.
부지런히 삽질을 했다.

어데서 물이 째여나오는지 이 논도랑엔 항상 물이 있다.
해서 미꾸라지 도룡뇽 억수로 많다.
삽질 한번에 도룡뇽 알 수북수북~ 미꾸라지들 미끌미끌~ 사방으로 도망친다.
어디 그릇 없냐~ 저넘 잡아서 추어탕 끓여무면 되겠는데 말이지...
아무리 둘러봐도 바람에 날려온 비닐 조각 하나 없네그랴.. ㅠㅠ
에라~ 너 잡아묵어봤자 뭐하겠니~ 일단 살려줄께~ 난중에 맘변하문 내도 모르지~ ㅎㅎㅎ

삽으로 푹푹 떠서 논둑에 쳐발랐다.
흙 한번 떠붓고 도랑물 한번 떠붓고~ 쓱쓱 삽등으로 문땠다. 일테면 미장인겨...
머 보기좋게 매끈하게 하긴 쉽지 않아도 대충... 논둑 모냥새는 내봤다.

이웃 논 쥔장은 논둑을 참 이쁘게 다듬는다. 물 발라가며 어찌나 공들여 다듬어놓는지
거기다 나중에 콩 심을라고 그런단다.

논둑 하나 다 삽질하고 웃논으로 올라갔다.
거기도 논둑과 도랑 그리고 논바닥이 같이 납작하다.
도랑흙을 쳐올려야 한다.
또 삽질 무수히 했다.
앉아서 하다가 서서 하다가 구부려서 하다가~ 별짓 다 해가며 삽질을 했다.

아랫논에 모자리논에 모판 넣던 마을 사람들... 일끝내고 점심 먹으러 가면서
한마디씩 해주고 간다.
잘 하니더~~
양그락지게 했니더~
에고 힘들겠소.
일을 어찌 그리 씨게 하니껴~
점심드시러 같이 가시더...

등등등등~~ 다아~~ 웃으며 존말 웃음말 한마디씩 나누고 가는데...
어떤 미운넘은 쳐다도 안 보고 가더라~~ 머 냅뒀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넘 머릿속엔 여우가 수십마리 사나봐... 그러니까 허구헌날 이랬다 저랬다 요시랑방정을 떨지...

이 논에도 미꾸라지 도룡뇽 알 징하게 많더라~
에구~ 또 잡아묵으까... 발동이 걸렸다. 몇넘 잡았다 놓아주길 몇번을 했는고~ ㅎㅎㅎ

윗 큰논둑흙이 자꾸만 허물어져 내려와 도구 도랑이 자꾸만 막힌다.
이번에 관을 묻어 아랫논으로 도랑을 낸 곳이 도랑사태?가 나서 막혀버렸다.
한 삼 미터쯤~
에구야... 이거 일 만났다. 푹푹 떠내야 했다.
오늘 논에 나와보길 잘했네... 일복 억수로 터졌네...

한참을 삽질해가며 논 두 개를 다 해놓고 생각해보이~ 아까 올라간 사람들이 점심 어쩌고 했지비???
맞아.. 점심시간이었어??? 에고 배고파라... 이 정신머리 봐라...

삽을 냅다~ 논바닥에 메다 꽂아버리고 장갑 훌훌 벗어던지고... 밥무러 갔다.
밥무꼬봅시다~~~ =3=3=3

부랴부랴 집엘 가보이~ 할매... 미나리적 꾸신다고 분주하시네...
이리 주소~ 내 꾸께요~ 허리는 꼬부라져서 싱크대 위에서 우찌 하실라고 그라요~
치직 지직~ 들기름에 적 몇장 꿔서 부지런히 묵었다.

할매는 비나 와야 감자를 심지~~ 하시며 소풀 베러 가신단다.
점심을 꼭 풀로 주신다네... 그래야 사료값을 아낄 수 있다며...
요새 소값은 팍팍 떨어져 주시고~~ 사료값은 팍팍 올라가 주시고~~
어디 소 사료 먹여 키워봤자~ 장래가 없단다...

저어~ 매실밭 그득그득한 풀... 몽땅 소베어먹이자.. 하신다.
하르르.. 한숨 크게 한번! 그 말씸은 온 여름내... 낫질 해야한다는거????

미나리적 몇장 꿔먹고 또 힘을 내서 아자 아자~ 또 삽질하러 갔다.
기왕 하는거... 기왕 온몸 흙투성이 된거 까짓... 오늘 다 해버리자 싶다.
내 이래뵈도,.. 일 발동이 걸리면 아무도 못 말린다 말다..
게으르긴 억수로 게을러도... 일 하자 하면 발동기같단 말다.

미꾸라지랑 도룡뇽 알이랑 숨바꼭질 해가며 기어이 나머지 도구도랑을 다 쳐내고 말았다나...
속이 다 션...
오늘 포크레인 한나절 값 벌었소... ㅎㅎㅎ

털레털레... 맨 윗논으로 올라오다가... 저 논 안쪽 쑤비에 미나리가 많지~ 싶은 생각이 나서
논둑도 봐줄겸 들어갔지비...
우와.. 미나리 참 좋다. 마구마구 뜯었지.
이거갖고 무쳐도 먹고 데쳐도 먹고~ 적도 꿔먹고... 등등... 한참을 뜯는데..

뭐가 뒤통수 쪽이 스멀스멀.. 기분이 안 좋다.
손으로 휘~~ 머리뒤를 휘저어 봤으나.. 개운치 않다. 뭐지? 갸웃...
벌인가? 흠칫! 에구...

벌 한마리가 마구 덤빈다. 내 무심한 손짓에 성이 났는가보다.
기어이 쏘인거 같은데... 따끔한 듯도 싶다.

에혀~~ 이때껏 머리만 빼고 다 쏘여봤는데... 기어이 머리까정 쏘였구만이라... ㅠㅠ
쑤비 도랑에 벌들이 좌악~ 모여 뭔가를 하고 있더니만~ 너들 거서 반상회 했니????
내 너희한테 몹쓸 짓 항개도 안 했는데 말이지...
왜 나를 쏘고 난리여...

머리가 두근두근... 뜨끔뜨끔... 아파온다.
내가 그렇게 벌을 타는 사람은 아닌데... 머리라고 머 큰일 날라고??
한 며칠 가렵다 말겠지.

이래저래 오늘은 일을 일찍 마쳐야 하겠다.
일 중에 가장 힘든 일이 삽질이라 하대??
거기다 벌까정 쏘였으니.. 이참에 쉬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