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구들장 지는 계절...

산골통신 2014. 12. 10. 19:48

 

 

 

처음엔 구들장 달구기가 꽤 어렵다.

굴뚝으로 연기가 잘 빠지는지 확인 후 장작을 있는대로 막 처넣었다.

한번 달구기가 시간이 걸리지 달궈만 놓으면 한 사나흘 간다.

뜨끈뜨끈 찜질방 부럽지 않지...

 

날씨가 꾸무럭... 잔뜩 흐리다. 햇살이 구름사이로 언뜻 비치기만 할 뿐... 쉽사리 해가 나오질 않네...

 

닭집에 닭들이 밤사이 안녕하신가... 둘러보고

모이통에 그득그득 담아줬다.

맨 나중에 이사온 오골계 한 마리가 유독 간친을 한다. 선녀 가까이 와서 장화를 콕콕 쪼며 맴을 도네.

 

이놈이 일테면 왕따닭인데... 왕따당할 이유랄것도 없는게... 맨 나중에 들어왔다는 거 그거 하나..

 

닭벼슬이 다 쪼여 너덜너덜...

구석탱이 둥근통에 겨들어가 쭈구리로 있길래 모이를 한줌 바로 앞에 놓아 준 적이 있었다.

모이도 못 챙겨먹고 그러고 있길래...

 

그 모이 다 먹을 때까지 보초도 서줬었지...

그 뒤로 이 놈이 나만 따라댕긴다.

내 장화를 콕콕 쪼며 맴도는 것이 마치..

아기고양이가 집사한테 하는듯... 꼭 그 모습이다.

참 웃기네.. 이 놈...

 

토종닭들과 오골계들이 모이통 선점하기 쌈을 벌이길래

이놈들 먹는거 갖고 싸우덜 말어...

긴 모이통 두 개를 더 놓아줬다. 그랬더이...

영역이 좌악... 갈리더구만...

이짝은 토종닭. 저짝은 오골계..

 

선녀가 쥔장이라... 이젠 인정을 한 모냥이더라.

닭집에 다가가면 그 꼬꼬거리는 소리가...

반갑다는 걸까... 어서 오라는 걸까... 마치 반기는 것처럼...

참 재미있게 들리더라.

좀이라도 낯선 이가 오면 그 소리가 확~ 달라지더라구...

 

오늘은 그간 미뤄둔 콩타작을 마저 했다.

서생원들이 부시럭부시럭 드나들면서 며칠 끼니 때운 모냥이던데..

이놈들아... 우리도 먹고살자.

그거 타작해서 메주 맹글어야혀.

 

도리깨질 할 꺼리도 안 되고 해서

걍 막대기로 사정없이 후드려팼다. 다 갈무리하고나니

반 자루 나오더라. 먼저거랑 합치면 한자루...

올해 콩농사 끝...

내년엔 좀 신경써서 농사지어야겠다. 그 큰밭에서 이기 뭐꼬?

 

해거름에 아궁이 불 그득 넣어두고

이런저런 마당 설거지 한다.

해도해도 끝도 없는...

저 마당꼬라지 보기싫으니 확~~ 갈아엎을까나...

 

꽃무릇 몇포기가 저짝 나무 그늘밑에 있길래 파옮겨 심고

지난 갈에 베어놓은 풀더미 내다 치우고

장작 한 구루마 아궁이 옆에 부려놓았다. 장작이 너무 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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