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안 온다고 꿍얼꿍얼 한 그날 밤 비가 왔다.
그래도 호미끝 땅은 팍팍하다.
초록이 짙어진다. 눈도 따라 짙어진다.
온통 초록뜰이다.
마늘밭 헛고랑에 뿌려둔 상추를 솎지 않고 뜯어먹어도 되겠다.
감자밭 헛고랑에 뿌려둔 시금치도 솎아서 꼬맹이 소풍김밥을 싸줘야겠다.
작은넘은 수학여행간다고 들떠서 김밥도 필요없단다.
이제 이넘도 김밥연령에서 벗어났구만...
작은넘이 올해 선생님을 참 잘만났다. 이제 걱정이 없다.
수학여행가는 것도 샘이랑 학생들이랑 머리맞대고 의논하고 계획을 짜고 답사를 가고
예산을 짜고해서 어제 아침 기차타고 떠났다.
참 멋있는 샘이시다.
일방적으로 학교측에서 계획을 세워 학생들을 인솔해 떠나는 그런 판에 박힌 수학여행이 아니라
오손도손 조를 짜서 지들끼리 지들 수준에 맞춰 떠나는 여행이라...
샘은 그냥 보호자로... 따라갈 뿐~ 모든 여행일정은 학생들이 묻고 물어서 가는 거란다.
너무 멋져서 샘 칭찬을 마구마구 해줬다.
졸업앨범도 사진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샘과 학생들이 공동작업으로 같이 만든단다. 값도 저렴하고 알차단다.
샘플을 보고싶다고 했더니 작은넘이 받아갖고 왔다.
재작년 큰넘때 한 그 비싼 허접 졸업앨범과 비교해봤을때 천지차이드라... ㅠㅠ
엄청난 비용차이는 까짓 넘어갈 수 있다손치더라도...
애써 그렇게 하려는 그 정성이 참 고맙다...
그래서 작은넘을 통해서 샘께 부모의 맘을 전했다.
너무 수작업하신다고 혼자서만 애쓰시지 말고 학생들에게 많은 부분 맡기시라고...
많이 고맙고 믿는다고...
교육은 학교와 샘이 하시나 그 교육의 주체는 또한 학생이니까 학생을 전면에 내세우시라고...
사실 부모가 바라는 선생님상이 별다른 것이 있는것이 아니다.
작은 맘이라도 진실되게 학생들을 대해주는 것...
무시하지 않고 차별하지 않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것... 그것뿐이다.
꼬맹이 담임샘이 전형적인 70년대 샘 표본이라... 걱정이 좀 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샘은 나름대로 주관이 뚜렷하시고 학생들을 잘 이끌어가주시므로 또한 고맙다.
매일같이 틀에박힌 일기(생활글?)을 쓰라하는 것은 참말로 죽을 맛이긴 하지만... ㅠㅠㅠㅠㅠㅠㅠ
요즘 작은넘의 논술과 꼬맹이의 생활글을 봐주는 것때문에 스트레스 짱 받는다.
왜 다들 틀에 박힌 딱딱한 글을 원하는 것일까?
저번엔 농촌사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오라한 것을 조금 손을 봐줬더니~
대회에 출품이 된다고 하더라~ 으악~~ 도로 뺏아왔다.
가르친다는 것과 봐주는 것 차이... 참 어렵다~ ㅠㅠ
비가 와서 땅이 물러진 틈을 타서 상진네 아부지한테 참깨밭 고랑을 타달라고 했다.
저녁참에 부랴부랴 비닐을 가지고 올라가 비닐을 씌웠다.
다들 물때맞춰 비닐 씌운다고 밭마다 사람들이 보인다.
큰넘이 키가 훌쩍 커갖고 나타났다. 이제 전국을 지맘대로 돌아댕긴다.
나름 노하우가 생겼나보다.
어깨동무를 하려했더니 내몸이 휘청한다~ ㅠㅠ
오늘 참깨심을거다.
어제밤 할매집에 가서 마왕보고 왔더니만~
후덜덜~~ 꿈자리가 사납다~ ㅠㅠ
이제 겨우 4회만 남았는데... 한 50부작 안 될꺼나~
허긴~ 그럼 내 심장이 남아나지 않겄지비~~ ㅠㅠㅠ
에라~~ 참깨나 심으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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