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드뎌 메주

산골통신 2020. 1. 9. 22:27

 

 

 

 

 

 

미루고 미루던 메주 쑤기

원래 음력 10월부터 11월까지는 해야하는데 할까 말까를 무한 반복 끝에 드뎌 오늘 숙제를 마쳤다... 휴우...

 

된장도 아직 있고 간장도 넉넉하고 올해는 메주 쑤기를 안 해도 되는데

고추장이 달랑 떨어져...

고추장 갤때 넣을 메주가루가 필요한데 콩 조금 삶아서 메주 두어 덩이 만들어 띄우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에이~ 이 게글뱅이 같으니라구...

 

청국장은 작년에 두번이나 실패를 해서 다시 할 엄두를 못 냈고...

이차저차 메주쑤기는 그만 동짓달도 넘기고 섣달에 가서야 하게 되었다나...

 

뭐 그래도 한 게 어디여...

했잖유...

 

콩 한가마 40키로를 마을에서 사놨다.

해마다 이집 콩을 쓴다.

 

콩으로 할 수 있는 게 참 많거등...

메주와 청국장은 당근이고~

날콩가루 볶은콩가루 냉콩국수용 콩국물 두부 순두부 두유 등등...

그래서 해마다 콩 한 가마는 꼭 장만해놓는다!

 

콩농사를 지으면 되는데 그 한여름 삼복더위 염천에 콩밭 메는 것이 너무 힘들어...

안 해본 사람은 몰러 그 고통을... 오죽했으몀 칠갑산이라는 노래에 콩밭 메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아~ 어쩌고 나오느냐구...

콩값이 비싼 건 다 이유가 있는겨...

쌀값보다 더 비싸잖여~

 

콩 40키로 정부수매가가 올해 168,000원이여!

나락 40키로 정부수매가는 60,000원이고!!!

 

뭐 어쨌든 메주콩 열되를 퍼담아 씻어 건져

가마솥에 앉혔다.

물을 찰랑찰랑... 넉넉히 넣고 그 위에 된장 한 숫갈 퍼넣고

그러면 안 끓어넘친댜... 참 희한하지...

그리고 찬물을 솥뚜껑 위에 끼얹으면 또 안 넘친댜...

그래서 산녀는 걍 큰 행주를 적셔서 솥뚜껑 위에 얹어뒀지.

그 위에 물을 끼얹으면 되니께~ 아주 괜찮더라구... 끓어넘칠 걱정을 아예 안 해도 되니께!

 

처음에 불을 쎄게 때기 시작하다가 끓기 시작하면 좀 줄이고

익은 냄새가 나면 장작 두개 정도를 두고 잔잔하게 때면 되더라.

콩 한말 쑤는데 총 5시간 걸리더라.

초반엔 절대 뚜껑을 열면 안된다. 꾹 참고 익은 고소한 냄새가 난 뒤에야 열어봐야혀...

양이 많으면 좀 뒤집어 줘야하거든...

 

한데 아궁이에서 추위에 달달 떨면서 불 때다가 이제 정짓간이 만들어지니 얼매나 좋은지...

그리고 환풍기도 달아서 연기 걱정도 덜하고...

편안하게 앉아 불을 때고 있으니 참 좋더라.

오늘 하루를 온전히 아궁이 앞에서 보냈다. 다행히 날이 안 추워 다행이었으...

 

잘 익은 콩을 퍼담아 청국장 한 소쿠리 앉히고

나머지는 자루에 담아 밟아 으깨서 메주 7덩이를 만들었다.

뭐 대충 만들어서 모양은 없으나 메주가 글치 뭐...

 

볏집을 간추려 놓은 것이 있어 찬찬히 깔고 늘어놓았다.

꾸덕꾸덕 잘 마르면 양파망에 넣어 처마밑에 매달아 놓으면 된다.

잘 떠야 할텐데...

 

그 집안 한해 운수가 좋으려면 그해 장맛이 좋아야 한다고 뭐 그런 말도 있더만...

작년에 청국장이고 메주고 잘 안 떴었는데...

그해 참 다시다난했더랬어... 뭐 믿거나말거나지만

작년에는 좀 힘든 일도 있었고 좋은 일도 있었고 등등 좀 그랬어...

부디 올해 메주는 좋은 균들이 자리잡아줬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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