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기 전에는 하늘이 말갰다.
얼레~ 이래갖고 내일 비가 오겠나?
오는둥 마는둥 하겠네~
달이 떠오르면서 흰 구름들이 뭉개 뭉개...
달 주위로 마치 빛무리모냥 몰려든다. 도데체 어디서 몰려온거지?
달무리가 지려고 그러나...
달빛이 맑지가 못하고 희뿌옇네...
달이 동산에 떠오름에 맞춰 점점더 솜사탕같은 약간 검은 구름이 달을 에워싼다.
저녁을 묵다말고
큰넘이 마당에 나갔다가 환호성을 지른다.
구름하고 달이 너무너무 멋지단다.
저거 보란다. 우와~ 와우~ 소리를 막 지른다.
작은넘 뛰쳐나가 같이 보더이 진짜 멋있단다.
꼬맹이... 들은척도 않고 형누나한테 뺏길까봐 지 먹을 것만 열심히 묵고 앉았다.
나무꾼도 들어오다말고 애들보고 달좀 나가보라고~ 성화다.
와....
말간 하늘의 보름달하고도 또다른 멋이네...
구름에 달가듯이~ 달에 구름가듯이...
휘영청 큰 달과 뭉개구름들...
그리고 희뿌연~ 달빛이 만들어내는 그 환상적인 빛잔치!!!
내일 비가 오겠군!
산너머 마을회관에서 대보름맞이 윳놀이 한판 벌린다고 했는데...
어쩌나...
새벽부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제법 온다.
응달에 쌓인 눈이 다 녹겠군...
이 비 그치면 날이 좀 푹해지겠군~
차차 그러면서 봄이 오겠군~
날이 뿌얘지도록 빗소리를 들으며 자는둥 마는둥했다.
얼라들 신발이 비에 안 젖도록 들여다놓고
아롱이 집에 비가 안 들이치나 들여다보고~
널어놓은 빨래들 비 안 맞게 처마밑으로 들여다놓고~
안개에 휩싸여 희뿌연~ 마당가를 돌아댕기며 이런저런 비설거지를 해주고 들어왔다.
새벽부터 올 줄은 몰랐지비...
올해
집옆 텃밭에는 감자를 심고
언덕밭에는 딸기와 쪽파를 키우고
그 위 언덕밭에는 고구마를 심을까...
참깨도 제법 밭이 커야 하고
콩밭도 있어야 하고
참깨 쪄낸 다음에 그 자리에 가을 무 배추 심어야 하니 첨부터 장소를 잘 잡아야 해...
올해는 얼라들 먹고 참외 수박도 좀 심을까?
감자 캐낸 밭에는 들깨를 심어야겠구낭... 그래야 절기가 맞아...
상추랑 시금치랑 얼가리 배추랑
이런저런 나물들은 자투리 밭에다 갈지 머~
올해는 땅콩을 안 했으문 싶은디... 다 먹어내지도 못 하고
파는 것도 안 되고~ 까묵기도 구찮고~
이 비 그치면
감나무에 땡초로 만든 깍지벌레 약을 쳐야한다.
달력에다가 표시를 해놓았지~ 잊어묵을까봐...
배나무 전지는 다 해주었으니 됐고!
다른 나무들은 올해는 냅두지 머~
매실 자두 살구나무 가지가 너무 무성해지는데...
한번 전지해주면 자꾸 해줘야 하니께~ 것도 구찮고...
거름이나 넉넉히 깔아주지 머~
올해는 어떡하던지 살구는 좀 얻어묵어봐야겠으~~
이 비 그치거든 할일이 제법 많네...
그동안 추워서 못 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치워야지...
작은넘은 그 많은 쪼꼬렛을 녹여서 주물럭거리더니
다 어찌했는지 모르겠다.
쪼꼬렛 녹인 걸 갖고 하트모양을 만들어 굳히고
꽃모냥 동그란 모냥 별모냥 하여간에 별놈의 것을 다 해보드라~
이넘은 실험정신이 강해 뭐든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넘이다.
요새 며칠째 쪼꼬렛 만들고 있다.
싱크대위를 난장판을 맹글어놓는다.
헌데 저걸 누굴 주려고 그러지?
큰넘은 그 쪼꼬렛을 날름날름 훔쳐먹는 재미에 정짓간에 정신없이 들락거린다.
그넘은 어데서 받을 일이 없걸랑... 워낙 여자친구들한테 인심을 잃어서리...
여자애들한테 엥간히 장난을 쳤어야지~ 내귀에까지 원성이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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