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김장 안 하면~ 안! 되나여???!!!

산골통신 2014. 11. 26. 20:07


이제 김장끄읕!!!
땔나무만 쟁여놓으면 만사 오키~~~

비가 온다... 일복터진데 더하야... 비가 온다...

바람도 불고... 썰렁하다.

그래도 이기 어디냐. 춥지않은게 어디여... 걍 마음달래며 칼들고 배추밭으로 간다.

장갑은 금새 축축..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젖었고~ 칼든 장갑이 미끄러웠지만 조심조심..

배추를 도려나가기 시작한다.

구루마는 던져버리고 쌕쌕이로 한차 그득그득 서너번 날랐나?

총 200여 포기. 쓸만한건 160여 포기

쓸만한 것들만 도려서 마당으로 실어날랐다. 속 덜찬 애들은 날 춥기 전까지 냅뒀다가

나중에 뽑아서 그늘진 곳에 저장해놓으면 된단다.

배추가 속이 알차게 들어 마치 돌덩이 같다. 한놈 들기도 벅차더라.

한사람 칼들고 잘라 나가고 한사람 소금물 만들어 배추를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날이 춥진 않은데 비를 맞아 그런가... 몸상태가 막 안 좋아질라칸다.

 

 

이런 통으로 5통. 엄청나게 큰 통 하나 그득그득... 절여놨다.

오늘밤 푹 절이고 내일 아침에 한번 뒤집어 주면 된다.

한 포기가 무게가 장난아니다. 절여져도 은근 무겁더라.

저렇게 10개의 잠방에 주욱... 늘어놨다. 물 잘 빠지라고...

이젠 배추절이고 씻고 하는건 다들 선수가 되었다. 척척~ 말 하지 않아도 일이 잘 돌아간다.

 

대처사는 식구들 한 70여 포기 실어가고

남은 배추들을 양념 만들어 버무려야 한다.

누구랑 하나...

슬슬 다들 떠나네...

남은 나무꾼과 선녀 둘이 오붓하게 앉아 양념 만들고 버무리고 다 했다.

이런 날도 오네... 전엔 왁자지껄 정신 하나도 없게 일했는데~

이젠 다들 떠나고.. 일 거들 사람 하나 없더라~ ㅎㅎㅎ

 

김장 담는 날을 엄청 잘 잡았어... ㅎㅎㅎ 일복 터진 사람은 어찌해도 할 수 없는겨...

일복있는 사람은 일이 찾아오고... 일복없는 사람은 일이 피해간다나...

우짜겠노. 내 팔자인걸~

 

오늘 중으로 다 끝나것지. 차근차근 양념재료 만들어 세월아네월아 버무려...

다 담아넣었다.

나무꾼 허리 안 나갔나 모르것다~ 영차영차 하도 무거운걸 들어날랐으니...

그래도 다 끝내고나니.. 속이 션하다.

일이 시작이 있음 끝이 있지... 사람손이 무섭지...

 

배추겉잎들이 엄청 나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까워서 좀 맘이 그랬는데~ 올핸 먹어줄 닭님들이 계셔서... ㅎㅎ

아깝단 생각이 안 들더라.

한 통 그득 담아 넣어주니... 금새 뚝딱! 해치우더라.

쟈들이 나물 냄새는 기맥히게 맡는다. 나물만 들고가면 문앞으로 우르르...

소리가 달라진다.

닭모이 들고가면 내는 소리가 있다. 그게 구별이 되더라.

낯선이 나타났을때와 모이 주려갈때와... 다르더라...

이제 쥔장이 뉜지 지들도 알아차려서 오며가며 대접이 달라지던걸...

 

김장 끝낸 후 마당과 밭에 어지러진 배춧잎들을 뒷설거지 하다가

그냥 닭들만 주기 아까와 주섬주섬 배춧잎들을 주워담아

우거지로 쓰려고 엮어봤다.

새끼줄이 없으니 그냥 노끈으로 하면 되는데...

그 방식이 손에 익지 않아 한참 헤매다가 철사끈이 들어있는 끈을 찾아내

그끝으로 배추잎사귀들을 엮어다니 아주 안성마춤이더라.

양파망에다가 담아 말리면 되지않나 싶어 한자루 담아걸고~

이런방법 저런방법 다 써보고 있다.

 

그중 철사끈 들어간 끈이 젤 튼튼하고 힘이 좋더라.

한참 엮어서 줄줄이 달아놨다. 이렇게 우거지용으로 만들어놓으면 아주 요긴하게 쓸 수가 있다.

 

시골살림은 늘 힘을 써야한다.

뭐든지 들고날라야 하고 이리저리 비설거지 뒷설거지라도 할라치면 힘 안 쓰이는 일이 없더라.

오늘도 김장뒤끝 설거지 하느라고 얼마나 들고나고했던지...

김장할 때보다 더 힘들더라.

이러니 도시처자들이 시골 못산다고 할 법도 하다.

무말랭이를 좀더 하려고 무를 바구니에 대여섯 번 담아 날랐더니 그것도 힘들다...

세월은 못 속인다.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그래도 해있는 낮에는 집구석에 들어가기 싫어 일을 찾아하니 이것도 병이다.

농사일 시골살이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해지면 할 일이 없다는 것이고~ 쫒기듯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5시쯤 지나니 해가 진다.

바깥일 끝났다. 불켜놓고 해도 되겠지만 그러고싶진 않더라~

툭툭 털고 들어간다. 내일 하지 뭐...

 

내일은 무말랭이나 썰어 말리고

배추우거지나 더 엮어 달고

마당에 심을 가을 구근들 좀 구해와서 심고

고춧대궁들 다 뽑아무지고

뭐 그럭저럭 그런 일만 하면 되겠다.

 

배차적 좀 꿔먹고

익다못해 무르고 무르다못해 썩어나가는...

홍시들 좀 더 먹어치우고~

고구마도 쪄먹고

도토리묵도 더 해먹고

 

작년재작년 묵은 김장김치 김치냉장고 한통 그득 담겨있고

올해 김장김치 두통 그득 해놨으니...

이젠 내도 몰것다.

 

슬슬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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