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뭔일루다 죽에 꽂혔다.
허구헌날 죽 끓인다.
식구들이 나 빼고 다 죽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지만 내 안 좋아한다는 이유갖잖은 이유로다 그간 안 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 뭐 거시기...
안해주니 직접 해묵더만 ㅎㅎㅎ
근데 거의 한국식 죽이 아니라 서양죽이더라고! 리조또?!?!
음...
두고볼 수 없어서
옛날 그 옛날 고랫적에 울 할매가 해주시던 죽을 종류별로 해묵기 시작했다.
거 오랜만에 추억팔이 추억의 음식 되겠슴돠!
날콩가루 방앗간에 가서 빻아와서 콩죽~
들깨 계피내서 들깨죽~
콩나물 있으면 콩나물죽~
요즘같이 봄나물 산나물 많으니 가지가지 쫑쫑 썰어넣어 나물죽~
미역 바지락 새우 등등이 생기면 별미로 해산물죽~
해서 그간 해묵은 죽이
두릅죽 바지락죽 들깨죽 콩죽
쑥죽 참나물취나물죽 등등이다.
하느님보다 훨 높고 무섭다는 마지막 고3 수험생 한 분이 계시는고로 이른 아침아니 새벽에 등교하는 아침식사로 딱이더라고!!!
그리고 죽을 밥보다 더 좋아하는 나무꾼과 큰놈이 한솥 그득 해놓으면 바로 바닥을 보여주는고로...
오늘도 불앞에서 죽을 끓인다!
계속 저어줘야 고소하고 맛있게
되걸랑!
이번에는
미나리 참나물 쑥갓 케일 팽이버섯 바지락이 들어가고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넣어 마무리했다!
땅콩이랑 잣을 구해서 갈아넣으면 좋겠네~
잣나무 한그루 심어 키우다 포크레인에 뽑혀 죽고없는데...
묘목이라도 사다 심어야하나...
이웃 땅콩농사 많이 지으니 물물교환해갖고 와야겠다.
옛날에 문간에 배고픈 이들이 서성거리면 그예 보내지않고 죽이라도 한대접 먹여 보낸 적이 많았더랬다.
쌀이 귀했던 그 시절
죽이라도 끓여서 끼니 때울작시면 삽작거리 인기척이 나...
그럼 즉시 죽솥에 물 한 바가지 들이붓는다...
그러면 죽 양이 늘어나 새로온 사람도 푸리한 물죽이지만 배불리 먹을 수 있었거든...
지금이야 영양죽이니 별미 죽이니 하지만
옛날엔 못 사는 사람들이 끼니 때우는...
콩죽이 유달리 생각이 많이 난다...
농사를 지으면 좋은 점이 식자재를 무난히 조달할 수 있다는거다.
이거 큰 장점이다!
농사일 할 때는 에고 허리야 다리야 신음이 절로 나지만
수확할 때의 그 뿌듯함과 즐거움...
늘 손닿는 곳에 구할 수 있는 먹거리들이
삶에 여유를 준다.
내일은 쑥 뜯어온 거 듬뿍 넣고
쑥들깨탕을 해묵을거다.
쑥을 너무나 사랑해마지않는 식구들 덕분에...
올해도 들깨농사 넉넉히 지어야겠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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