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땅강아지가 따로 있나~

산골통신 2017. 5. 1. 12:50

 

 

 

근 닷새를 땅에 고개 처박고 살았다...

이제서야 정신나서 세상을 둘러본다...

 

며칠전 달걀 꺼내러 알둥지 가보니 암탉 두마리 퍼질러 앉아 안 비켜주네~

달걀 한판 이상을 쟈들이 나눠서 품고 있으 ㅠㅠ

좀 주라~

다 못 품고 나와있는 달걀들을 네개 겨우 갖고왔다.

 

그물을 갖고와서 한짝면을 둘러쳐 그들만의 오붓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물이랑 모이통도 갖다주고...

 

장닭들이랑 다른 암탉들이 알 낳는다고 겨들어오면 안되니까 오늘부터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올해 달걀도 귀하고 병아리도 귀하고 마을에서 난리가 났다.

우리 산골마을에야 조류독감은 없었는데 산에서 삵이 내려와 몇집 닭들을 작살낸고로...

 

며칠 후 또 한 마리 암탉이 알을 품고 안 나오길래 갸도 이사시켜주었다.

알품는 닭은 죽자고 알을 포기하지 않는다.

둥지채 들고가도 꼼짝않고 알들을 사수한다.

막 쪼아대는 아픔을 감수하고 ㅎㅎ

닭품안을 뒤져보니 달랑 알 세개 ㅋㅋ

해서 갓낳은 알 다섯개를 더넣어주니 막 끌어댕겨 품더라.

 

세마리가 품고 들앉은 알이 아마도 얼추 마흔개는 넘지싶은데...

그 반만 부화에 성공해도 대박이다!!!

스무날 지나면 병아리 바글바글하겠군!!!

엄마닭이랑 병아리떼 뿅뿅뿅~

봄나들이 갑니다~

노래대로 모습이 펼쳐지겠군!!!

 

텃밭에 풋고추용으로 100포기 모종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고추모종들은 고추가루 많이 나오게 개량한 것들이 많아 풋고추 용으로 쓰기엔 두껍고 맛도 없고하야 특별히 풋고추 용으로만 쓰려고!

 

고추가루용 고추를 700포기 밭 두군데에 나눠 심고 물주고...

늙은호박25포기 구덩이 열군데 파서 거름 한푸대씩 처박고 심고

매디호박 6포기 한구덩이 파서 심고

가지 5개 귀퉁이에 심고 방울토마토 10 큰토마토 10포기 심고

절로난 돌깻잎 모종 캐다가 한줄 심고

 

옥수수는 언제 심나...

열무씨도 파종해야하고...

상추랑 삼채랑 이식도 해야하는데...

밭이 비좁아 쟈들 널널하게 살게...

 

앞으로 해야할 일~ 이 첩첩이다...

텃밭 풀메기는 이제 일상이 되어야하고

마늘밭 풀메기 북주기가 기다리고 있고

죽어도 참깨농사는 안 짓는다고 맹세한 인간들이 참깨밭 맹글어 씨를 묻어놓았으니... 쟈들도 관리해줘야하고~

 

노각오이 모종 수십포기가 쑥쑥 크고 있으니 쟈들도 조만간 옮겨가야하고

 

하고하고하고하고~

이 말 뿐 달리 할 말이 없노라...

 

날이 아침 해올라오자마자 푹푹 찐다.

뭔 난리냐 이게!!!

 

아침밥 묵기도 전에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 오며가며 산골사람들이 막 물어본다!

좀 쉬어가며 일하라고...

아녀요 아녀요 일 한거 없슈~

잠깐 물조루 들고 모종판에 물주러 몇번 왕복한 것 뿐인데 ㅠㅠㅠ

뭔넘의 날씨가 요따구냐!!!

오라는 비는 안 오고!!!

 

봄은 실종되고 오뉴월땡볕이 시작된듯!

독사들이 활개를 친다.

벌써 몇마리째 잡아족쳤다는 소리를 듣는게냐!!!

 

울집 텃밭 돌담에 몇년묵은 독사가 산다고 이웃이 겁을 준다!

그놈을 잡아야한단다...

으잉...

그럼 울집 뒷문으로 들어오려다 간발의 차이로 내가 문을 닫아 치어죽은그놈은 뭐요??!!

 

산돼지란 놈이 호시탐탐 밭을 착실히 일궈놓고 가고

노루 고라니들이 천지사방 뛰댕기고

산토끼들 웅덩이에 물 마시러 왔다가 하얀 털뭉치 가시덤불에 걸어놓고 가고

그 와중에 인간들도 묵고 살자고 땅에 코 처박고 열심히 산다!!!

 

정구지랑 참나물이랑 참취랑 방아랑 당귀랑 아욱이랑 머구랑~

낫으로 잘라다

이런저런 겉절이 나물반찬 국 끓여 삼시세끼 꾸려간다.

 

이제 슬슬 봄나물들이 억세지기 시작한다.

쑥도 단오전까진 뜯을 수 있지만 어여어여 나물 갈무리를 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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