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콩모종~

일기예보를 신경써서 살핀다음 들깻모를 붓고 들깻모종 일정을 잡았다.
허나... 밭장만이 안 되었구나...
나무꾼이 어데가서 당췌 안 와!!! 바쁜사람 오라가라 할 수 없고...
그래서 일정이 어긋났다. 해서 들깻모종이 웃자라서 난리가 나부러...

산녀 혼자 맨땅에 헤딩할 순 없잖아... 풀구덩이에 돌구덩이 밭인데...
그래도 늦게라도 와서 밭을 갈아줬고 돌을 골라내 밭모양새를 만들었다. 돌밭이라 애묵었다... 돌을 몇차나 실어다 날랐으...
진작 해줬으면 좋았잖여...

어쨌든
어제 비소식이 있다해서 그제부터 물을 줘가며 심었다.
아마 밭이 저거 한 400평 정도 될겨~ 모르긴 몰라도...
식전에 댓판 심고 오후 해거름에 댓판 심고...
그러다 중간에 지하수 모터 전기 차단기가 내려가서 물도 제대로 못 주고 아쉬람연못물을 물조루로 퍼다가 줬다나 우쨌다나...
전기설비업체 전화해서 와달라하니 금요일에나 오겠다고...
헐헐...

망할~온다던 비가 안 오네!!!
에라이 이럴 줄 알았으면 감자나 캘걸~
하지에 캐면 딱인데~ 이웃들 다 캤던뎅!!!

중얼중얼 꿍얼꿍얼~ 들깨모종하다가 집어치고 집에 와버렸다.
전날 심은 모종이 비실비실 다 죽어가고... 땡볕에 뭐가 남아나나...
그러다 어제 저녁 다 늦게 우당탕탕 우르릉 쾅쾅~ 번쩍 번쩍 요란스럽게 소나기 한차례 퍼부었다...
불행 중 다행일세~ 죽다가 살아나겠구만...

사실 모종이 웃자라지만 않았으면 서둘러 땡볕에 물 줘가며 심지도 않았고...
그리고 비 온 뒤 심자니 그 밭이 수짙어서 푹푹 발이 빠지니 비온뒤엔 못 심는다고라... 바퀴의자가 안 굴러가!!!
오늘도 엉덩이방석 차고 심었당께!!!

모든 일이 타이밍인데 이번 들깨농사는 참 스릴 있었네그랴...
다 타죽느냐 비가 좀이라도 와서 사느냐?!?!
다행히도 엇저녁 비가 한차례 퍼부어서 다 살았다!!!

오늘 식전까지 들깨모종 마저 심고나니 밭이 훤하고 좋구만!!!
장화는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고 호미에 흙이 들러붙어 손모가지 에 힘이 들어가 아프고
아주 애먹었다마는... 그래도 다 심었으니 됐다 마!!!
올해 들깻잎이랑 들기름 넉넉히 먹겠다!!!

속시원하게 일을 끝내고 이제는 좀 쉬자~ 하고 들어와 딱 눕는데...
난데없는 전화 한 통화!

이웃 아지매가 메주콩 모종이 열한 판이나 남았다고 가져가 심으란다...
예에?!
저기 거시기... 심을 밭이 없는디... 어쩌고 저쩌고 망설이다 에라이... 거절같은 거 못하는 산녀...
준다는 건 얼릉 냉큼 받고 보는 산녀...
일 저질렀네 ㅎㅎㅎ 또...

심을 곳이 어데냐...
마늘 양파 캐고 난 밭을 두군데 이번에 갈아놨었지... 뭐라도 심을 수 있게...
콩을 심기엔 좀 작은데... 당귀나 심을까 하고 냅뒀었는데...
임자가 따로 있었구만?!

부랴부랴 구루마 끌고가서 열한 판을 싣고 왔다.
그때부터 시작한 콩모종 하기~

골을 따로 안 만들고 대충 대강 간격만 맞춰 심었다.
착착 모종 빼서 줄줄이 놓고 땅이 질어서 바퀴의자는 안되고 엉덩이방석 차고 앉아 착착 심어나갔다.

텃밭에 네판 들어갔고 언덕밭에 세판 반이 들어갔는데...
남은 세판 반은 우짜꺼나...
어따가 꽂아놓나?!

고라니 등쌀에 산밭이고 아쉬람밭이고 거기는 절대 안 되고...
저 아래 밭 감자캔 골에 심을꺼나...
내일 식전에 한번 가보자!!!

해마다 콩을 한가마 이웃한테서 사서 먹었는데 산녀가 콩농사 안 짓는 이유는 오뉴월 땡볕에 삼복더위에 콩밭 메기 싫어서였으...
콩밭메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아~~
칠갑산 노래도 있잖여!!!

올해 졸지에 콩모종이 난데없이 생겨서 콩농사 짓게 생겼으니
콩밭은 필히 메야겠구마 ㅠㅠㅠ

그 이웃은 전에 고구마 모종 다섯단도 남았다고 냅다 던져주는 바람에 졸지에 고구마 농사도 하게 만든 아지매다...

사흘 연짱 들깻모종에 콩모종에
중간에 잠깐 감자도 캐고~

이제부터 일없이 쉬느냐?! 오우 노!
내일부터 주말 휴일까지 손님 두 팀 예약 ㅎㅎㅎ
중요한 손님 한 팀... 덜 중요한 손님 한 팀~
그리고 애들까지 주말이라 온다니 우짜꺼나...

내일은 식전에 콩모종이나 마저 심고
다 접고 들앉아 반찬이나 맹글어야겠다!!!
그래봤자 풀떼기 나물반찬이지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