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딸기 한 소쿠리

산골통신 2007. 6. 19. 17:58
한창 모내기에 바쁠 무렵부터 익기 시작하던 딸기가

막판 끝물로 접어들었다.



얼라들 이틀에 한번꼴로 바구니를 들고 딸기밭을 헤매는데...

먼넘의 학교가 얼라들을 안 놔주는겨~~

토일 빼고는 시간이 없다네... 딸기가 어디 노는날 따지디???



큰넘은 먼데 학교를 댕겨서 꼴을 못 보겠고~

작은넘은 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고 하루에도 몇키로씩 뛰어야 한다나.

꼬맹이도 덩달아 머땀시 바쁜지 해가 있는 시간엔 코빼기도 안 뵌다.



딸기는 얼라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데.

헐 수 없이 선녀가 소쿠리를 들고 나서야했다나.

매실밭 아카시나무 싹들은 왜 그리 징하게 돋아나는고~

하다하다 안 되어서 걍 손으로 집어뜯었다.

명아주도 징그럽고 며느리밑씻개도 끔찍하다.

한참을 뜯다가 첨 본 하얀 꽃무더기가 눈에 띈다.

이게 으아리라는 꽃일까? 갸웃.. 야생화도감을 찾아봐야겠다.



땡볕에 딸기를 따는데 목덜미가 따갑다. 수건이라도 걸치고 나올껄.

딸기덤불을 일일이 제쳐가며 따는데 이젠 끝물인가보다.

온통 벌겋다. 따도 따도 진척이 없다. 딸기고랑은 왜이리 긴겨~~

작정하고 따서 소쿠리 그득... 담아갖고 왔다.

이거 운제 다 다듬냐... ㅠㅠ



딸기는 금새 물러진다. 할매 노상 딸기철만 되면 하시는 말쌈~

내 딴건 다 해도 딸기장사는 못 하겠다. 따자마자 뭉개져버리는데 어케 파냐?

그래서 시중에 나오는 딸기들은 채 익기도 전에 따서 억지로 익힌다던가...



딸기를 따면서 얼매나 주서먹었던지 입가가 벌겋다.

익을대로 익어서 달디달아 꿀보다 더 달더라.



몽땅 유리항아리에 몽땅 넣고 꿀넣고 갈아버렸다.

이거 얼라들 먹으라고 해봤자 몇개 못 집어먹는다.

아예 시럽처럼 만들어서

딸기쉐이크도 만들고 딸기요플레도 만들고 딸기쨈도 만들고 딸기소스도 만들고

딸기쥬스도 만들고 등등등~~



걸죽하게 항아리 그득 만들어놓았더니

이넘들... 학교갔다오자마자 국자들고 설친다.



이넘들아~ 숫가락 들고 왓! 국자 저리 안 치웠!!!



금새 항아리 반이 비었다! ㅠㅠ

이거 며칠 안 가겠군! 난 한달 정도는 길게 봤는데. ㅠㅠ



요플레만드는 밥통에 듬뿍듬뿍 담아 넣어두고(9시간 걸리니까 미리 해놓아야지)

우유넣고 쉐이크 만들어서 원없이 들이키고

원액 그대로는 그냥 국자로 쭉쭉 빨아먹더라.



내일은 오디를 따러가야지.

엄청 달렸더라구~

발밑이 온통 시커멓더라구

아깝더라구~



잠깐 틈이 나는 농한기???

이럴때 못 하면 절대 못 한다.

할매는 노상 바쁘다하시지만~ 좀 며칠간만 쉬자구여...

단 며칠이라도...



풀은 농사꾼 쉴틈을 절대로 안 주지만~

어차피 이젠 호미로도 낫으로도 안 되는... 예취기가 들어가야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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