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얼라셋이 학교엘 갔다. 만세!
외진? 산골짝에서 놀 친구가 하나도 없는 기맥힌 곳에서
45일간을 보내자니 얼매나 징했겠노!
큰넘말이 가장 가까운 친구네 집이 물건너에 있으나
그게 그니께 자주 가게 되지가 않더라네?
나머지 친구들은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하고
또 다른 친구들은 산너머 물건너~ ㅋㅋㅋ 한명 두명...
해서 큰넘과 작은넘은 그런대로 놀았으나
꼬맹이는 겨우내내 친구 얼굴 한번 본 적 조차 없이 방학을 보내버렸다.
다들 밀린 방학숙제를 나름대로 번개치기로 한 것 같은데
이 완벽주의자! 작은넘은 끝끝내 하나도 남김없이 숙제를 해야한다고
밤늦게까지 붙들고 있는데 참말로 어지간하드라...
원래는 다 했는데 하나가 종적없이 사라져버려 다시 해야했다나 모라나...
큰넘은 대충대충 까이꺼~ 굵직굵직한 것만 해치워놓고 룰루랄라~
꼬맹이도 지가 할 수 있는 것만 해놓고 몰라라~~~
어쨌거나 다 쪼까내고 나이 속이 다 션하다!!!
어제 냇가 둑에서 하는 대보름 달집태우기 보러갔다가
늦게 자는 바람에 고만 아침이 엉망이 되었다.
그거 보러가자고 해지기 전 부터 성화를 대서
그럼 달 뜨면 행사가 시작되니께 그때가자~ 했다가
갑자기 멀리서 대포소리???!!!가 난다~ 흐미...
불꽃놀이도 하네? 올해는???
얼라들 기겁을 하고 들고 뛴다.
작은넘은 어느새 폭죽을 마련했단다.
꼬맹이도 쥐불놀이 깡통을 들고 뛴다.
큰넘은 흥미가 없는지 안 간다고 버팅기다가 나중에 보이 슬그머니 나타나드라~
왜이리 냇가둑까지 머노~ 헥헥대고 달리기를 하자니 힘이 딸리네~ ㅎㅎㅎ
얼라들은 쏜살같이 뛰가서 안 보인다.
동네 어르신들 다 거기 모여있는가보드라~
달이 막 산너머에서 삐쭉 내밀었다.
그걸 신호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던가보드라~
또 달집에 불도 그때 붙이고...
달이 참 일찍 떴네? 작년엔 7시 다 되어서 떴던거 같은디...
올해는 온 산골짝 사람들 다 모였나보드라~
냇가둑이며 논바닥이며 북적북적대드라~
얼라들은 쥐불놀이와 폭죽놀이를 하느라 이리뛰고 저리뛰고~
선녀는 뜨끈한 홍합국물과 괴기를 묵노라고~ 정신없고~
그거 장만하노라고 애들 쓴 모냥인데...
깜깜한데 누가 누군지 몰겠드라.
누가 주는 술인지도 모른채 한잔 받아 걸치고~
소방차 한대 순찰차 한대가 와있드라~
불 낼까봐?!
눈이 녹은 뒤끝이라 논바닥이 질퍽거려 왕겨를 뿌려놓은거 같던데
나중에 보이 얼라들 신발이고 옷이고 온통 흙투성이...
얼매나 뛰댕깄노...
얼라들이 내년부텀은 일찌감치 오잔다.
요놈들이 재미붙였네...
이상도 하지~
해가 갈수록 세상사에 흥미를 잃어간다.
그냥 가만히... 집구석에 쳐박혀 책이나 읽고싶고
농사철 되면 일이나 하고 싶고 머 그렇다.
가끔 발동이 걸리면 산에나 가고...
올해는 무지 바쁜 한 해가 될 거 같은데...
이거 이러다가 몸따로 맘따로 놀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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